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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스름한 새벽녘 하늘이 서서히 걷히고 따사로운 햇살이 도시 곳곳에 번져 나가고 있을 무렵 그런 햇살에 수면을 방해 받지 않기 위해 친 커튼 사이로 햇빛이 비집고 들어와 토죠의 단잠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으음, 작은 신음소리와 함께 평소의 버릇대로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침대 구석으로 몸을 피하려 했으나 토죠의 몸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토죠의 이동을 방해하는 무언가가 바로 앞에 놓여서 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천천히 넓어져 가는 햇빛의 영역에 토죠는 어서 몸을 피하려 했지만, 전혀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조금 짜증이 나려 할 때 쯤 무엇이 수면을 방해하고 있는 건지 확인을 위해 수마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눈도 잠이 덜 깬 듯 주변이 뿌옇게 보였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걸까, 토죠는 그 원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자그마한 신음소리에 토죠는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 봤다. 그곳에는 배게도 없이 누워 새근새근 잠을 청하고 있는 니코가 있었다. 너무나도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불편하게 잠을 자는 니코가 걱정이 돼서 베개를 가져와 니코의 머리 아래에 놓아줬다. 그러자 니코의 자는 얼굴이 아까 보다 훨씬 편해졌다. 니코와 같은 침대에서 자고 일어 난적이 한 두 번이 아니지만 오늘만큼은 새롭게 토죠에게 다가왔다.

 

진짜 내랑 니콧치랑 결혼한거구마.”

 

아직도 꿈만 같이 믿기지가 않았다. 결혼은 아주 소박하게 하자고 니코와 전부터 이야기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신사에 가서 결혼식을 부탁 했다. 그러자 흔쾌하게 수락을 해주고 비용 면에서도 여러모로 절약을 할 수 있었고 이후 준비들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니코가 가장 걱정했던 부모님의 상견례에서는 잔뜩 긴장한 니코를 볼 수 있었다. 평소라면 허세가 가득한 미소를 보이며 자신만만한척 했겠지만, 그날만큼은 정말로 긴장한 니코를 볼 수 가 있었다. 평소라면 니코를 실컷 놀렸겠지만 그날은 니코의 손을 잡아줬다. 한 손에 다 들어오는 작은 손을 쥐고는 웃으며 말했다.

 

걱정마래이, 니콧치 와 떨고 그러나.”

하지만.”
이래 귀여운 니콧치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자 들어가자.”

 

긴장으로 굳었던 손이 부드러워지고 니코의 손 또한 나와 같이 손에 힘을 실어 강하게 맞잡고 부모님들이 기다리고 계시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참말로 그때의 니콧치 귀여웠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상황에 토죠는 자고 있는 니코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아직도 분기가 남아 있는 것 같이 뽀얀 피부, 가느다란 속눈썹, 호흡에 맞춰 움직이는 야트막한 둔덕 어제 결혼식을 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참말로 예뻤지, 물론 지금도 예쁘지만.

기모노를 입고 같이 신사로 걸어가 결혼에 대한 마음가짐과 같은 이야기, 앞으로의 일 같은 아르바이트르 하며 몇 번씩 들었던 이야기를 들으며 니콧치와 정말 부부가 되는 거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에릿치라던가 모두들 축하한다며 엉엉 울어줬지.”

 

피로연이 시작 됐을 때는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어째서인지 결국 눈물바다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황급히 감정을 가다듬었다. 길고긴 결혼식이 끝나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뒤 집으로 들어왔다. 신혼집이라고 이름만 거창해졌지 자취하던 방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기도 했고, 둘 다 이곳이 아직은 편하다는 의견이 맞았기 때문이다. 부모님들은 다른 집으로 옮기자고 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계약기간이 끝날 때 까지만 있는 다고 약속을 했다.


크게 달라진 게 없는 집. 외견은 그대로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이제는 반려자가 되어 옆에 누워있는 니코다. 이 침대도 혼자 사용 할 때는 너무나도 넓게 느껴졌지만 니코와 같이 사용하니 조금 비좁은 느낌이다. 만약 아까 전에 눈을 뜨지 않고 힘을 써서 니코를 밀어 버렸다면 니코는 바로 바닥에 떨어졌을 테고 잠에서 깬 니코에게. 여기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자 분명 이불을 덮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기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역시 침대는 바꿔야겠제.”

