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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키] 막차

Aeon16 2017. 2. 6. 20:37

흙먼지를 일으키며 요란한 쇳소리가 울려 퍼지고 기차가 역을 떠난다. 보통의 기차였다면 다음 배차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그 기차가 마지막 기차였다면 이야기는 순식간에 달라진다. 저 멀리 떠나는 기차를 잡으려 쫒는 두 사람,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르며 기차가 멈추길 원했지만 그런 두 사람의 바람을 무시 하듯 기차는 점점 멀어져갔다. 페인트가 벗겨진 외벽, 먼지가 쌓인 의자들과 낙엽만이 뒹구는 허름한 간이역에 서있는 니코와 마키는 점이 되어버린 버스만을 바라봤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일상에 지쳐 피로를 풀기 위해 아무렇게나 여행지를 정하고 출발을 하려 했으나, 둘 다 수면이 매우 부족했기에 운전은 무리였고, 기차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으나. 이렇게 되고 말았다.

 

하아, 기차에서 잠들게 뭐람.”

하아, 하아, 진짜 이게 뭐야.”

 

기차를 타고 설레는 마음도 잠시 높게 솟은 건물이 있는 곳을 벗어나 드넓게 펼쳐진 평원을 보자 긴장이 풀리고 서서히 잠이 오기 시작했다. 둘은 최대한 잠을 버텨 보려했지만, 달마대사조차 막지 못 한 것이 수마다. 결국 잠의 유혹에 빠져버린 니코와 마키는 어디인지 조차 모르는 곳에 내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절망했지만, 이내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의 풍경에 다음 기차가 올 때까지 만이라도 이 마을에서 쉬기로 했다. 수확을 마친 밭에는 어떤 작물이 심어졌을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걸었다. 그림자가 드리워진 산골짜기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아 하얀 흔적을 가지고 있었다. 도시와는 다르게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도 시끄럽게 울리는 경적조차 없다. 단순히 길을 걷고 있을 뿐인데도 개운함이 느껴진다.

 

아아, 가끔 이런 것도 좋네.”
그러게, 소독약 냄새도 안 나고.”
맞아, 마키쨩 항상 약냄새가 나지.”
그것 때문에 머리가 아파. 약 때문에 아픈 걸 약으로 치료하다니, 아이러니하다니깐. 그것보다도 조금 쌀쌀한데 어디 있을 곳 없을까.”
, 저기 찻집 인가봐. 어서 가보자.”

 

니코의 가리킨 곳에는 작은 가게 하나가 있었다. 낡은 목조 간판이 걸려 있는 자그마한 가게, 영업을 하고 있는 걸까, 긴장되는 마음으로 손잡이를 잡고 조심스럽게 문을 민다. 문 위에 걸려 있는 종소리가 가게 안에 울려 퍼지고, 계산대 뒤에 머리가 하얗게 새고 얇은 안경을 쓰고 있는 분은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모두에게 마스터라고 불릴만한 사람이 나왔다.

 

이거 드문 일이군요. 이런 곳에 젊은 분들이 손님으로 오다니.”
지금 영업하시나요?”
물론이죠. 자 이쪽으로 오세요.”

 

안내를 받아 가게 안으로 들어간 니코와 마키가 자리에 앉자, 메뉴판을 건네주셨다. 기본적인 차부터 해서 커피까지 여러 종류가 적혀 있었다. 잠시 동안 메뉴를 바라보던 둘은 각각 음료를 하나씩 주문했다. 마키는 아메리카노를 니코는 녹차를 잠시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듣고 니코와 마키는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정말 조용하네,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단 둘이 있어본 적이 얼마나 될까, 둘이 같이 시간을 가지는 경우도 매우 드물 엇고, 가끔 같이 데이트를 나가도 니코를 보고 눈치 챈 사람들이 몰려오기 일상이었다. 이런 어딘지 모를 곳도 좋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마키를 바라봤다. 니코의 시선을 눈치 챈 걸까 밖을 보고 있던 마키가 말했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

아니, 새삼 예쁘게 생겼구나. 해서.”

당연한 걸 왜 또 말해.”
너 짜증나.”

 

이런 투덕거림조차도 그리운 느낌이다. 미소를 짓고 서로를 바라 볼 때,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와 녹차가 각자의 앞에 놓여진다. 입김을 불며 뜨거운 음료를 식히기 전,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점장에게 니코가 말했다.

 

저기, 여기 기차는 언제쯤 오나요?”

기차요?”
, 저희가 역을 잘못 내려서 여기에 오게 된 건데, 다음 배차시간이 어떻게 되나 해서요.”

저기 지금 도착한 기차가 마지막 기차입니다.”
?”


니코와 마키는 점장에 말에 잠시 생각을 멈췄다. 가게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작은 역에는 기차가 이제 막 정차를 하고 있었다. 즉 저 기차가 떠나면 이동을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끼치자, 니코와 마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음료 값을 지불하고 문을 열어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렸다. 점차 가까워지는 역 곧 있으면 기차에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니코와 마키의 바람과는 달리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져 가는 기차, 달리기에 지친 니코와 마키는 자리에 주저앉아 멀어져 가는 기차에 닿지 않는 손을 내뻗을 수밖에 없었고, 지금 이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어떻게 하지.”
그러게.”
일단 다시 그 카페로 갈까.”

그러는 수밖에 없겠지.”

