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느 왕국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탐스러운 보랏빛 머리카락, 에메랄드를 세공해 넣은 듯한 옥 빛 눈동자는 한 번이라도 본 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를 매혹시켰다. 그녀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번져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왕은 그녀를 잡아 오라 명령을 내렸다.

왕이 명령을 내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왕의 앞에 서게 되었다. 낡은 회색 망토로 몸을 가렸지만 망토 넘어로 보이는 굴곡을 본 왕은 침을 삼키며 말했다.

망토를 벗 거라.”

“...”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어서 망토를 벗어라!”

감당 할 수 있겠나?”

?”

네 모습을 보고 나서도 감당 할 수 있냐고 물은기다.”

 

건방진 태도에 어전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고, 그녀 주위에 있는 병사들은 당장이라도 검을 빼들어 여인을 공격할 기세였다.

하하하, 참으로 건방지구나, 감당 할 수 있냐니. 감히 어디 안전이라고 그런 말을 지껄이느냐, 여봐라, 지금 당장 저 계집의 망토를 벗겨라.”

왕의 말에 병사들은 여인의 망토를 거칠게 잡아당겼고 망토는 벗겨졌다. 그 순간 장내에 있던 이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만이 움직이며 말을 했다.

 

뭐꼬, 다들 와 그라나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구마.”

 

그녀의 말에 어느 누구도 대답할 수 없었다. 심지어 왕조차도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지금 저곳에 서있는 여인이 인간인지 아닌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망토 사이로 보이던 보랏빛 머리카락을 망토가 벗겨질 때 새가 날개를 펴듯 아름답게 펼쳐져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그녀의 녹색 눈동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으며 망토에 가려져 있던 몸의 굴곡은 지금까지 봐왔던 어떠한 여인보다도 아름다웠다. 망토 안에는 단순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천한 자들이 입는 천 쪼가리에 불과 했지만 지금 이순간은 어떠한 의복보다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를 본 순간 왕의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저 여자를 가지고 싶다. 자신의 지위? 그녀의 신분? 지금 있는 장소? 그런 것 따위는 모두 집어 던지고 당장 저 여자를 안고 싶었지만, 자신은 왕이다. 용암처럼 들끓는 욕정을 최대한 자제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너는 무엇이냐.”

,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역시 여기도 똑같구마. 재미없어졌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네가 처음에 말하지 않았나, 감당 할 수 있겠냐고. 근데 너희들은 감당하지 못하는갑다.”

그녀의 말에 왕은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았고 충격에 빠졌다. 자신이외에 모든 사람이 넋을 일고 그녀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눈동자는 마치 죽은 사람같이 생기가 사라져 있었다.

무슨 짓을 한거냐!!”아무런 짓도 안했다...라는건 쪼매 어폐가 있구마.”

... 이 마녀가.”, 이제야 눈치 챈기가.”

무슨... 설마.”

왕이 말을 마친 순간, 그녀의 주위에 검은 연기가 나타가 그녀를 감싸버렸다. 잠시 뒤 검은 연기가 걷히자 그곳에는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여성이 서있었다. 챙이 넓고 끝이 뾰족한 모자, 검은색 실크 장갑, 길디긴 검은 원피스는 짧아져 보랏빛 스커트와 하나가 된 옷으로 변하였다.

어떻나, 이쪽이 좀 더 어울리지 않나.”,마녀다. ,어서 마녀의 목을쳐라.”“...”

두려움이 뒤섞인 왕의 고함을 들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녀의 주변에 있는 병사들은 침을 흘리며 넋이 나가 있었다. 마녀는 주변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으음, 역시 약효가 조금 강했던 모양이구마, 조금 양을 적게 넣어야겠다.”

 주변을 관찰하듯 살펴보는 마녀의 눈을 피해 왕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왕의 손에는 작은 단검 하나가 들려 있었다. 눈앞에 있는 자가 마녀라 하여도, 급습에는 어찌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다른 병사들을 불러 저 마녀를 묶은 뒤, 벌을 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두려움 보다 앞서 버린 욕정이 왕의 목숨을 재촉 한다는 것을 이때까지는 알지 못하였다. 마녀가 완전히 등을 돌린 순간 왕은 고함을 지르며 뛰쳐나갔다.

뭐야 이 바보는.”

