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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요시]양치질

Aeon16 2016. 10. 29. 15:10

이를 닦는 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행위이다. 사람의 이는 상어 같은 동물처럼 계속해서 자라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잃으면 그대로 끝이 나버린다. 현대에는 과학이 발전해 임플란트라는 도구가 있기는 하지만 한 번 맞출 때 마다 손이 덜덜 떨릴 정도의 지출이 나간다. 그렇기에 최대한 이를 소중히 하며 충치 같은 질병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분명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다.

 

싫어~ 그냥 잘래.”
욧쨩. 그러면 안 된다니깐.”

우우, 리리는 너무 깐깐해.”

 

취기가 잔뜩 올라 잘 익은 사과 같이 붉어진 얼굴, 몸에서 올라오는 술 냄새. 소파에 누워있는 요시코는 절대로 양치를 하지 않겠다며 리코에게 한껏 투정을 부리고 있었다. 검은 가죽 소파에 고양이처럼 누워 아등바등 거리는 요시코를 보며 리코는 어찌할 바를 하지 못해 한 숨을 쉬었다. 같이 동거하게 된지도 어느덧 1년 리코와 같은 대학교로 진학을 하겠다는 요시코의 말에 응원을 해주고 도움을 줬다. 진학 자료를 전해주고, 공부를 도와줬다. 중간에 몇 번이나 힘이 든다고 했지만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럴 때 마다 요시코가 너무나도 대견해 몇 번이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때는 그게 최대한의 애정표현이었다. 그 일선을 넘어버리면 수험생인 요시코에게는 너무 위험했다. 물론 리코에게도,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리코가 있는 대학에 합격을 했고, 그날 요시코는 리코의 자취방으로 와 아무 말 없이 입맞춤을 나누고 그동안 고생을 보상 받으려 했다. 그날 일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얼굴이 붉어진다. 그런 뒤 요시코는 리코와 같이 살게 됐다. 물론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았다. 처음 요시코와 단 둘이 인사를 드리러 긴장이 돼서 어떻게 되는 줄 알았지만 친절하게 허락을 해주신 요시코의 어머님 덕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요시코가 진학한과는 연극영화과였다. 학교에 합격 했을 때를 물어 보니 면접 때 운이 좋았다고 말했었다. 면접관들 앞에 놓여 있는 종이 하나를 뽑아 연기를 하는 것이 면접방법이었는데 마침 타락한 천사의 고뇌라는 주제가 뽑혔고 그날 요시코 아니 요하네가 강림해 타천사의 검은 날갯짓이 면접장 안을 휩쓸었다고 요시코는 말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좋은 연기를 보여 준건 합격 통지서를 받은 것으로 알 수가 있었다. 요시코가 도쿄로 올라와 동거를 하게 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학과 내에서도 요시코는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은 것 같았다. 면접을 본 교수들이 요시코를 알아보고 칭찬을 하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관심이 모이게 되고 요시코에게 먼저 다가와 자연스럽게 학과의 인기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된 것 까지는 정말 좋았다. 요시코에 대한 한 가지 걱정을 덜 수 있었으니깐,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사라지자마 마자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학과모임이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학과 모임에 참여해 한껏 붉어진 얼굴로 집안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고 리코가 요시코를 데리러 간적도 몇 번이나 있었다. 처음 요시코를 데리러 간 날 정말 잘 익은 토마토와도 같은 붉은색이 된 요시코는 리코를 보자 말했다.

 

, 리리다!!”

, 요시코?”

보고싶었으어어어. 헤헤.”
,술냄새 얼마나 마신거야?”

...내가 리리를 사랑하는 만큼?”

“...엄청 마셨나보네.”

 

고양이 같이 리코의 볼에 얼굴을 부비는 요시코가 정말로 귀여웠지만 아까부터 화살처럼 날아드는 주변의 시선에 황급히 요시코를 부축해 집으로 들어갔다. 요시코와 같은 학과로 보이는 사람들이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어찌어찌 거절하고 집에 도착했다. 술에 취해 늘어진 요시코를 집까지 데려 오는 건 상당히 힘들었다. 중간에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은 것을 살짝 후회할 정도였다. 요시코를 집으로 데리고 온 리코는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대로 요시코의 옆에 드러누워 같이 잠을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술 냄새 고기냄새 등 각종 냄새를 풍기고 있는 요시코의 옷을 벗기고 속옷을 갈아입혀줬다. 중간에 다른 마음이 잠깐 들 뻔했지만 너무나도 피곤하기에 그럴 마음이 사그라 들고 말았다. 그 뒤 리코도 샤워를 한 뒤 옷을 갈아입고 요시코의 옆에 쓰러지듯 잠들고 말았다.