 

허무한 걸음걸이로 다시 카페로 향하는 둘, 문이 열리자 점장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치우지 않은 머그잔의 커피와 니코의 녹차는 식어가고 있었다. 니코와 마키는 양해를 구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으음.어떻게 하지.”

전화라도 해야 하나.”

모처럼의 휴가인데 이렇게 끝나는 건가 아쉽습니코.”

저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 제안해드려도 될까요?”


휴가가 엉망이 된 것에 걱정을 하고 있는 니코와 마키에게 카페의 점장님이 말을 걸었다. 점장님이 말한 제안은 자신의 집에 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망설였지만, 손을 내저으며 오해를 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손님들과 같은 분들이 종종 있어서, 여관도 겸하고 있습니다. 여기 약도입니다. 저기 이 길을 쭉 따라 가서 하루 묵을 수 있냐고 말을 하면 될 겁니다. 제가 미리 전화도 해놓을 테니 걱정 하지 말아주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점장의 설명을 듣고 가게 밖으로 나와 약도를 따라 여관을 찾아 갔다. 니코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한 두 명이 아닌 것을 위안 삼자며, 마키의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조금 깊숙한 마을 안쪽에 들어가자, 다른 집보다도 확연히 큰 건물이 하나 보였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그곳에는 니코와 마키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한 아주머니가 서있었다.

 

그이한테서 연락은 받았어요. 예쁜 아가씨 둘이 온다는 말에 헛소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이네요. , 춥죠. 어서 들어오세요.”

 

여주인의 안내에 따라, 안으로 들어온 니코는 복도의 끝에 도착했다. 갑작스러운 방문에 많이 깔끔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지만, 한 겨울에 노숙을 하게 될 뻔 한 것에 비하면 어떤 방이라도 감사를 해야 했다. 방문이 열리고 안을 보니 여주인이 말한 것과는 달리 아주 정돈이 잘되어 있었고 바로 짐을 풀 수 있었다. 문이 닫히고 긴장이 풀린 니코와 마키는 한 구석에 놓인 탁자에 몸을 엎드렸다.

 

정말 노숙을 각오 했었는데.”

휴가가 안 끝나서 다행이야.”

우리 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
글쎄, 니코 같은 사람이면 꽤 되지 않았을까.”
마키쨩도 같이 잤으면서
, 저기 처음 보는 새다. 귀엽게 생겼네.”


즉각 딴청을 부리며 대답을 회피하는 마키, 다시 투덕거리는 두 사람이었지만, 이내 웃음이 나왔다.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니코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때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작은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니코는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연 사람은 여주인 이였고 니코와 마키에게 말했다.

 

저녁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목욕이라도 하세요. 아주 작은 탕이 있답니다.”
정말이요?”

, 작긴 하지만 물이 정말 좋아요.”

어서가자 마키쨩.”

조금만 더 쉬고, 아아, 알았으니 깐 잡아 당기지마.”

 

니코의 재촉에 못이기는 척하고 일어난 마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욕을 하러 갈 준비를 했다. 챙겨온 세면용품과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이정표를 따라 욕탕 앞에 도착했다. 붉은 색 천위에 라 쓰여 있는 곳을 지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작은 바구니들이 칸마다 놓여 있었다. 옷을 벗고 유리문을 열자 옅은 증기 사이로 보이는 작은 탕, 주변에는 대나무로 만든 칸막이가 있었다. 습기가 가득한 바닥에 조심스럽게 발을 올리고 탕을 향해 걸어간다.

 

아웃.”
흐아아.”


뜨거운 물 안에 발끝을 담그자마자 탄성이 절로 흘러 나왔다. 이윽고 몸이 전부 온천 안으로 들어갔다. 잔잔한 물결이 일고 니코와 마키는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피로가 떨어져 나가는 기분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정말로 좋은 탕인가 보네.”
그러게 기분 좋다 근데 마키쨩 으음, 왜 그렇게 가리고 있어 설마?”
,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우웃, 치사해. 나는 그대., 아니 나도 조금은.”
아니, 그대로인걸.”
왜 갑자기 냉정해지는 건데, 부정해 부정하라고!!”


분함을 이기지 못한 니코는 곧장 마키에게 달려들었고 강한 물보라가 일며 마키의 얼굴에 흩뿌려졌다. 조용했던 온천은 작은 소란이 일어나고 잠시 뒤에서야 다시금 정적을 되찾는다. 머리끝까지 젖어 버린 둘은 얌전히 온천 안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내일 어떻게 할까. 첫차를 타고 집으로 가서 쉴까?”

첫차면 일찍 오지 않을까.”
아까 봤던 막차는 몇 시쯤에 왔더라. 애매한데.”

근데 말이야 마키쨩. 조금 늦게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어째서?”

왜냐면…….”


마키의 바로 옆으로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온천의 열기가 아닌 니코의 입가에서 느껴지는 숨결이 뜨겁게 다가와 귓가를 간질인다. 니코가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마다 마키의 표정이 점점 변하고 붉어져간다. 니코가 말을 마치고 귓가에서 멀어졌을 때, 마키는 고개를 푹 숙이고 수면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이야?”
저기 저 탈의실 바구니에 준비해 왔는걸.”
그러면 정확히 몇 시에 마지막 기차가 오는지 물어보자. 아니면.1박 더해도 좋고.”

 

한껏 붉어진 얼굴로 말하는 마키의 어깨에 기대어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조용히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붉게 달아오른 니코와 마키의 얼굴을 지나가며 식혀주고 탈의실 너머에서는 식사준비가 거의 다되었다는 여관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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