 

니코가 일어나면 아침을 먹고 같이 침대를 보러가자고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침을 먹고 청소를 한 뒤 시장을 보러가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티비를 본 뒤 잠에 드는 것 까지 아주 평범한 일상. 언제나 반복되는 같은 하루지만 니코가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토죠는 행복했다.

 

앞으로 언제까지나 같이 있을 니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니코의 코끝을 건드려 본다. 검지로 몇 번 톡톡 쳐보지만 니코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토죠가 지니고 있는 특유의 장난기가 꼬리를 흔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끝에 있던 손가락을 옆으로 옮겨 볼을 눌러줬다. 어린 아이 같이 부드럽고 따스함이 느껴진다. 살짝 힘을 줘 꾹 눌러 보자 찹쌀떡처럼 쑤욱 들어갔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으음, 불편이 섞인 니코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황급히 손을 땠다. 찡그려진 니코의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다시 편안하게 잠을 잤다.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장난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어디를 만져 볼까 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토죠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니코의 입술을 매만진다. 다른 곳과는 전혀 다른 탄력이 느껴진다. 매끄러우며 촉촉하다. 니코의 따스한 숨이 토죠의 손가락을 감싸며 지나간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니코에게 다가가는 토죠. 니코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가까운 거리 작은 꽃잎과도 같이 연분홍색이 도는 니코의 입술 토죠는 그 작은 꽃잎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아주 잠깐 동안의 입맞춤 뒤늦게 정신을 차리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어느새 잠은 달아나고 니코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려 했다. 열기가 사라지지 않아 목이 말라 오는 것 같았다. 주방으로가 물이라도 마시려 몸을 일으키려는데 소매 끝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돌아보니 니코의 손이 소매를 잡고 있었다.

 

, 벌써 일어나.”
, 일어나 있었나. 니콧치.”

.”

, 언제부터 일어나 있었나?”

얼마 안됐어. 네가 나랑 결혼 했다고 감격해 하는 부분부터?”

처음부터 다 들었구마!!”
니코는 태연하게 몸을 일으켜 토죠에게 말한다.

그러면 계속해서 몸을 밀어 붙이는데 안 일어날 사람이 어디 있겠어?”
일어나면 일어났다고 말해주면 좋지 않나, 내는 그것도 모르고...”

계속 잠자는 척해야 이런 이벤트도 즐기지 않그럽습니코?”

참말로 너무하데이.”

, . 그래서 더 안 잘 거야?”

잘꺼구마!!”

 

다시 몸을 눕힌 토죠는 울분을 담아 니코를 강하게 끌어 안아줬다. 니코는 불편하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놔달라는 소리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에게 기대어 있는 두 사람 중 먼저 입을 연 것은 니코였다.

 

정말 결혼 했구나.”

그렇구마, 우리 둘 정말로 이제는 부부구마.”

 

감회에 젖은 목소리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하다는 느낌도 섞여 있었다. 분명 어제했던 결혼식이 믿기질 않았다. 정말로 꿈만 같은 일 하지만 품안에서 느껴지는 이 체온은 진짜다. 어제 있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증거다. 둘의 시선이 마주하고 니코가 말했다.

 

정말로 좋아해.”

나도 그렇구마 니콧치. 정말로 사랑한데이.”

 

분위기가 무르익고 토죠는 다시금 니코에게 키스를 하려 다가가는 순간 니코가 손으로 토죠의 입을 가로 막았다.

 

안 돼.”

어째서고?”
“...양치도 안했고...여튼 안 돼, 어서 일어나자 오늘 할 일 많잖아. 장도 봐야하고 침대도 새로 보러 가야 하니깐 어서 일어나.”

니콧치는 모닝키스 해주면 어디 덧나는 기가?”

그렇지는 않지만 아침에 먼저 했잖아.”

그건, 키스가 아니래이 뽀뽀구마.”

아침은 간단하게 먹어도 되지? 점심은 나가서 먹으면 좋겠다.”

말 돌리지 마래이 아, 점심은 지난번에 갔던 수타 우동 집에 가제이, 오늘은 새우튀김 우동이 먹고 싶구마.”
그래 그러자.”