다음날 눈을 떴을 때 리코는 근육통에 요시코는 숙취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둘 중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리코가 욱씬거리는 몸을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으윽, 괜찮아 요시코?”

...응 아까보다는...으윽. , 아니야 조금만 더 쉴게.”

차가운 물 좀 가져 다 줄게.”

미안해 리리.”


거의 반송장 상태가 된 요시코를 위해 리코는 몸을 움직여 물을 가져다주고 해장음식을 준비 해줬다. 그날 하루는 둘 다 상당히 고생했기에 요시코는 두 번 다시 과음을 하지 않겠다고 리코에게 약속을 했다. 그에 관해서는 리코도 주의를 주려 했는데, 먼저 요시코가 사과를 하고 약속까지 하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고생 한 날 이후로 요시코가 술을 마시는 빈도는 확연하게 줄었다. 학과 생활을 하며 아예 안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럴 때는 사전에 연락을 하기 로 했다. 그렇게 리코와 요시코는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리리.”

오늘은 얼마나 마셨어?”

으음, 오랜만에 마셔서 조금 많이...”

그래도 집에 들어와서 다행이네. 자 어서 씻고 자자.”

우웃, 시러.”
?”

내가 왔을 때 리리가 뽀뽀를 안 해줬잖아. 어서 뽀뽀해줘.”
,그런건 한적 없잖아.”
오늘부터 하면 되잖아. 자 어서 뽀뽀해줘.”

,일단 씻고와서.”
지금이 아니면 싫어어어.”

 

결국 요시코의 어리광에 이기지 못한 리코는 뽀뽀를 해주고 말았다. 그러자 요시코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리코의 말대로 샤워실로 들어가 샤워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평소에는 부끄럼 가득해 손을 잡거나 가벼운 스킨십 만해도 창피해하는 요시코가 적극적인 스킨십을 요구하고 어린아이처럼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 요시코가 술을 마신 뒤에는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일어났다. 물론 다음날 요시코는 취한 다음날 필름이 끊기는 편리한 체질이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일을 선명하게 기억해 리코의 얼굴을 보지 못할 정도로 민망해 했다.

 

저기...리리 어제는 그게...”

모닝 키스도 해줄까?”

으으으읏...”

 

베개에 얼굴을 묻고 몇 번이나 침대와 이불을 발로 뻥뻥 걷어찼다. 리코는 알면서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요시코가 너무 귀여워 몇 번이나 놀렸다. 그렇게 이불이 몇 번이나 천장을 향해 위로 올라가고 난 뒤 이불 밖으로 나온 요시코가 말했다.

 

“...해줘.”

그래.”

 

얌전히 눈을 감고 있는 요시코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해준다. 여전히 부끄러워하지만 행복해 하는 미소를 짓는 요시코를 보며 리코는 술버릇 조심하라고 말을 더해준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된 요시코의 술버릇은 어느 샌가 종적을 감췄다. 시간이 지나고 술자리가 줄어 듬에 따라 요시코가 술을 마실 이유 또한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중간고사와 각종 과제로부터 대학의 참맛을 보기 시작하니 술을 마실 여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한 동안 요시코의 술버릇이 보이지 않다고 오늘 연락을 받았다

 

리리, 오늘 중간고사 끝난 기념으로 회식이 있어서 늦을 거야.”

 

요시코의 문자를 본 리코는 마침 자기도 시험이 끝난 차이기에 친구들과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리코 또한 가볍게 술을 마신 후 집으로 들어갔다. 예상보다 늦었기에 서둘러 집을 향해 갔다.

 

어라 요시코 아직 안 들어 온 건가.”

