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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키] 독감

Aeon16 2016. 6. 28. 17:56

모든 일은 아주 사소 한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그날 니코와 마키가 다툰 이유도 작은 이유 때문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니코는 스케쥴 체크를 하고 마키는 병원에 갈 준비를 한다. 후덥지근한 여름이 다가와 니코가 하는 일에는 점점 노출이 많아지게 됐다. 수영복 모델을 한다 던지, 아슬아슬한 옷을 입는다던지, 처음에는 마키 또한 니코의 일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마음에 들지 않게 되었고, 몇 번이나 니코에게 넌지시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 마다. 니코는 알겠어, 노력해 볼게, 라는 말로 확답을 회피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마키였지만, 니코를 믿으며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준비를 하던 도중 책상 위에 올려 진 니코의 수첩에 적혀 있는 스케쥴표를 보게 되었다.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 오늘 그곳에는 촬영이라고 적혀 있었다.

 

니코 이거 뭐야?”


손에 들린 수첩을 보자. 당황한 듯한 니코는 빠르게 손을 내밀어 수첩을 빼앗으려 했지만, 손을 허공을 맴돌 뿐이었다. 니코는 분한 듯 마키를 보며 힘을 주어 말했다.

 

마키, 어서 니코의 수첩 돌려줘.”
분명 촬영은 안하기로 약속한 것 같은데.”
안한다고 한 적은 없어, 되도록 하지 않는다고 했지.”
“...나가지마.”
싫어.”

말했잖아, 나는 니코가 그런 사진을 찍는 게 싫다고.”
수영복 촬영이 뭐가 어때서, 평소에도 비슷한 거 자주 입히면서.”
,그런 이야기가 아니잖아!! 하여튼 나는 니코가 나가는 게 싫어, 더 이상 그런 일 같은 거 하지마.”

, 그런 일?”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니코의 목소리에 마키는 말을 잘못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니코기에 평소에도 마키가 놀리듯이 말하면 불 같이 화를 내는 니코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니코의 일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은 싸우자는 것과 다름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사과를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지만, 오늘만큼은 숙이지 않기로 결정한 마키는 니코에게 말했다.

그래, 그런 일이라고 했어.”

“...맞아. 그런 일이지 사람들을 진료해주고 도와주는 의사인 마키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그저 그런 일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

그런 의미가 아니라.”

마키가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어도. 나에게는 그런 식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어.”

니코가 말을 마치자 무거운 침묵이 방안에 내려앉았다. “지금 유행성 독감이...” 뉴스를 보기 위해 틀어 놓았던 티비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 니코는 다시 금 손을 내밀어 마키의 손에 들려 있는 수첩을 빼앗아, 자신의 품안으로 가져왔다.

 

나갈게.”

 

그 한마디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문 밖으로 나가는 니코를 붙잡지도 못했다.

최악의 하루다. 조금씩 두통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출근까지 아슬아슬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전혀 출근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서둘러 준비를 한다. 리모콘으로 티비를 끄고 신경질 적으로 소파에 던져 버린 뒤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보니 어느새 구름이 잔뜩 껴있었다. 회색 구름으로 메워져 버린 하늘은 마키의 답답한 마음과도 같이 우중충했다. 차를 운전해 병원에 도착하자, 머리가 점점 더 아파오는 것 같았다. 미간을 어루만지며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뭐지? 오늘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주변을 둘러보고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병원 접수처에 근처에 걸려 있는 티비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거기에서는 아침에 본 적있는 독감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빠르게 사무실로 올라가려 하자 동료 의사와 마주치게 되었다.

 

웬일로 니시키노씨가 지각을 하네?

그게 좀... 사람 많네?”

맞아, 그러니 어서 와서 도와줘. 근데, 어디 아파? 표정이 안 좋은데.”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두통이 와서.”

 

동료의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일을 하러 돌아갔다. 마키도 서둘러 걸음을 옮겨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가운을 걸치고 진료실로 들어가 일을 시작하려 했다.

 

 

좀처럼 가시질 않네.”