 마녀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이의 목소리가 왕의 귓가에 들려왔고 갑작스러운 충격에 왕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 난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자신은 분명 마녀를 찌르려 달려들었는데 넘어지고 말았다.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 했다. 정신을 차릴수록 강해지는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고 눈 앞 에 펼쳐진 광경에 비명을 질렀다.

방금 전까지 멀쩡하게 붙어 있던 오른 손이 사라졌다. 착각 같은 것이 아니다. 팔목에서 느껴지는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은 통증이 계속해서 현실임을 알려 주었고, 손목 아래로 흐르는 붉은 피는 공포와도 같이 빠르게 번져 나갔다.

으아아아악, ,손이 으아아악.

손 하나 잘린 거로 시끄럽게 하지마.”

피가 흐르는 오른 손을 왼손으로 부여잡고 고개를 들어 보았다. 그의 앞에는 다른 여성이 서있었다. 명장이 검은 붓으로 칠해 놓은 듯한 검은 머리카락, 짜증이 한 가득 담겨 있는 붉은 눈동자, 마녀와 비견될 정도의 미모를 지닌 소녀가 자신의 앞에 있었다. 매우 특이한 점이라면 소녀의 머리위에는 짐승의 귀가 달려 있었다.

, 여기 네 손.”

소녀는 방금 전까지 들고 있던 손을 아무렇게나 왕의 앞에 던졌다. 볼품없는 물건처럼 구르는 자신의 손을 집어든 왕은 어떻게든 손을 붙혀 보려 했지만, 붙을 리가 없었다. 붙지 않는 자신의 손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절규하는 왕의 앞으로 간 마녀는 왕에게 말하였다.

자 손 줘봐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손을 자른 자들이다. 지금 손을 준다면 어떤 꼴을 당할지 모른다. 하지만왕은 자포 자기하는 심정으로 잘린 오른 손과 손목을 내밀었다. 마녀는 잘린 손과 손목을 붙인 뒤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러자 왕의 손에 보랏빛 마법진이 생기더니 잘린 손이 서서히 붙기 시작했다. 잠시 뒤 완전히 붙은 손을 본 왕은 몇 번이고 손을 움직여 보았다.

으어어어,”

놀람인지 감격인지 알 수 없는 목소리로 흐느끼는 왕을 뒤로 하고 마녀와 소녀는 밖으로 궁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이 되어서 그럴까 살짝 쌀쌀한 바람이 불어 왔고, 둘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춥구마.”

누가 그런 옷 입으래?”

우우, 바람만큼이나 쌀쌀하네, 니콧치.”

됐고, 언제까지 이거 언제까지 할 거야.”

, 아아, 이제 슬슬 그만해야겠지. 안 그러면 시끄러워질테니.”

이미, 시끄럽던데.”벌써, 그렇나?”

그래, 그러니깐... 조심해 노조미.”

후후후, 니콧치가 걱정을 해주다니, 이거 그만 둘 수가 없구마. 왜 다들 사역마를 하나쯤은 두는지 이제야 알겠데이.”

,누가 걱정을 한다는 거야.”

대화를 나누던 둘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다음날 왕국에는 어마어마한 소문이 퍼졌다. 그 소문은 마녀가 나타나 왕궁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홀려 버리고 왕은 실성했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평소와 같이 우스갯소리로 여기려 했지만 그런 소문은 이 왕국만이 난 것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도 같은 소문이 퍼졌고, 이야기에 따르면 모두 동일인이라는 것이었다. 아이리스와도 같은 보랏빛 머리카락과 에메랄드와도 같은 초록 눈동자를 지닌 마녀와 그녀를 지키듯 나타나는 동물의 귀를 가진 소녀. 이 모든 것이 일치했고 각 왕국에서는 이들은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보랏빛 죽음, 죽음의 미희, 검은 마녀, 호칭은 제각각 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려있었다는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돈을 노리고 마녀를 찾아 나섰지만 모두들 돌아오지 못하였다. 덕분에 사람들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더 커져만 갔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녀는 나타나지 않았고 다시 이런저런 소문만을 남긴 채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터 여기저기서 물건을 사거나 흥정을 벌이는 사람들로 시끌벅적 했다.

, 여기 몇 개 더 넣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나중에 또 오렴.”

