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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노조에리] 관람차.

Aeon16 2016. 2. 2. 21:57

핸드폰 진동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누구일까 생각 할 필요도 없었다. 화면에는 에릿치~라는 문자가 떠올랐다. 역시나 에리다. 아마도 오늘 만나는 것 때문에 전화를 한 것 이 분명 하다.

와 전화했나?”

글쎄? 노조미의 목소리를 좀 더 빨리 듣고 싶어서 일까.”

역시 말은 번지르르하구마.”

그래, 조금있다가 만나.”

에릿치나 늦지말레이.”

통화를 끝내고, 나갈 준비를 마저 한다. 어떤 옷이 좋을 까, 한참을 고민하다. 에리가 어울린다고 해준 보라색 원피스가 눈에 들어왔다. 첫 데이트 때 입었던 옷, 에리가 몇 번이나 예쁘다고 해준 옷이기에 가장 마음에든 옷 중 하나이다. 역시 이게 좋겠다. 옷을 갈아입고 위에 받쳐 입을 코트를 꺼낸다. 콧노래를 부르며, 데이트 준비를 한다. 오랜만에 데이트이다. 힘 좀 주고 가는 게 좋겠지, 그렇게 준비를 계속해 나간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나갈 시간이 되었다.

이크크, 지각하면 안 되지.”

10분전에는 나가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왠지 아슬아슬 할 것 같다.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한다. 조금만 서둘러 달라고 하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신다. 기사님의 노력 덕분일까, 10분전에 도착하였다.

감사합니더.”

, 데이트 잘하세요.”

기사님의 인사에 미소를 짓는다. 약속한 놀이동산 매표소 앞에 나가자 에리가 있었다. 역시 먼저 나와 있었구나, 핸드폰과 주변을 반복해서 둘러보던 에리는 노조미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노조미도 에리를 향해 달려간다. 에리의 앞까지 가서 노조미가 말했다.

에릿치는 거짓말쟁이구마. 약속시간보다 일찍나오고.”

노조미도 일찍 나왔잖아. 그럴 줄 알고 있었지.”

정말이지...”

, 어서 들어가자.”에리가 손을 내밀고 노조미는 에리의 손을 붙잡는다. 굳게 잡은 손으로 서로의 체온이 느껴진다. 살짝은 차가운 에리의 손, 따스한 노조미의 손, 받아들여지는 감각은 다르지만 한 가지 생각은 같았다.

노조미의 손.” “에리의 손.”좋네,” “좋구마.”

둘이 동시에 말하자, 웃음이 터져 버렸다. 둘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마치 짜놓은 각본을 연기 한 것처럼 보일 것이다.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가자 저 멀리서 움직이는 관람차를 바라본 뒤 가져왔던 안내책자를 펼쳐보았다. 어떤 기구를 먼저 탈까, 이야기를 나눈다. 노조미는 유령의 집을 말하자, 에리는 차라리 바이킹을 타자고 노조미에게 애원하였다. 여전히 어두운 걸 무서 워 하는 게 또 에리다웠다. 결국 유령의 집은 봉인하기로 하고 나머지 기구들을 즐기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바이킹, 다음에는 롤러코스터,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추천 코스대로 기구를 하나, 하나 정복해 나갔다.

재미있구마.”

그러게 놀이동산도 오랜만에 오니 재미있네.”

다음에는 다같이 오는게 좋겠구마.”

“...그러자.”

맞다, 슬슬 배고프지 않나.”

, 슬슬 배고프던 참이었어. 안에 푸드코트라도 갈까?”

저기 에릿치...내가 준비해 봤다.”

몇 번을 머뭇거리던 노조미는 가방 안에서 도시락 통을 꺼내었다. 노조미가 도시락을 준비했다는 말에 무얼까 싶었고, 통을 열어보니 안에는 유부초밥과, 주먹밥이 들어있었다.

와아, 맛있겠다. 근데 노조미...혹시 주먹밥에...”

매실장아찌는 뺏다. 대신에...”

대신에?”

불고기를 넣었구마.”

,그렇구나.”

,, 싸게싸게 먹어봐라 맛있을꺼다.”

에리는 주먹밥 하나를 들어 입안에 집어넣었다. 몇 번이나 입안에서 우물거렸고, 노조미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긴장하였다. 잠시 뒤 주먹밥을 전부 삼킨 에리가 말했다.

맛있네.”

,그렇지 당연하기다.”

에리의 칭찬에 노조미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식사를 하였다. 노조미와 에리 둘 다 상당히 배가 고팠는지, 도시락 통 안에 가득 차있던, 유부초밥과 주먹밥은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노조미가 에리를 이끌며 어딘가로 향하였다. 에리가 어디로 가냐고 물었고, 노조미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밥을 먹었으면, 간식을 먹어야제.”

간식 배는 따로 있다는 노조미의 의견을 부정 하지 않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매점에 갔다. 에리는 평범한 소프트 아이크림 노조미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들고 동물원으로 향하였다. 동물원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뽐내는 동물도 있었고, 만사가 귀찮은 듯 잠만 자는 동물도 있었다. 저 토끼는 우미를 닮았다. 저 곰은 호노카를 닮았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하며, 즐겁게 동물원 구경을 끝마쳤다. 즐거운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 버린다. 어느새 푸르렀던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벌써 이런 시간이구마.”

그러게, 슬슬 기구 종료시간이네.”

그러면, 마지막 하나를 타볼까.”“...그러자.”노조미와 에리가 타러 간 놀이기구는 대관람차였다. 종료시간이 임박했기에 기다리는 줄도 없었고, 노조미와 에리는 바로 기구를 탈수 있었다. 단 둘만이 있는 공간, 노조미와 에리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오늘 즐거웠데이.”

나도 재미있었어.

정말로 마지막이구마...”

그러게...”

에릿치랑 함께해서 정말로 즐거웠데이.”“...나도, 노조미와 함께여서 정말 행복했어.”단 둘이는 더 이상 오지 못하는 게 좀 쓸쓸할 지도 모르겠다.”

“...”

“...”

정적만이 맴도는 관람차는 꼭대기에 도달하고 노조미가 입을 열었다.

사랑했데이, 에릿치.”

마지막 고백, 이별을 고하는 말이 나지막이 울려 퍼진다.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하는 관람차 에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창밖만을 바라본다. 곧 관람차에서 내려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여전히 잘 어울려 그 보라색 원피스.”

“...헤헷, 칭찬 고맙구마.”

노조미와 에리가 내릴 차례가 되고, 둘은 자리에서 일어나 관람차 안에서 나왔다. 노조미와 에리가 내리자마자, 관람차의 운영은 종료되었고, 화려하게 빛나던 조명 또한 일제히 꺼졌다. 빛을 잃어버린 움직이지 않는 관람차 앞에서 노조미와 에리는 말 없이 한 참을 서있었다.

비가 내리는구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노조미 한 마디 했다. 비가 올 리 없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다. 하지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거센 비가 노조미와 에리를 적셔가고 있었다.

그러게, 이 비는 그치지 않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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