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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우치카] love or like

Aeon16 2019. 10. 12. 19:38

오늘 같이 돌아갈까? 요우쨩?”

미안 치카, 오늘은 수영부 연습이 있어서.”

그렇구나, 그럼 먼저 돌아갈게.”

어딘가 아쉬운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교실을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본다. 귤내음이 나는 듯한 잔향이 사라지고 나서야 뒷문에서 시선을 때고 몸 깊숙이 숨겨놓았던 한 숨을 내뱉는다.

어째서 거짓말을 한 걸까…….”

치카가 다른 수영부 친구에게 물어보면 금방 들킬 뻔한 거짓말을 해버렸다. 수영부 연습을 하는 날이 아니지만 치카의 물음에 급하게 대답해 버린 게 이런 거짓말이라니 자신의 한심함과 치카의 아쉬워하는 표정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이렇게 잡생각이 많을 때는 역시 이곳 밖에 없다.

아무도 없는 수영장 흔들림 한 점 없는 투명한 물이 눈에 들어온다. 수영장 특유의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수영모와 수경을 다시금 만진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다이빙대에서 힘차게 몸을 던진다.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차가운 공기, 귓가를 맴도는 소리가 커다란 물소리에 감싸져 사라져간다. 공기방울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몸은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수면위에 반사 되어 반짝이는 빛 바라본다.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들려오는 것은 흔들리는 물소리와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뿐 이대로 가라앉으면 좋을 텐데, 그런 헛된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이내 수면 위로 올라간다.

오래 참았던 숨을 내쉬며 사다리를 잡고 물 밖으로 나온다. 혼자 밖에 없는 수영장은 이렇게 나 조용하다. 찰박거리는 발소리,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뒤로 하고 수영장의 불을 끈다. 어둠이 내려앉은 수영장에서 나와 곧장 샤워실로 향한다.

평소에 다양한 소리가 있던 곳에 정적이 찾아오니 어색하기 그지없다. 물에 흠뻑 젖은 수영복을 탈수기에 넣은 뒤 수도꼭지를 온수로 돌려 물을 튼다.

차가운 물이 나오던 샤워기에서는 곧 증기와 함께 뜨거운 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머리에서부터 쏟아지는 물이 차갑게 식었던 뺨을 덥히고 몸을 따듯하게 감싸 안는다. 여기저기에 스며들었던 소독약 냄새를 지우 고나니 덜덜거리던 탈수기가 멈춘다. 어느 정도 물기가 빠진 수영복과 수영모를 준비해둔 가방에 넣은 뒤, 수영장을 빠져나온다. 어느새 땅거미가 바닥에 길게 드리워지는 시간이 되었다.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는 태양은 바다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간다.

치카의 머리색 같네.”

무심결에 소꿉친구를 부르게 된다. 예전부터 느꼈던 이 감정은 도대체 어떤 감정인걸까 분명 수영장에서 머리를 식히고 나왔을 터인데, 금세 떠올려 버리고 만다. 알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다.

요우쨩 왜 그렇게 서 있어?”
치카?!?”

갑작스럽게 나타난 친구의 등장에 놀란 요우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 했다. 분명 먼저 교실에서 나가는 걸 봤는데 어째서 치카가 여기에 있는 걸까, 이 의문이 해결되기도 전에 치카는 요우의 손을 잡았다.

요우쨩 잠깐 같이 가자.”

, 어딜?”

요우쨩도 잘 아는 곳이야.”

교문을 넘어 버스 정류장을 지나치고 계속 걷는다. 혹시 화가 난걸까, 그렇지만 마주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요우가 우려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헤헤 다 왔다.”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언덕이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종종 같이 이곳으로 와 드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 그런 장소다.

요우쨩.”

“.., 치카쨩.”
혹시 치카가 뭐 실수 한적 있어?”

?”

걱정이 가득담긴 목소리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요우였다. 사과를 해야 될 사람은 자신이지만 치카는 오히려 자신에게 잘못한 점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있었다.

아니야 치카는 전혀 실수 한 게 없어…….오히려 내가 치카에게 사과해야 하는걸.”

정말? 다행이다 나는 요우쨩이 날 피하는 것 같아서 혹시 내가 실수 한 줄 알았어.”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치카는 양손을 모아 입가를 가리며 미소를 짓는다. 살짝 상기된 붉은 얼굴, 갑작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치카의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등지고 있는 태양 빛에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예쁘다.’

 

복잡하게 엉켜있는 실타래와 같이 답답했던 생각들이 정리된다. 나는 무엇 때문에 고민하고 치카를 피한 걸까 지금까지 한 행동이 부질없이 느껴졌다. 치카를 향한 감정이 정리되고 치카의 얼굴을 마주본다.

요우의 붉어지는 얼굴은 단순히 석양 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말,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말을 하기 위해 요우는 나지막이 입을 연다.

 

치카쨩나는 치카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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