붉은 두건을 쓴 소녀는 과일가게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멀어져가는 소녀를 보며 과일가게 아저씨는 눈을 때지 못했다. 항상 두건을 쓰고 와서 얼굴을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 두건 사이로 살짝 보이는 새하얀 피부와 얼굴형을 보면 상당한 미인이란 걸 알 수 있었지만 소녀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었다. 알고 있는 건, 2주에 한 번 정도 각종 생필품을 사러 온다는 것과 항상 붉은 망토를 쓰고 나온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녀지만 왠지 물어 볼 수 없었다. 그런 질문을 했다가는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버리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소녀에 대해 아무 것도 묻지 못하고 그대로 그녀를 보내주었다.

시내에서 벗어난 한적한 곳에 도착한 붉은 두건의 소녀는 길이 없는 숲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깊숙이 들어온 것 일까,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 장소에 도착했을 때 소녀는 두건을 벗었다. 그러자 억지로 눌러놓은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소녀의 머리에서는 두 개의 귀가 뿅, 소리가 날것 같이 올라왔다. 소녀의 정체는 갑자기 사라진 마녀 노조미의 사역마 니코였다.

역시, 너무 시끄러워. 게다가 오늘은 왠지 묘하게 몸이 무겁네.”

바구니 한가득 든 집을 바라보고 한 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된 건지, 아마 주인을 잘못 만난 게 분명했다. 얼마나 더 걸었을까 빛조차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숲 안으로 들어가자 저 멀리 작은 집 하나가 보였다. 도착한건가,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역시 집이 제일 마음 놓이는 곳이야.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문을 열고 주방으로 걸어가 장바구니를 내려놓은 뒤 내용물을 정리하였다. 오늘 일은 여기서 끝, 이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아직 자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남아있었기에 나머지 일을 하러 걸음을 옮겼다. 우선 첫 번째 일은... 여기네, 굳게 닫혀 있는 문 솔직한 마음으로 열기 싫었다.

문을 열면 어떤 광경이 펼쳐져 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정말 열기 싫었다. 하지만...

열어야겠지.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주십니코.”

마음을 굳게 먹고 문을 열었다. 퀴퀴한 냄새를 가득 담은 바람이 가볍게 불어왔다. 괜찮다. 이 정도는 예상범위 안이다. 마음을 굳게 먹는 거야 니코. 자신을 달래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방안은 예상보다도 더욱더 처참했다. 여기저기 늘어져 있는 책들과 바닥을 굴러다니는 정체불명의 병, 책상위에는 수상한 연기를 내뿜고 있는 각종 도구들 난장판이 따로 없었지만 니코의 신경을 긁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난장판에서도 소파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자신의 주인 노조미였다.

그만 일어나!!!”

으으음, 엄마 5분 만 더.”누가 네 엄마야!!”

노조미는 잠이 덜 깬 듯 소파에서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멍한 얼굴을 보니 왠지 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한때 수많은 왕국을 두려움에 빠트린 마녀 노조미가 지금은 저런 모습을 하고 있다니, 정말 사역마로써 눈물을 금치 못할 것 같았다. 아직도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노조미를 보며 말했다.

분명 나가기 전에, 방 청소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으음, , 그랬다.”

근데 왜 방이 아직도 이런거야.”

헤헤, 그게 깜빡 잠들어 버린 모양이구마.”

모양이구마~ 가 아니잖아!!!”

뭘 그렇게 화를 내나 니콧치. 이렇게 하면 되지.”

노조미가 검지를 내밀자 보라색 빛이 났고, 허공에 몇 번 휘두르니 바닥에 있던 책들이며 병들이 움직여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방구석에만 박혀있어도 마녀는 마녀였다. 순식간에 방저리가 끝나고 어느새 청소까지 끝마쳐져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마력을 낭비하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한심하다 해야 할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눈동자로 노조미를 바라보고 있자. 노조미가 말하였다.

 우우, 니콧치의 눈동자 왠지 차갑데이.”

알고 있으면, 얼른 씻어. 좀 있다 부르면 밥 먹으러 오고.”

알겠데이. 오늘은 어떤 음식이 나올지 기대 되는 구마.”


노조미의 실험실에서 나왔지만 아직까지도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았다. 이 한곳만으로 지쳐버렸다. 나머지는 뭐, 저 정도는 아니니깐, 그런 자기 위안을 하고 일단은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오늘은 어떤 게 좋을까나.”

