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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호노멍]-첫만남

Aeon16 2016. 2. 11. 21:56

비 가 오는 날, 다 허물어져 가는 종이 상자 안에 있는 작은 아이, 주황색으로 빛나는 털은 물에 젖어 색을 잃어 버렸고, 꼬리와 귀는 기운 없이 쳐져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상자 안에 있었는지 모른다. 그저 추위에 떨고 있는 시선을 돌려 버린다면 곧 사그라들어 버릴 것 같은 작은 생명의 불꽃을 무시 할 수 는 없었다. 정말이지 모질지 못하다. 겉옷으로 작은 아이를 감싸 조금이라도 날아 들어오는 비바람을 막아주려 했다. 으으응, 자그마한 신음소리가 옷가지 안에서 새어나왔다. 힘 없는 저항이 느껴졌다.

조금만 참아.”

말을 알아들었는지, 신음소리와 저항이 줄어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바람이 거세졌다. 정말로 제대로 되는 게 하나 없는 날이네, 하늘을 향한 빈정거림을 듣기라도 한걸까, 빗방울이 더욱더 굵어졌다. 그렇게 한 참을 달려 도착한 보금자리 빠르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살을 가르는 듯한 바람이 사라지자 한 결 나아졌다. 하지만 물기를 잔뜩 머금어 보온기능을 상실한 옷에서 냉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당장이라도 옷을 벗어버리고 욕탕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양손에 들려 있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파랗게 질려 버린 얼굴, 역시 이런 겉옷으로는 무리가 있었다. 아이를 들고 바로 욕탕으로 들어가 뜨거운 물을 받았다. 열기를 품은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지금당장이라도 저 탕 안에 몸을 던지고 싶었다. 폭포수처럼 밀려들어오는 욕구를 억누르며, 넝마 같은 옷을 벗긴 뒤 아이를 따스한 욕탕 안에 넣었다. 그러자, 굳어있던 얼굴이 풀리고 파랗게 질린 얼굴도 서서히 혈기를 띄기 시작했다.

우우우우.”

기분 좋은가 보네...엣취. , 나도 어서 들어가야지, 감기 걸리겠다.”

젖어버린 옷을 한 구석에 던져 버리고 탕 안에 같이 들어갔다. 처음에는 경계심 가득해보였지만, 옆으로 자리를 내주는걸 보니 그렇게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가볍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탕안에 들어갔다. 뼛속까지 스며들었던 냉기가 순식간에 물러나고, 온기가 몸 구석구석 스며 들었다.

아아, 기분 좋아... 근데, 너 이름은 뭐야?”

“...아우으으.”

말을 못 하는 건가?”

이름은 넘어가기로 하고 지금은 피로한 몸을 풀기로 하였다. 데려올 때는 급하게 아무것도 보지 않고, 무작정 데려와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천천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귀, 기분 좋은 듯 살랑 거리는 꼬리, 호수를 옮겨 놓은 듯한 푸른색 눈동자, 앙증맞은 손가락과 가락, 요모조모 살펴보니, 엄청나게 귀여운 아이다. 어떤 놈이 이런 아이를 버렸는지, 천벌을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그때 아이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 같은 것이 걸려 있었다. 혹시 주소라도 적혀 있나 싶었지만, 그곳에는 [호노멍] 이라는 글자만이 쓰여 있었다. 설마...

호노멍?”

“왕?”

“...이름이 호노멍이구나.”

요즘 이런 유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단 말이지.”

얼마 전 뉴스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정말이지, 각오가 없으면 기르지도 말란 말이야. 그런 말을 하면서도 후회가 되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충동적으로 이 아이를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해보았지만 딱히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일단 씻고 밥 먹고 생각해보자.”

 목욕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기껏 깨끗하게 씻겼으니, 몸을 제대로 말려 줘야지, 도망치려는 호노멍을 잡아. 살짝 큰 티셔츠를 입히고 드라이기로 구석구석 몸을 말려 주었다. 분명 밖으로 나갔다면, 티비에서 봤던 강아지처럼 몸을 털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겠지, 그것만은 절대로 사양이다. 보송보송해진 호노멍은 물에 젖기 전과는 딴판이었다. 보는 것 만으로 도 따듯해질 것 같은 주황빛머리카락은 마치 햇 님 과도 같았다. 그런 호노멍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호노멍은 손을 피해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래, 아직은 신용할 수 없다는 거지. 일단은 통성명부터 해야겠네, 나는 아야세 에리 대학생이고, 여기 이 맨션에서 살고 있으면서 너의 임시보호자? 정도 되겠네.”