 

고개를 들어 창문을 보니 집에는 불이 켜지지 않았다. 분명 요시코가 왔다면 불이 켜져 있을 텐데 조금 늦는 건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 요시코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조금씩 커져가는 걱정에 일단 짐을 놓고 요시코를 찾으러 가기로 결정한 리코는 문을 열며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때 익숙한 음악이 거실에서 흘러 나왔다.

 

이 벨소리는 요시코의 핸드폰 벨소리인데?”

 

침을 한 번 삼킨 리코는 천천히 거실을 향해 간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방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계속해서 요시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거실에 가까워질수록 벨소리는 커진다. 리코는 어둠속에서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찾았다. 하나, , 셋에 불을 키는 거야.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셋을 외침과 동시에 스위치를 눌러 거실의 전등을 켰다. 방안을 뒤덮었던 어둠이 물러가고 환한 빛이 방안을 채웠을 때 소파에 누워 고주망태가 된 요시코가 눈에 들어왔다.

소파 위에 널 부러진 옷처럼 축 처진 요시코를 본 리코는 놀라 한 달음에 요시코에게 달려갔다.

 

,욧쨩? , 술 냄새.”

으으으, 리리? 리리다아아.”

쓰러져 있던 요시코가 리코를 발견하자마자 몸을 일으켜 리코를 끌어안고 애정표현을 듬뿍했다. 이런 요시코의 행동이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해줬으면 좋겠지만 요시코의 눈동자는 이미 초점이 흐려져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게 하나 없어 보였다. 적어도 양치만이라도 시키고 자게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요시코를 달래 양치를 시키려 했고 지금 상황에 당면하게 됐다. 그냥 자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요시코에게 양치만하자고 했지만 한 곳에 자리 잡은 나무마냥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리코는 요시코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리리가 양치 해줘.”
? 지금 뭐라고 했어 욧쨩?”

그러니깐, 리리가 내 이를 닦아줘.”

 

당당하게 황당한 요구를 하는 요시코. 분명 이건 요시코에게 흑역사가 될게 분명했다. 다음날 이불로 몸을 꽁꽁 감싸고 한동안 나오지 않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그냥 해버리자는 충동을 부추기고 있었다. 어떻게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한참 갈등을 하고 있을 때 요시코는 크게 하품을 하고 다시 소파에 엎드렸다. 자동문처럼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 이대로라면 양치도 시켜주지 못하고 자버릴게 분명하다. 다급해진 리코는 욕실로 들어가 치약을 칫솔에 짜 올린 뒤 거실로 달려왔다. 소파에 누우려는 요시코를 일으켜 세운 뒤 한 손에 든 칫솔과 요시코를 번갈아봤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몇 번이나 되뇌이고 요시코에게 말했다.

 

, 요시코 아, 해봐.”

아아~.”

 

요시코가 입을 벌리자, 술 냄새가 한 층 더 진하게 풍겨온다. 한 눈에 들어오는 요시코의 입안 붉은 살 주변에 하얀 빛을 띈 이가 가지런히 정돈 되어 있다. 요시코의 볼에 손을 올려 얼굴을 잡아주고 칫솔을 든 손을 입안에 넣을 준비를 했다. 어서 양치를 해달라는 듯 눈을 감고 기다리는 요시코의 안으로 칫솔을 넣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칫솔 끝에 닿는 딱딱한 감촉 아마도 어금니 부분에 닿은 것 같았다. 리코는 침을 한 번 삼키고 조심스럽게 칫솔을 움직였다. 스윽, 스윽, 칫솔이 이를 닦아 주는 소리가 들려온다. 괜찮은 걸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려 할 때 요시코의 입에서는 갑작스럽게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읏.”

,욧쨩? 괜찮아?”

,나는 괘안하(괜찮아).”

 

하지만 요시코의 말과는 달리 요시코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양 볼은 취기 더욱 붉어져있었다. 단순히 취기 때문에 붉어진 것이 아니다. 미묘한 열기를 띄고 있는 이 표정 몇 번이나 본적이 있기에 알 수가 있다. 리코가 손을 빼려하자 요시코는 리코의 손을 잡고 고개를 돌린다. 리코가 손을 멈추자 그제 서야 요시코는 손을 놓아줬다. 리코는 알겠다는 듯 요시코를 보고는 양치를 계속해나갔다. 앞니를 닦고 다른 곳을 닦아 내려간다. 위에서 아래로 훑듯 칫솔의 솔이 요시코의 입안을 자극한다. 양치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요시코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또한 점점 더 짙어져간다. 신음소리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칫솔의 자극에 버틸 수가 없었다. 얼마나 소파를 강하게 잡았는지 요시코가 손을 올렸던 소파 위에는 그 자국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멈춰달란 소리는 하지 않았다. 그저 리코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양치를 이어가달라고 한다. 이를 전부 닦았을 때쯤 리코의 손은 아래를 내렸다. 무방비 상태인 잇몸 연약한 살결 위에 칫솔이 닿는다.

