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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요시마루] 험담

Aeon16 2016. 9. 7. 19:45

험담[險談]:남의 흠을 찾아내어 하는 말.

 

어째서 요하네님이 즈라마루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거야.”


요시코는 불만스러운 듯 이야기 했지만, 친구에게 부탁을 받은 것이 나름 기뻤다. 누군가 자신에게 의지를 해준다니 실로 리얼충스럽지 않은가. 방과 후 도서정리를 도와 달라는 간단한 부탁. 오늘은 스쿨아이돌 연습도 없기에 곧장 도서실로 향했다.


즈라마루 이 몸이 도와주러 왔어. 어라? 없잖아.”


텅 빈 도서관은 요시코가 기다렸던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요시코의 목소리만이 맴돌았다. 아직 안온건가. 즈라마루 먼저 말했으면서 도서관에는 없다니, 살짝 볼을 부풀리며 도서관 안으로 들어간 요시코는 테이블 위에 쌓여있는 책을 보며 살짝 후회했다.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정리해야 하는 책들을 뒤로하고 도서관 안에 있는 책들을 훑어 봤다. 요시코의 시선이 향한 곳은 북구신화, 그리스 신화, 카발라에 대해서 같은 책이 꽂혀 있는 장소였다. 그중 한 권을 집어 들어 책을 펼치려 할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마루가 온 건가. 들어온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책장사이로 살펴봤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하나마루가 아닌 같은 반 친구들이었고, 요시코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요하네는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용기를 내어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가려는 순간 자신의 이름이 불렸다.


츠시마 말이야...”

조금 이상하지 않아?” “타천사라던가...” “2병이지 조금 기분 나빠.”


요시코는 주변의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점점 뭉그러져간다.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으려 할 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반 아이들은 놀란 듯 험담을 멈췄다.

다들 여기서 뭐하고 계신거에유.”

하나마루는 몰려있는 반 친구들을 보고 말을 하자, 그녀들은 말을 대충 얼버무리고 황급히 도서관을 나갔다. 저 멀리 사라져 가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왔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요시코쨩?”

“...”


아무 말 없이 엎드려 있는 요시코의 얼굴 아래에서는 천천히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물이 새나 보네유.”


하나마루는 그대로 요시코를 안아줬다. 가디건 너머로 느껴지는 따스함에 방금 전 비수와도 같이 날아 들어 요시코의 가슴에 박힌 말들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하나마루.”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는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을거에유, 하지만 그런 같잖은 말들로 요시코쨩을 깍아 내릴수는 없어유. 내가 아는 요시코쨩은 정말로 멋진걸유. 그리고 내가 언제나 옆에 있어 줄 테니 울지 말아줘.”


, 누가 울었다는거야. 즈라마루 말대로 도서관 천장에서 물이 새는 거야.”


요시코는 눈가에 맺힌 물기를 닦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타천사는 이런 일로 좌절하지 않는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이며 하나마루에게 어서 도서정리를 하자고 말했다. 하나마루는 알겠다며, 가방을 내려놓으려 할 때 핸드폰 진동이 느껴져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쿠니키다. 부탁 받은 대로 츠시마 이야기 좀 했어.”

, 감사해유.”

근데 왜 그런 일을 부탁 한 거야? 우린 돈만 받으면 상관없긴 한데.”


왜냐면 말이야. 너희 같은 애들이랑 요시코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수가 없을 것 같거든 요시코의 주변에는 나만 있으면 돼, 언제까지나 말이야. 요시코의 그런 얼굴을 볼 수 있는 건 나밖에 없어.


비밀이에유.”


그렇게 문자를 보낸 하나마루는 핸드폰을 꺼버린 뒤, 요시코에게 다가가 도서정리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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