미리 챙겨둔 두통약을 먹으며 다시금 머리를 만진다. 약효가 빨리 나타나길 기다리며 차트를 보며 일을 시작했다.

 

자 조금만 더 고개를 그렇게, 네 좋아요.”


플래시가 터지고 니코는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몇 번이나 계속 되는 촬영에 몸이 천천히 피곤해져갔지만 미소를 잃으려 하지 않았다. 감독들의 지시에 따라 계속해서 요구되는 자세에 맞춰 나가며 촬영을 계속했고 마지막 사진이 찍혔다.

 

휴식 시간입니다.”


그 말에 모두들 각자의 자리로가 휴식을 가지기 시작했다. 니코의 매니저가 다가와 수고하셨다는 말과 함께 음료와 수건을 건네주었다. 여름이긴 하지만 실내는 쌀쌀한 감이 있기에 가운을 덮고 자리에 앉아. 피로한 몸을 쉬게 해주었다.

 

하아, 힘들다.”

 

언제나 몸이 고되다, 정말로 그만 둘까 같은 생각을 몇 번이나 하기도 했지만, 이 일이 너무나도 즐거울 때가 너무 나도 많기에 그만두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그날의 일을 떠올리게 해준다. 모두들 헤어지지 않고 계속 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같은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뭔가 서글프면서도 그리운 생각이다.

 

하지만...너무 심했나.”


니코도 몇 번이나 촬영을 거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들어오는 일을 거절 할 수도 없었기에, 받아들이고 말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마키에게 미안한 마음도 많았다. 마키에게 미안하다면 잘 얘기 했으면 됐을 텐데 어째서 그렇게 화를 낸 건지 과거의 자신에게 몇 번이나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 촬영 중에도 자꾸 마키가 생각이나 몇 번이나 실수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가봐.’라며 이야기를 했고, 지적을 받을 때 마다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 어떻게든 이렇게 실내 촬영을 끝냈다.

 

오후는 야외 촬영이지...”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보았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점점 어두워져 있었다. 비가 올 것 같이 잔뜩 흐려진 하늘을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마키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 할까, 문자를 몇 번이나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니코가 고민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휴식시간이 끝났다는 스태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황급히 가운을 벗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문자는 조금 있다가 보내야겠네. 자리에서 일어난 니코는 촬영장으로 빠르게 걸어갔다.

어느덧 찾아온 점심시간 마키는 홀로 사무실로 돌아와 샌드위치를 꺼낸다. 식당에 갔지만, 영 입맛이 생기지 않아,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샌드위치지만 여전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허기를 없애기 위해서 샌드위치를 들어 입안에 집어넣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지만 억지로 몇 번이나 샌드위치를 씹은 뒤 커피를 마셔 목 뒤로 넘길 수가 있었다. 아까부터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아침에 니코랑 싸워서 그럴까 일진도 사나운 것 같았다.

 

그래도 약효는 제대로 나타나고 있나보네.”

 

거슬리던 두통이 어느 정도 줄어 든 것 같았다. 눈을 감고 검지로 관자놀이를 몇 번이나 꾹, 눌러줬다. 아침에 했던 말은 역시 심했다. 얼마 전 병원을 돌아다니며 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평소라면 흘려 들어도 되겠지만, 니코의 이름이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몸이 향했다. 환자 몇 명이 모여 잡지를 보며 니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여서 저급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니코를 대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한 바탕 해버렸다. 아침에는 그런 단순하고 질 낮은 질투심을 니코에게 화풀이 한 것뿐이다. 잘못한 것은 니코가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모르게 니코가 다시금 촬영을 한다고 하자, 화가 나버렸다.

 

분명히 사과해야겠지.”