그나마 요리를 할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 시내에서 사온 재료들을 살펴보고 눈에 들어온 것을 집에 들었다. 이거랑, 이거면 좋아. 오늘은 이걸로 할까, 꺼낸 재료들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며 요리를 시작했다. 마법을 사용해서 요리를 만들어도 되지만 이렇게 직접 하는 것이 좀 더 맛있고, 보람차다고 생각을 한다. 게다가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노조미가 맛있게 먹어준다면 이런 고생은 별거 아니었다.

좋아. 거의 다됐네. 노조미를 부르러 가볼까.”

어느새 요리의 준비가 다 끝나고 노조미를 부르러 갔다. 아까 전에도 부르면 나오라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분명히 실험실에서 다시 자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어디에선가 포기하면 편해, 라는 모 감독님의 말씀이 들려왔지만, 그런 것은 무시하고 노조미를 데리러 다시 실험실로 갔다. 역시 노조미는 소파에서 다시 자고 있었다.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를 내고 있는 노조미의 옆으로 다가가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늘고 긴 속눈썹, 티끌하나 없는 피부 처음 만났을 때와 전혀 변한 게 없다. 마법이라도 쓰는 걸까, 왠지 모를 질투심에 손가락으로 볼을 콕콕 찔러 봤다. 떡을 누르는 것 같이 부드러운 감촉 이건 위험하다. 중독되어 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으으으음.”

볼을 너무 누른 걸까, 신음 소리를 내며 노조미가 일어났다. 역시 너무 장난을 친 것 일까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노조미를 보며 말했다.

일어나, 밥 다됐어.”

알겠데이, .”

이건 뭐하는 거야?”

노조미는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고 니코를 향해 팔을 벌렸다.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하는 무언의 사인이다. 내민 손을 잡아 일으키려 했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팔을 벌린다.

애냐?”

오랜만에 니콧치의 품에 안기고 싶다.”

어린아이 같이 앙탈을 부리는 노조미, 이럴 때는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게, 마음이 편하다. 니코가 다가가자 노조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니코의 목에 팔을 둘렀고, 니코는 소파에 누운 노조미를 그대로 들어 올렸다. 소위 공주님 안기를 하자 노조미의 몸이 밀착되었다,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이 팔을 타고 전해지고 노조미의 목덜미가 한 눈에 들어왔다. 좋은 향기가 올라오는 목덜미를 바라보자 왠지 모르게 조금 목이 타기 시작했다. 역시 몸 상태가 별로인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노조미를 안는 순간 신경이 쓰였던 것을 말하였다.

근데 노조미.”

?”

살쪘네. 무거워.”

,무슨 소리를 하는 기가, 살 안쪘데이. 봐라 아직 멀쩡하다.”

입고 있는 와이셔츠를 들어 올리며 배를 보여주려 했지만, 성의없는 대답으로 대충 넘어갔다. 그럴수록 노조미의 목소리는 커져갔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주방에 도착하고 테이블 앞에 있는 의자에 아무렇게나 노조미를 내려놓았다. , 하는 소리와 함께 노조미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윽, 아프데이, 니콧치. 사역마가 주인을 이렇게 막대해도 되나?”

노조미가 무거워서 아픈 거야.”

안 무겁다!! 요즘 니콧치, 말이 너무 심하데이.”그런가?”

한 번 주종관계를 확실히 해야겠구마.”

그건 나중에 하고 일단 밥부터 먹자.”

그건 좋구마, 일단 밥을 먹은 뒤 니콧치한테 어떤 벌을 줘야 할지 생각할거다.”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일단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역시 니콧치의 요리는 최고구마, 같은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하고 난 뒤에 노조미가 손을 흔들자 그릇들이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그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실험실로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주방 너머에서는 바로자면 또 살찐다, 라고 하는 니코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하고 연구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후후후, 니콧치 내를 화나게 했구마.”

