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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리]수레바퀴

Aeon16 2017. 1. 21. 00:52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며 기지개를 켠다. 밤새 굳어 있던 몸, 근육이 움직이는 소리가 나며 작게 신음소리를 낸다. 안개가 낀 듯 흐리멍덩한 정신을 잡는데 아주 약간의 시간을 보낸 후 침대에서 나온다. 벽장위에 걸려 있는 시계는 언제 나와 같은 시간을 가리킨다. 가볍게 아침 식사를 먹은 뒤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다. 갑작스럽게 쌀쌀해진 요즘 따듯한 온수로 몸을 덥히는 것은 빼놓을 수 없게 되었다.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 내고 준비한 속옷을 입으려는데 최근 들어 조금 끼는 느낌이 든다. 다시 속옷을 사야 하는 걸까, 눈물 나는 지출에 절로 한 숨이 나올 것 같았다. 벽에 걸어 놓은 교복을 입고 등교 준비를 한다. 목도리를 감고 장갑을 끼기 전 하루를 시작하는 일중 가장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장갑을 내려놓는다. 주머니 한켠에 넣어 놓은 카드를 꺼내 정성스럽게 섞는다. 적당히 섞였다 싶을 때 쯤, 맨 위의 카드 한 장을 뽑는다.

 

이기 뭐고?”

 

카드에 그려져 있는 것은 운명의 수레바퀴 WELL OF FORTUNE이라는 문구 또한 적혀 있다. 상당히 어려운 카드가 나와 버렸다. 흐음, 이 카드가 나오다니 쪼매 곤란 하구마, 작게 중얼거리며 카드를 바라 보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본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위험하기에 손에 들린 카드를 카드 뭉치 안에 집어넣고 장갑을 낀 뒤 집 밖으로 나갔다.

 

으음, 아쉽구마 조금 더 카드를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디.”

 

말을 할 때 마다, 새하얀 입김이 나와 허공에서 흩어져간다. 목도리와 장갑을 꼈지만 냉기는 빈틈을 노리고 들어와 체온을 빼앗으려 애를 쓰고 노조미는 체온을 뺏기지 않으려 더욱더 몸을 강하게 감싸 안았다. 어서 학교로 가고 싶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을 때 마다, 따듯한 코타츠와 이불 속이 생각났다. 차라리 결석을 해버릴까 같은 부적절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럴 수는 없기에 학교에 어서 빨리 갈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추위와 싸우고 난 뒤 겨우겨우 학교에 도착했다. 온풍기가 돌아가는 교실 안은 바깥과 비교해 더할 나위 없이 따듯했다. 인사를 하며 반겨주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자리에 앉자, 의자의 냉기가 허리를 타고 올라와 잠깐 놀라버렸다. 다음부터는 방석이라도 가져와야 겠구마, 어서 몸이 따듯해지길 바라며 몸이 녹길 기다리고 있을 때,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리기 시작했다. 기대에 가득 찬 얼굴들 무언 갈 바라고 있는 얼굴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고 말을 한다.

 

자 누구부터가?”

 

이 말 한마디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제각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주 잠깐 소란스러워 졌지만 이내 다들 순서를 지키고 점을 본다. 사람들은 미래를 두려워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미래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과도 같은 존재이고 내 점은 그런 어둠을 아주 잠깐 이나마 밝혀줄 등불이 되어준다. 그렇기에 친구들은 주변에 몰려들어 점을 보려한다. 수업을 시작하는 종이 들려서야 사람들이 사라졌다. 책상위에 놓여 진 카드들을 정리하고 수업을 준비하려고 할 때, 오늘 아침 뽑았던 카드가 생각이 나고 목소리가 들려온다.

 

노조미.’

 

우째서, 갑자기 에릿치가 생각이 나는 기가, 속으로 태클을 걸어봤지만, 한 번 새겨진 에리의 모습은 도통 사라지질 않았다. 한참을 노력해서야 에리를 지우고 수업에 집중하려 할 때, 이미 수업은 끝나 있었다. 참으로 큰일이 구마, 필기 노트를 친구에게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다가오는 학생들 아까 전 노조미에게서 점을 보지 못한 친구들이다. 조금은 쉬고 싶었지만, 그녀들의 시선을 피하지 못해 점을 봐주기로 했다.

 

쪼매 지치는구마.”

 

오늘 따라 점을 봐달라고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점심시간에도 몇 명이 봐달라고 하는 바람에 항상 에리와 니코가 같이 밥을 먹었지만 오늘은 그러질 못했다. 어째서인지 오늘은 통 에리를 만나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는 점을 보거나 점을 보지 않을 때는 찾아간 에리의 교실에 에리가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살짝 허전함을 느끼며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몇 몇 학생들이 노조미에게 다가오려는 순간 니코가 그 앞을 가로 막으며 말했다.

 

자아, 오늘 점집은 휴무입니다. 다음에 찾아와 주세요.”


니코에게 가로막힌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려 했지만, 니코가 학생들을 잘 달래기 시작했다.

오늘 노조미는 쉬질 못해서 그래, 만약 노조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점이 별로 좋게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안 그래 노조미?”