 

니코니코니~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맞춰 놓은 알람이 방안에 울려 퍼졌다. 니코는 창피하다며 몇 번이나 지우라고 했지만, 전혀 듣지 않고 알람으로 설정 해뒀다. 알람이 울렸다는 것은 점심시간이 끝났다는 것이다. , 그러면 다시 일을 하러 가볼까. 알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다리의 힘이 빠지고 천장이 크게 뒤집혔다. ,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


온몸에 통증이 퍼지지만 일어 날 수가 없었다.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서서히 마키를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일어 난거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었고, 마키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져갔다. 무언가라도 잡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마키가 내민 손은 건전지가 다한 장난감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마키는 쥐어 짜내듯이 목소리를 내었다.

 

......”

 

모든 실내촬영이 끝나고 밖으로 모두들 밖으로 나가 준비를 하던 중 예상대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도 많이 오는 비에 장비 중 몇 개가 젖어 버렸고, 사람들은 물에 빠진 생쥐 꼴 이 되었기에, 촬영은 중단되고 말았다. 니코는 젖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자리로 돌아 왔다. 촬영에 대해서는 회의 중이니 이틈에 마키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보았다.

 

? 뭐지.”


화면을 켜보니 수많은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고, 전화를 건 사람은 마키였다. 그새를 못 참고 전화를 한 거야. 정말 어쩔 수 없네. 그때 다시금 전화가 걸려 왔고 역시 마키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정도면 받아주기로 할까, 니코는 내심 기뻐했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최대한 목소리를 낮게 하고 아직도 화가 나있다는 듯 말했다.

 

뭐야?”

, ...저기 니시키노 선생님 보호자 되시죠?”

,아 네, 누구세요?”

 

마키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니코는 황급히 목소리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전화를 건 사람의 목소리는 상당히 다급하고 놀란 목소리였기에 니코는 왠지모를 불길한 느낌이 들었고, 긴장을 하고 말았다.

 

저는, 니시키노의 동료 의사인데요. 지금 빨리 병원으로 와주세요.”

잠깐만요 무슨 일이길래 갑자기 이렇게...”
니시키노양이 쓰러졌습니다.”
?”

 

마키가 쓰러졌다는 말에, 니코는 핸드폰은 놓치고 말았다. 바닥으로 떨어진 핸드폰은 둔탁한 소리를 내었고 스피커 너머에서는 다급하게 니코를 부르는 소리만이 들렸다. 주변의 소리가 점점 지워져간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 기자재를 옮기는 소리, 밖에서 내리는 빗소리, 하나하나 들려오던 소리가 사라져가고 마지막으로 핸드폰 소리마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오로지 니코만이 세계에 혼자 남은 것만 같았다. ? 마키가 쓰러져,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저게 무슨 소리야, 혼자 남은 세계와는 달리 니코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져만 갔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그 순간 누군가가 니코에게 말했다.

 

야자와양?”

, ?”
우리 촬영은 다시 실내에서...”

니코에게 말을 한 것은 촬영감독이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니코는 감독이 하는 말 따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지금 니코가 해야 하는 일은 단 하나였다. 마키에게 가는 것.

 

죄송합니다. 저 지금 큰 일이 생겨서 정말 죄송합니다!!!”
? 야자와양, 야자와양.”

 

니코를 부르는 수많은 목소리를 뒤로 하고 니코는 무작정 달려 나갔다. 비에 젖는 것은 신경도 쓰지도 않은 체, 니코의 매니저가 있는 차량으로 향했다. 차문을 열자 안에 있던 매니저는 당황 한 듯 말했다.

 

,언니 촬영 있는 거 아니었어요?”

나왔어. 그보다 얼른 니시키노 병원으로 가줘. 언니 어디 아프세요? 아니야...그보다도 얼른, 빨리 부탁이야.”
,.”

매니저는 애절한 니코의 목소리에 빠르게 시동을 걸었고, 바로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오늘따라 왜 이리 신호가 길게 느껴 진적은 없었다. 마치 마키에게 가는 것을 방해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걸렸을까, 아슬아슬할 정도로 속도를 낸 차량은 이내 병원에 도착 할 수 있었고, 니코는 바로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언니.”