 누군가 본다면 어째서 노조미가 화를 내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불이 붙어버린 보랏빛 마녀의 복수심은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책장에 꽃혀 있는 책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어떤 게 좋을 까 생각을 하다가, 책상위에 있는 수정구슬에 눈이 갔다. , 혹시 오늘이 그날일지도 모르겠구마, 책상으로 다가가 수정구슬에 손을 대보았다. 그러자 수정구슬에서는 아주 잠깐 동안 밝은 빛이 내뿜어졌고, 노조미는 구슬에서 손을 때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니코가 보았다면 정말로 오랜만에 보는 마녀 노조미의 미소라고 기뻐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대상이 니코를 향한다는 걸 알았다면 바로 도망을 쳤을 것이다.

벌써 그런 때였구마, 하긴 아까 니코의 상태가 살짝 이상해 보이기는 했는데, 이건 신이 주신 기회구마.”

노조미는 콧노래를 부르며 책장에 꽂혀 있는 책 하나를 꺼내었다. 책을 펼치고 자신이 찾는 내용을 보았다.

 , 찾았다. 어디보자 재료가... 다행이, 전부 여기 있는거구마. 그러면 간만에 솜씨 좀 발휘해 볼까나.”

 펼친 책을 책상위에 올려놓은 뒤 실험실 옆에 있는 방으로가 품안에 한 아름 재료들을 가지고 왔다. 정체모를 색을 가진 풀부터 해서, 사람의 얼굴 모양을 하고 있는 꽃,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을 것 같았지만, 노조미는 그런 재료들을 아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기다리래이, 니콧치. 내 어서 만들어 가겠구마.”

잠시 뒤 연구실 안에는 보라색과 붉은 색이 적당히 섞여 은은한 빛을 내고 있는 액체가 병 안에 담겨 있었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퍼져 나오며 자신을 마셔 달라고 유혹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한 번에 성공했구마, 후후후후..”

병을 들고 실험실을 나가자, 마침 앞에 니코가 있었다. 앞치마에 두건을 두른 모습이 정말 본격적으로 청소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살짝 미안해져 니코에게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니콧치, 뭐하고 있나?”

방금 노조미 창고 청소를 끝내고 이제 노조미 서재를 청소하려고 그 다음은 노조미의 방청소를 하고 또 노조미의...”

으읏, 왠지 악의가 가득한데.”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역시, 벌을 줄 필요가 있구마, 방금 전까지 니코에게 미안했던 마음은 싹사라지고 다시 계획을 이행하기로 하였다.

 고생이 많구마, 니콧치, 그래서 내가 이걸 준비했다.”뭔데?”

짜라잔, 노조미 특제 자양강장제.”

안 먹어.”

,어째서!!”

그렇게 불길한 빛을 띄고 있는데, 넙죽 받아먹을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러면 내가 먼저 마셔 보겠구마. 그러고 멀쩡하면 니콧치도 마시는 거다.”

“...그러던가.”

후우, 간데이.”

노조미는 병 안에 담겨 있는 자색액체를 한 모금 들이켰다. 무언가 각오를 담으며 마신 것 치고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노조미는 니코를 보며 말했다.

 봐라 멀쩡하지 않나, 나의 성의를 너무 무시 하는 거 아니가.”

그러네, 미안해.”

자 한 모금 쭈욱 들이켜라 힘이 날거다.”

  방금전 노조미가 보여준 것을 보고 아무런 의심도 없이 노조미가 자신만만하게 건네준 정체불명의 음료를 마셨다. 자색 빛 불길한 액체지만 예상외로 목 넘김이랄까 맛 자체는 훌륭했다. 병을 다 비우고 난 뒤 노조미에게 빈 병을 건네주자, 음흉한 미소를 짓기는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어떻나, 니콧치.”

어떻냐고 물어봐도 지금은 딱히 달라진 게 없는데?”

그렇구만, 그러면 힘내레이.”


노조미가 준 음료를 단순에 들이켰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과민반응을 한 것일까, 노조미에게 사과를 한 뒤 아직 하지 못한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노조미가 준 약의 효과가 나타났다. 아까 전부터 몸 상태가 별로였지만, 갑작스럽게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 상태라면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서재까지 한 달음에 달려간 니코는 바닥에 쌓여있는 책들을 원래 자리에 꽃아 놓고 먼지가 싸여있는 곳은 재빠르게 먼지를 닦아 냈다.