으응? , , 그렇지 오늘 내가 쪼매 피곤해서.”

 

니코의 말에 노조미에게 오려던 학생들은 그러면 다음에 꼭 해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떠나갔다. 니코는 멀어지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몸을 돌려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너 말이야,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 이야기를 할 줄도 알아야지 계속 점을 봐주고 그러면 네 시간이 없어지잖아. 왠지 모르지만 아침부터 묘한 표정이나 짓고 말이야. 정말로 몸 안 좋은 거 아니야?”

아니, 그건 아니래이 니콧치 참말로 고맙구마.”
고마우면 매점에서 커피라도 사줘, 나는 먼저 가볼게.”

 

떠나가면서도 몇 번이나 몸이 좋지 않으면 병원에 먼저 가보라고 하는 니코를 뒤로 하고 걸음을 옮긴 곳은 학생회실 앞이다. 벌써 몇 번이나 왕래를 한 곳이지만 어째서인지 안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진정을 하기 위해 쉼 호흡을 몇 번하고 노크를 하자, 안에서 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유능하고 미인인 부학생회장입니더,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그런 부학생회장은 모르는데요. 잘 못 오신 것 같아요.”

우우, 너무하는구먼. 에릿치.”

농담이야 어서 들어와.”

 

가벼운 농담을 하자,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학생회장의 자리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에리가 앉아 있었다. 짧아진 해로 인해 창문 너머로는 노을이 지는 하늘이 보였다. 그런 풍경이 에리의 주변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에리를 비쳐줬다. 그 광경에 나도 모르게 넋을 일고 잠시 동안 멍하니 에리를 바라봤다. 아차, 너무 봐버렸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에리의 옆에 앉았다.

 

도와줄 거 있나?”
아니, 그렇게 많지는 않아. 이것만 보면 되거든.”

내도 도와줄게 그라면 더 빨리 끝나겠제.”

 

에리의 옆에 놓여 있는 서류의 절반을 가져와 검토를 시작했다. 주로 건의 되는 내용은 부실 난방에 대해서이다. 추우면 부활동 또한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당연한 내용이다. 학교의 일이니 꼼꼼히 읽어 내려가며 서류 검토를 시작했다.

 

으윽 다했다.”

내도 다했구마.”


동시에 끝마친 일. 둘 다 동시에 기지개를 켜고 서류를 정리했다. 한 켠에 놓인 서류를 뒤로 하고 학생회실에서 나왔다.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뒷정리 까지 완벽하게 한 뒤 학교 밖으로 나오자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우읏, 춥네.”

그렇구마. 어서 돌아가야겠데이.”

 

맞다, 노조미 지난번에 먹고 싶다던 카페 디저트 먹으러 갈래? 오늘 도와줬으니, 내가 살게.”

그럴 생각으로 도와준 건 아니지만 감사히 먹겠데이.”

설마, 이게 그거가 WELL OF FORTUNE 행운을 나타 낼 때도 있으며 운명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카드. 이런 소소한 행운 때문에 이 카드가 나온 건가, 점이 잘 맞아 기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허무한 행운에 살짝 김이 새기도 했다. 하지만 에리가 사주는 디저트이니 감사히 먹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을 내 딛는 순간 발이 미끄러졌다. 아래를 보니 어둠에 가려진 얼음이 노조미의 발치 아래에 있었다. 무너져 내리는 몸의 균형, 제어를 하지 못하고 중력에 이끌려 가는 몸은 그대로 에리에게로 기울어졌다.

.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눈을 떴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따스하면서도 달콤한 향기가 코끝에서 부터 느껴진다. 어지럽게 흔들리던 시야가 정리되고 주변의 것들이 보이고 에리의 하늘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 이게 어찌된 기가, 상황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분명 얼음을 밟아 넘어지고 에리의 앞으로 쓰러졌는데, 그 다음 둘이 넘어지고 지금 나는 에리의 볼에 뽀뽀를 하고 있었다.

 

와아앗.”


너무나도 부끄러운 상황에 황급히 떨어졌지만, 입술에서는 아직도 남아 있는 것들이 있었다. 옅은 화장품의 향기, 에리의 온기 또... 세차게 뛰는 심장소리가 밖으로 세어 나갈 것만 같았다. 추위를 잊어버릴 만큼 얼굴이 뜨거워졌다. 너무나도 당황해 무어라 할 말이 나오지도 않는다.

 

노조미?”

, 미안타 에릿치 내가 갑자기 얼음을 밟고 넘어지는 바람에 그게그게…….”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내일부터 에리를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다. 혼란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어느새 눈앞에 다가온 에리가 손을 뻗어 목도리를 잡아 주고는 그대로 볼에 키스를 해줬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슨 일이 일어 난건지도 몰랐다. 시간이 멈춘 듯 주변이 조용해 져간다. 들리는 것은 아까 전 보다 세차게 뛰고 있는 심장소리뿐, 에리의 입술이 볼에서 떨어지고 시간이 다시 흘러가기 시작 하고 에리가 말했다.

 

, 이러면 되지 않을까?”

 

에리의 말과 동시에 노조미의 주머니에서는 카드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WELL OF FORTUNE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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