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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니코마키] 졸업식

Aeon16 2016. 2. 12. 22:07

평소에 맞춰 놓은 시간대로 알람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진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듣지 못한 것으로 하고 싶었지만, 매정하게도 알람 소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촉에 마키는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어 평소보다도 강하게 시계를 내려쳤다.

가기 싫다.”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 찾아왔다. 어제 침대에 누우면서도 오지 않을 꺼라 생각을 했지만, 막상 아침이 다가오니, 뭔가 허무했다. 좀 더 절망적인 느낌일줄 알았는데, 왠지 아직까지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잠이 덜 깨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아침밥이 다되었다는 마마의 목소리에 내려갈게, 라고 짧게 답한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하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마키쨩, 어서 자리에 앉으렴.”

파파는?”

아침 일찍 일이 생기셔서 먼저 나가셨어. 어서 먹자.”

“....”

식탁위에 준비 되어 있는 음식을 먹는다. 하지만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평소와 같은 음식 들 일 텐데,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기질 적으로 음식들을 입안에 넣고 있을 때, 마마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졸업식이구나.”

그렇지.”

마키쨩, 조금 쓸쓸해지겠네.”

,누가 쓸쓸해 한다는 거야...마마도 참.”

황급히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마키가 방으로 올라갔다.

정말 누굴 닮아 저렇게 솔직하지 못 한건지...”

방안으로 들어가는 마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저런 표정을 짓게 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부모로써는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반면에 방안으로 들어온 마키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마마도 이상한 소리를 하고, 누가 쓸쓸해 한다는 거야.”

순간 마키의 머릿속에는 한 소녀가 떠올랐다. 검은색 머리카락을 양 갈래로 묶은 선배지만 전혀 선배 같지 않은 사람...

“.....가야겠지.

세면을 마치고 어젯밤에 준비한 교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평소보다도 정돈된 옷차림 몇 번이나 거울 앞 에서서 치마 끝단을 정리하거나 넥타이의 위치를 바로 잡았다. 조금 삐뚤어진 것 같은 넥타이를 만지려는데, 바로 옆에 있는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어서 나가지 않으면, 늦어 버릴지도 모른다. 가방을 챙겨들고 계단을 내려가, 현관문에서 구두를 신는다.

다녀올게요.”

잘 다녀오렴.”

배웅을 해주는 마마를 뒤로 하고, 학교를 향한다. 학교에 가까워지면 가까워 질 수 록 교복을 입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사람들의 손에는 꽃다발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꽃다발이라...가만히 생각하고 있을 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학생. 졸업식 꽃다발을 살 거면 싸게 해줄게.”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마침 꽃가게가 있었다. 호방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주머니가 가게 앞에 [졸업식 꽃다발]이라는 팻말을 꽃으며 마키를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평범한 꽃다발은 언제든지 줄 수 있지만, 졸업식 꽃다발은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야. 상대방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지 결정되기도 하지.”

정말요?”

그래, 학생이 첫 손님이니 싸게 해줄게 골라봐.”

결국 꽃집 아주머니의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가 꽃다발 하나를 샀다. 원래는 평범한걸 사려 했지만, 아주머니의 열려한 서비스로 보통 꽃다발보다 훨씬 눈에 띄게 되어버렸다. 장미부터해서 안개꽃까지, 마치 프로포즈를 하러 가는 사람 같았다.

역시 괜히 샀어.”

몰려들어오는 창피함을 억누르며 빠르게 학교로 걸어갔고 교문 앞에 걸려 있는, 졸업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고, 주변에는 축하문구가 적혀 있는 플랜카드들이 늘어서있었다. 현수막과 플랜카드를 보자, 졸업식이라는 현실감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손에 들려 있는 장미 꽃다발에 왠지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교문을 지나,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린과 하나요가 먼저 와있었다. 항상 기운 넘치는 린이 평소처럼 먼저 인사를 했다.

마키쨩, 웬일로 늦었다냐, 근데... 마키쨩 손에 꽃다발이다냐.”

,이건 그냥 오다가...”

아하, 니코쨩 줄 선물이다냐.”

,아냐. 이건...”

여전히 뜨겁다냐, 마치 카요찡의 갓 지은 밥과 같...아파, 아프다냐.”

리이인.”

마키가 린의 볼을 꼬집고 있을 때, 하나요가 마키를 말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끌벅적한 인사가 끝나고, 스피커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곧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졸업식 순서에 대한 안내를 말씀하셨다. 모두들 숙연해지는 시간이 지나고, 강당에 모였다. 이사장님의 말씀, 호노카의 연설과 이어지는 노래,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어버린 강당이 진정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지났다. 졸업식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 둘씩, 강당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텅텅 비어버린 강당 안, 그곳에는 니코와 마키만이 남아있었다. 눈물을 흘렸는지 빨갛게 충혈 된 눈동자와 퉁퉁 부어버린 눈, 니코는 마키를 보며 말했따.

뭐야...훌쩍...”

이거 받아.”최대한 덤덤한 척하며, 손에 들린 꽃다발을 니코에게 건네었다.

꽃다발? , 왠지 마키답지 않네.”

,별로 주려고 한 건 아닌데...오늘 꽃집에서...그게...”

고마워, 마키쨩. 소중히 간직할게.”

그 한마디에, 마키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렸다. 가지 말아줬으면 했다. 계속 같이 있고 싶었다. 좀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었다. 뮤즈로써의 추억 외에도 단순히 마키로써의 추억도 좀 더 많이 쌓고 싶었는데...

울지 마, 마키.”

니코는 울고 있는 마키를 안아주었다. 떨려오는 니코의 목소리, 울음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니코의 옷이 마키의 눈물로 젖어들어가고 니코는 말을 이어갔다.

나는 마키 앞에서 사라지는 게 아니야, 선배로써의 니코가 뮤즈로써의 니코가 사라지는 것뿐, 마키가 좋아하는 야자와 니코는 언제가 마키의 옆에 있을 거야, 그러니 이제 뚝 그쳐.”

“....”

니코의 바람대로 울음을 멈추고 니코를 바라보았다. 똑같이 퉁퉁 붓고, 충혈 된 눈을 보자, 둘다 웃어 버리고 말았다.

, 그러면... 나가자 엄마가 기다리겠네.”

...저기 니코.”

?”

손잡아 줄 수 있어?”

오늘 따라, 니시키노씨의 투정이 많지만, 꽃다발도 주었으니, 그정도야 뭐.”

니코가 손을 내밀고 마키는 니코의 손을 맞잡았다. 서서히 꺼져 가는 강당의 조명, 어두워지는 강당 안을 뒤로 하고 니코와 마키는 햇빛이 비추고 있는 밖으로 같이 걸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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