매니저가 무어라 하기 도 전에 병원으로 달려 간 니코는 거친 숨을 내몰아 쉬며, 접수처를 향해갔다. 니코를 본 접수처 간호원은들은 당황한 듯 니코를 보았고 주변의 사람들의 시선이 한눈에 쏠렸으며 웅성거림이 커졌지만, 니코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 하아, 여기... 니시키노 마키라는...하아 의사 있죠?”

, 그런데 지금 환자분 상태가 어서 치료를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아뇨, 저는 됐으니 먼저 마키가 있는 곳부터 알려주세요.”

그게...”

제발요. 제가 마키의 보호자에요.”


니코가 간호사에게 매달리듯 말하자, 간호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니코를 안내해주었다. 니코는 몇 번이나 감사하다며 말했고, 어느 정도 걸어가자, 니시키노 마키라는 이름이 걸려있는 병실에 도착했고, 간호사가 문을 열었다. 병실 안에는 링거를 맞고 있는 마키가 침대위에 누워 있었다.

 

마키..., 미안해...오늘 내가 한 말 전부 미안하니깐...”

“...”

앞으로는 마키가 하는 말 잘 들을 게 그러니...마키 제발...”

 

마키의 침대 앞에서 니코는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조금만 더 일찍 말할 걸 먼저 사과 할걸 등등 후회가 몰려왔다. 제발 마키가 일어나게 해달라고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었다.

 

녹음이 종료되었습니다.’

?”

그때 기묘한 기계음에 니코는 고개를 들어 보았다. 침대 위에는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들고 있는 마키가 니코를 보고 있었다.

...?”

내 말대로 하는 거다?”

마키!!!”

뭐야, 왜 수영복을 입고 있어?”

 

마키의 말에 니코는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볼 수가 있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수영복을 입은채 촬영장을 뛰쳐나와 병원을 활보하고 다닌 것이다. 다시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었지만 지금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고, 니코는 그대로 마키의 품안에 달려 들었다. 마키가 정신을 차리다니, 세상 모든 것을 다시 손에 쥔 느낌이었다. 소독약 냄새가 뒤섞여 있는 마키의 체취가 니코의 코를 간질였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도 좋다고 생각할 때 뒤에서 간호사가 말했다.

 

저기 선생님께 그렇게 붙어있으면 좋지 않습니다.”

, 방금 일어난 사람한테 너무...안정을 취해야죠.”

그것도 있지만, 선생님이 독감이라서...”
독감이요?”
그리고 환자분도 치료를 해야 하니 잠시 이쪽으로.”

제가 치료를요? 다친 데는 없는데?”

간호사가 걱정 어린 눈으로 아래를 보라고 하자, 발 여기저기에 많은 생채기가 나있었고,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신발은 언제 벗겨 진건지 알 수도 없었으며, 그대로 병원으로 달려와 이렇게 된 것 같았다. 니코는 간호사를 따라 치료를 받고 수영복 대신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몸을 말렸다. 흰 붕대로 칭칭 감은 양발은 발을 내딛기만 해도 아팠기에 결국 입원을 했다.

 

참나, 그렇게 무식하게 수영복 입고 맨발로 달려오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

그러면, 유행성 독감에 걸린 것도 모르고 일하다가 병원에서 쓰러지는 의사가 어디에 있어?”

마키의 바로 옆의 침대에 누운 니코는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마키의 말싸움을 시작했다. 서로에게지지 않으려는 듯, 계속 말꼬리를 잡고 투닥 거렸다. 그러다 결국 마키가 한 숨을 쉬며 어쩔 수 없군, 이라고 말하며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그러자 니코는 소금을 맞은 달팽이처럼 몸을 배배꼬다가 마키에게 배개를 던져 맞추려 했지만 여유롭게 피하고, 열 받은 니코가 마키에게 가려다가 발이 아파서 가지 못하는 것을 마키가 비웃다가 결국 간호사에게 한 소리 듣고는 얌전해졌다.

 

저기 마키...”

저기 니코...”

 

목소리가 동시에 겹쳤다. 서로에게 양보를 하다가 결국 같이 말하기로 결정했다. 누가 말하든 똑같은 말일 것이 분명하기에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그리고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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