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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에리우미] 비오는 날

Aeon16 2016. 10. 1. 20:57

분명 아침 일기예보에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었기에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저 기우라 생각하며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흐려진 하늘에서는 세차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큰일이군요.”

 

전혀 수그라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 장대비를 보며 우미는 궁도부실 앞에 서있었다. 이렇게 비가 온다면 뛰어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핸드폰을 보며 누구에게 연락을 할 까 고민하던 도중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미?”

에리? 어째서 이 시간까지?”

우미야 말로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야?”

 

궁도부실 앞에 서있는 에리에게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오늘은 특별히 우미가 궁도부원들에게 궁도 시범겸 교육시간이 있어서 궁도부원들의 지도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늦었고 홀로 남아 오랜만에 활을 쏘다 보니 신이 나서 이 시간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우미의 설명이었다. 다행이 에리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일을 돕다 보니 이시간이 되어 하교를 하게 됐는데 마침 우미를 발견하고 오게 된 것 이다.

 

그나저나 에리는 용케 우산을 준비했군요.”

항상 가방 안에 우산을 준비해 두거든.”

그렇군요...”

저기 우미 우산 같이 쓰고 갈래?”

?”

 

갑작스러운 에리의 제안에 우미는 놀랐다. 거절을 할까 생각했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고 에리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니었기에 실례한다며 에리의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다면 근처 편의점 까지만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가볼까.”

한 우산 아래에 있는 에리와 우미는 아무 말 없이 길을 걸어간다. 우산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만이 둘의 사이를 채워가고 있을 때, 에리가 먼저 우미에게 말을 했다.

저기, 우미 궁도부를 그만 둔거 후회하지 않아?”
후회요?”


후회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궁도부에서도 상당히 좋은 성적을 냈고, 몇몇 부원들은 그만두지 말라며 만류까지 했고, 궁도부원에서는 우미의 팬이어서 궁도부에 들어온 사람도 왕왕있을 정도였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것은 좋았다. 자신이 있을 곳이라는 안정감이 들었고 그에 부응해 더욱 열심히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는 합니다.”
그래?”

, 하지만 저를 더욱 기대로 해주는 곳이 있으니 이곳에 더욱 열심히 할겁니다. 그래야 저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최대한의 보상이니까요.”
역시, 우미답네.”

그리고...”

그리고?”

에리가 있으니까요...”

 

쏴아아아아아.

거세진 빗소리 만이 다시금 주변에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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