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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코토x우미] 야식

Aeon16 2016. 9. 23. 22:01

건물의 불이 하나 둘씩 꺼져가는 밤. 시간이 깊어 떠들썩했던 거리는 적막만이 내려 앉아. 풀벌레 우는 소리와 가로등 불 빛 만이거리를 밝히고 있는 깊은 밤. 이런 야심한 시간에도 유난히 밝은 빛을 내는 방이 있었다. 거실의 형광등은 밝게 켜져 있었고, 거실에는 한층 밝은 노트북 빛이 더해졌다. 능수능란하게 키보드 위를 무대 삼아 춤추는 손가락들은 쉴 틈 없이 춤을 추고 경쾌한 타자소리들이 무대의 배경음악이 되어줬다. 무대가 끝을 고하듯 타자 위에서 움직임을 멈추고 옆에 있는 마우스로 옮겨가 몇 번이나 노트북 화면 위를 움직였다. 잠시 뒤 노트북을 닫고 모든 것이 끝났다는 듯 후련한 표정을 하고 기지개를 킨 코토리가 말했다.

 

으음, 끝났다. 우미쨩은?”

저도 이제 막 끝났습니다.”

 

우미도 노트북을 닫고 코토리와 같이 기지개를 켰다. 얼마나 오랫동안 앉아 있었는지 몸이 굳어버린 것 만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근육을 풀어줬다. 몸을 돌릴 때 마다 몸에서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 서서히 몸이 풀리는 개운함과 동시에 과제가 끝났다는 기쁨이 서서히 찾아오기 시작했다. 코토리와 우미 둘 다 과제로 인해 몇 날 며칠 동안 밤을 샜다. 그동안 전혀 애정을 나누지도 못하고 이야기도 많이 못했다. 그동안의 일을 생각한다면 우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우미쨩 몸에서 엄청난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코토리도 그렇습니다. 얼마나 앉아 있던거죠, 우리들은.”

...저녁을 먹고 바로 시작을 했으니 지금...에엣 벌써 새벽 1시야 우미쨩.”
거의 7시간을 앉아 있었군요.”

 

고개를 가로저으며 질린 다는 듯 노트북을 봤다. 다행이도 내일은 휴일이니 늦게 자도 상관은 없었다. 내일 부터는 코토리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이 아래에서부터 느껴졌다.

꼬르르륵.

다른 것이 먼저 온 것 같았다. 7시간을 내리 두뇌노동을 했으니 배가 고픈 것이 당연하다. 코토리도 배가 고픈 듯 우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밤늦은 시간 밖에 나갈 수는 없었다. 결단을 내린 우미는 주방으로 다가가 찬장을 열었다.

 

“3분 다됐습니다. 코토리.”

, 우미쨩도 어서 먹어.”

알겠습니다.”

 

컵라면 뚜껑을 연 우미와 코토리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라면 안에 젓가락을 넣어 면을 들어 올렸다. 인스턴트 음식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우미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컵라면의 봉인을 풀었다. 린이 듣는다면 컵라면은 나쁘지않다냐. 라고 말하겠지만 우미는 아직도 단호한 면을 보였다. 그러나 둘 다 상당히 배가 고팠는지 컵라면은 국물의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었다. 허기를 달래자. 피로감이 서서히 몰려 들었다. 눈꺼풀이 서서히 무거워 지고 하품이 나오려 했지만, 일단은 뒷정리를 해야 하기에 졸음을 억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 쓰레기봉투에 텅 빈 컵라면을 버리고 코토리에게 말했다.

 

그럼 코토리 이만 잘 준비를 할까요?”
저기 우미쨩.”
왜 부르시죠?”

코토리는 아직 배가 고픈데.”

그러면 다른 간식이라도...”


그 순간 코토리의 입술이 우미의 입술위에 포개졌다. 방금 전 코토리가 먹었던 씨 푸드 컵라면의 향기가 올라왔다. 입술이 떨어지고 코토리에게서 몇 발자국 물러났다.

 

,코토리?”

코토리는 코토리만의 특별한 간식이 먹고 싶어. 그동안 참아 온건 우미쨩 만이 아니야.”

 

서서히 다가오는 코토리. 우미의 뒤에는 냉장고가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우미는 코토리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 오늘은 편히 잠들지 못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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