 

니코는 식사 준비를 하기 위해 주방으로 들어간다. 바쁘게 움직이는 니코 된장국을 끓일 냄비에 불을 붙이고 옆에서는 프라이를 달구어 계란후라이를 만들 준비를 같이 요리할 비엔나 소세지를 준비한다. 토죠는 니코의 옆에 서서 식사 준비를 돕는다. 보온으로 해놓았던 전기밥솥을 열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을 한 가득 담아 식탁위에 올려놓고 니코가 접시 위에 올려놓은 반찬들을 가지고 간다. 서서히 끓기 시작하는 된장국 몇 번이고 맡아 본적 있는 니코의 된장국 향기가 방안을 메워간다. 국자를 사용해 살짝 국을 뜬다. 새하얀 김이 올라오는 된장국 니코가 입으로 바람을 불어 국을 식혀주고 국자를 입안에 가져다 댄다.

 

자 먹어봐.”

국자에 담겨 있는 된장국을 맛본다. 맛있다.

역시 맛있데이 니콧치의 요리는 언제나 최고구마.”

그러면 여기 된장국도 가져가.”

알겠데이.”

마지막 요리가 오르고 토죠와 니코는 식탁에 마주 앉는다.

잘 먹겠습니다. 식사 인사와 동시에 젓가락을 움직였다. 일반 가정식과 크게 다름없지만 토죠는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게 식사를 했다. 그 모습을 본 니코는 천천히 먹으라며 타박을 했지만 맛있게 먹는 토죠의 모습이 싫지는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접시 위에 있던 반찬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고 마지막으로 된장국이든 그릇 까지 말끔하게 비웠다.

 

설거지는 내가하겠구마.”

 

차곡차곡 쌓아놓은 식기들을 전부 닦은 뒤 니코가 녹차를 내밀어 준다. 적당히 식은 녹차를 마시며 시계를 바라보니 슬슬 외출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토죠와 니코는 외출 준비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그전에 니코에게 칭찬의 키스를 해달라고 말했지만 니코는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 니코가 모닝키스를 안 해 주고 자꾸 무시를 해서 불만을 몸으로 보여주듯 토죠는 입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렸지만 니코가 오늘 저녁은 불고기로 하자는 말에 금세 화를 풀고 니코에게 바짝 달라붙어 같이 욕실로 들어갔다.

세면대에 올려져있는 컵 안에 나란히 놓여 있는 보라색 칫솔과 붉은색 칫솔을 꺼내 각자 손에 쥐고 양치를 시작한다. 일정한 양치질 소리가 욕실 안에 울려 퍼진다. 뒤이어 물을 머금고 뱉어낸다. 입 주변에 남아 있는 물기를 닦고 먼저 나가려 할 때 니코가 토죠의 잠옷 윗부분을 잡아 당겨 몸을 숙이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아무런 반응도하지 못하고 니코의 손에 따라 몸이 움직인다.

이윽고 맞닿는 입술 방금 전 양치로 인한 민트 맛이 더욱 진하게 퍼져 나간다. 입안에 남아 있던 물기가 다른 액체와 뒤섞여 간다. 살짝 차가웠던 입안의 온도가 미지근해져 갈 때쯤 하나로 겹쳐졌던 입술이 떨어지고 투명한 실이 입 끝에 걸쳐져 길게 늘어진다.

 

?”

입에 치약 거품 묻었어.”

 

태연하게 변명을 하는 니코 하지만 거울에 비추어진 니코의 뺨은 홍조를 띄고 있었다. 그것을 본 토죠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욕실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고맙데이 니콧치. 참 하나 더 부탁해도 되나?”
어떤 거?”

아까는 잘 몰랐는데 아까부터 등이 따끔따끔하다. 약 좀 발라주지 않겠나?”

…….”

니콧치 손톱 잘 깎아야 겠데이 다음에도 내 등을 오선지로 만들지 않을라믄...으앗, 차갑데이 니콧치 방바닥 다 젖는다. 샤워기는 내려도!!”

네가 다 청소해!!”


토죠의 말에 아까 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붉어진 니코는 욕실 문을 소리 나게 닫아버렸다. 흥건하게 젖어버린 바닥을 닦으며 몇 번이고 니코의 이름을 부르며 하염없이 사과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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