우우우.”

그렇게 까지 무서워할 것 까지는 없는데.”

샤워실에 있기 전과는 다른 모습, 살랑거리던 꼬리는 움직이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었으며, 호노멍의 시선은 에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명백하게 에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에리는 왠지모를 섭섭함을 느끼며, 호노멍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경계모드에 들어간 호노멍의 방어를 뚫기는 어려워 보였고, 이대로라면 내일이여도 마찬가지 일 것 같았다.

이럴 때는 역시... 이게 최고지.”

에리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호노멍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에리가 사라진 곳을 계속 바라보았다. 슬그머니 구석에서 나와 에리가 무엇을 하려는지 보려고 할 때, 에리가 주방에서 나왔고, 호노멍은 재빠르게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에리는 구석에 있는 호노멍을 보며 자신만만한 얼굴을 하였고, 주방에서 가져온 것을 꺼내보였다.

이걸 보고도 계속 거기 있을 수 있을까.”

에리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빵 봉지였다. 호노멍은 처음 보는 것에 고개를 움직였고, 에리는 미소를 지으며 빵 봉지를 뜯었다. 그러자 호노멍의 후각에서는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고소하며, 달달한 냄새가 계속해서 호노멍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였고, 식욕을 자극하는 갈색으로 빛나는 빵 껍질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한 방울 흘리고 말았다.

후후후, 어때? 나올 마음이 생겼어?”

우웃.”

에리의 말에 호노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거절의 뜻을 보였지만, 유전이라도 터진 듯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침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침은 어느새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저기...호노멍, 그만 나오면 안될까?”

눈물까지 글썽이며, 버티고 있는 호노멍을 보자, 왠지 에리가 호노멍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다. 에리는 결국 호노멍을 유혹하는 것을 포기하고, 호노멍에게 빵을 건네주었다. 몇 번이나 에리와 빵을 번갈아 보던 호노멍은 순식간에 에리의 손에서 빵을 채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으으, 배고픈 아이를 상대로 뭘한거야...미안하네."

"와웅.”

,저기 호노멍 천천히 먹어도 돼, 하나 더 있어.”

, 케엑.”

, 호노멍?”

에리의 염려대로 호노멍은 빵을 먹다가, 목이 막힌 듯 갑자기 들려있던 빵을 떨어뜨리고 계속해서 재채기를 하였다. 에리는 당황하였지만, 이내 침착하고 주방에서 물 한 컵을 따라 가져와 호노멍을 품에 안은 뒤 호노멍에게 물을 먹여주었다. 에리가 주는 물을 마신 호노카는 다행이 빵이 넘어갔는지, 크게 숨을 내몰아 쉬고는 몇 번이나 크게 기침을 하였다.

아아, 다행이다.”

으으...”

저기 괜찮아?”

호노카도 놀랐는지 몇 번이나 에리를 쳐다보았고 다행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데리고 오자마자 이런 사고를 쳐 놀라게 하다니, 간 떨어 질 뻔했다. 아아아, 이런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 어쩔 수 없다. 만약 병원에 맡기거나 다른 사람에게 호노멍을 보내준다면, 걱정이 되어서 잠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본지 몇 시간 밖에 안 되었는데,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여서 참을 수가 없다. 에리는 한 숨을 쉬고 호노멍을 보며말했다.

어쩔 수 없네...”

“?”

저기 나랑 같이 살래, 호노멍?”“....”

싫으면 싫다고 해도...”

“...아니야, 잘 부탁해 에리쨩.”

뭐야? 호노멍 말 할줄 알아?”“?”

호노멍의 울음소리 말고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 호노멍을 보았다. 그러나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에리를 바라보았다. 역시 잘못들은 것일까, 말을 해보라고 하여도 호노멍은 계속 왕? 이라는 말만을 하였다. 뭐지, 그건... 에리가 잘못 들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 호노멍과는 아주, 아주 오래 같이 있을 것이라는 것.

잘 부탁해. 호노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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