 

아으읏.”

계속 닦을게.”

누구에게도 닿지 않았던 연약한 살들 위로 거친 솔들이 위를 달린다. 계속 되는 자극에도 익숙해지지 않고 더욱 강해져간다. 몇 번이나 계속 되는 양치질 방안의 공기는 점점 열기를 띄기 시작했다. 양치질 소리, 요시코의 신음소리, 두근거리는 둘의 심장소리만이 방안에 울려 퍼진다. 촉촉해진 요시코의 눈동자 안에는 리코가 비추어지고 리코 또한 요시코를 바라본다. 누가 먼저랄 것이 없었다. 리코가 요시코의 입안에서 칫솔을 꺼냈다. 치약의 하얀 거품과 요시코의 타액이 뒤엉켜 길게 늘어진다. 칫솔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입술 주변에 흐른 하얀 거품을 손으로 닦아준다. 천천히 가까워져 가는 둘의 거리 진한 페퍼민트 향이 리코의 코끝을 간질인다.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고 열기가 느껴진다. 그때 요시코가 리코의 어깨를 잡는다.

 

저기 리리, ,잠깐만.”

?”

 

갑작스러운 요시코의 행동에 리코는 당황했다. 역시 너무 성급했던 걸까 안절부절 하고 있을 때, 요시코는 책상위에 올려놓은 칫솔을 들고 주방으로 비틀비틀 걸어갔다. 역시 아직 술이 덜 깬 것 같아 다시 걱정이 되었다. 싱크대 앞에 몸을 기대듯 선 요시코는 수도를 틀어 칫솔을 닦은 뒤 물에 컵을 받아 입 안 가득 머금었다. 가글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싱크대 안에는 치약거품과 물이 흘러내렸다. 물기가 묻은 입 주변을 옷소매 끝으로 몇 번이나 닦아 낸 뒤 물기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다시 비틀거리며 리코의 앞에 다가와 말했다.

 

,그게 키스하는데 치약 맛이 나면 그렇잖아. 이제 준비 됐으니깐...”

푸흡,”

왜 웃어!!”

너무 욧쨩다워서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어 미안.”
우우웃.”

농염하고 뜨거웠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연기처럼 허공에 흩어져버리고 원래대로 돌아와 버렸다. 요시코는 웃지말라며 한껏 볼을 부풀리며 말했고, 리코는 웃음을 참으려 노력했다. 아주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요시코는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고 리코는 요시코에게 다가갔다. 언제나 그렇듯 아주 달콤한 맛이 입안에서 퍼지고 이 순간이 언제까지나 이어지길 소망했다.

 

으으으으, 리리. 나 무울.”

 

다음날 눈을 뜨자마다 요시코는 앓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서 나오질 못했다. 극심한 숙취에 일어나지도 못하고 리코에게 부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어제의 일은 영화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지만 창피하다고 해서 리코의 얼굴을 안 볼 수도 없었다. 창백해진 얼굴로 아침부터 화장실로 달려가 몇 번이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다음부터는 죽어도 이렇게 안마시겠다고 맹세를 하는 요시코를 보며 리코는 등을 다독여줄 뿐이었다. 물과 약을 들고 온 리코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약과 함께 물을 마셨다. 사라지지 않는 숙취에 다시금 침대에 몸을 맡겼다.

 

많이 아파 욧쨩?”

으으,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일 것 같아...”

정말이야? 손가락 하나 못 움직일 것 같아?”

, 근데 왜?”

양치질을 대신 해줄까 싶어서.”

“...”

 

이어지는 침묵 요시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고 리코는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으로 가 어제 요시코가 닦아놓은 칫솔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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