노조미가 준 약이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평소보다 빠르게 서재의 청소를 마치고 다른 곳을 향해 달려갔다. 활화산처럼 끓어 넘쳐 오르는 이 기운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미 다른 장소들은 모두 청소를 끝마쳤다. 남은 곳이 어디일까, 생각을 해보다가 마지막 한 곳이 생각났다. 그곳은 노조미의 방이다. 그곳을 까먹었다니 실수다. 자신의 실수에 반성을 하고 노조미의 방을 향해 달려갔다.

 

실례하겠습니다.”


일단 주인의 방이니 예의상 말을 한다. 어차피 노조미도 없는 방이지만, 이정도의 예의는 차려줘야 할 것 같았다. 이것도 사역마의 본능중 하나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맨 처음 청소를 했던 실험실보다도 더욱 처참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떤 의미로는 실험실보다도 처참하다. 노조미의 방 그것은 개인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이다. , 방안에는 속옷이라던가, 옷가지, 각종 노조미의 개인적인 물건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방안으로 들어간 니코는 발에 채이는 옷들을 집어 들고 문 옆에 있는 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분명히 빨래가 쌓이면 바구니에 넣어서 말하라고 했는데, 그것조차 하지 않은 모양이다.

  , 정말이지 노조미는 말이야...”

 한숨을 쉬며 침대에 걸려 있는 와이셔츠를 집어 들었다. 그때, 무언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아까 전 몸에 활력이 돌때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좀 더 뜨겁다. 마치 몸을 태우는 것과도 같은 열기가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하아, 하아, 왜 이리 몸이 뜨겁지. 여기가 이렇게 더웠던가.”

손에 들려 있는 노조미의 와이셔츠가 눈에 들어왔다. 니코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한 번 삼켰다. 노조미가 입었던 와이셔츠 과연 어떤 향기가 날까, 궁금해졌다. 평소 노조미의 체취는 자주 맡아 왔지만, 이 옷에서는 어떤 향기가 날것 인가, 몸이 뜨거워지고 숨이 점점 거칠어져 간다. 열기로 인해 머리가 몽롱해져 가고 있었고, 몸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노조미의 냄새가...”

 와이셔츠에 코를 묻고 숨을 들이셨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노조미의 체취를 들이마셨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의문도 들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어찌 되는 상관없었다. 좀 더 진한 노조미의 향기를 맡고 싶었다. 그때 니코의 눈앞에 있는 침대가 들어왔다. 노조미가 항상 누워 있는 곳 저 곳이라면 몸 안의 열기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떨려오는 몸을 움직였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 침대에 쓰러지듯 몸을 눕혔다.

 으으읏, 노조미.”

주인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 만났던 그날의 노조미가 떠올랐다, 비를 맞고 쓰러져 죽어가는 자신을 사역마로서 새 삶을 준 노조미, 마녀로서의 노조미, 칠칠맞은 노조미, 투정 부리는 노조미, 어느새 니코의 머릿속은 노조미로 가득 차올랐고, 오른손은 아래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흣,”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는 속옷을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애액을 머금은 속옷은 니코의 음부형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손을 빼내어 손가락을 바라보니, 끈적한 액체가 묻어있었고 니코는 중지와 검지를 벌려 보았다. 그러자 액체가 가느다랗게 늘어져 손가락 사이에 다리를 만들었다. 그것을 본 니코는 다시 오른 손을 치마 속에 집어넣었다.

 아읏, 노조....”

  니코의 손가락은 음순을 따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고, 살이 조금 벌어지자 안으로 검지와 중지를 집어넣었다. 하읏, 신음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왔고, 침이 조금 흘렀다. 그러나 니코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니코의 숨소리는 거칠어져갔으며 손은 서서히 젖어 들어갔고 찌꺽이는 소리가 더욱더 강해졌다.

노조미, 노조미, 노조미, 노조미.”

애절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노조미를 불렀다. 방안에는 니코의 목소리와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뒤섞인 음란한 소리가 방안을 가득 매웠고, 음색이 점점 더 짙어갔으며 니코의 목소리는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흐아아아아앗.”니코의 교성이 방안을 가득 매웠다. 절정을 맞이한 니코의 몸은 고개를 들어 황홀한 표정을 짓고는 잠시 뒤 침대에 쓰러졌고 노조미의 침대는 니코의 애액으로 젖어 들어갔다. 그것을 본 니코가 말하였다.

하아, 노조미.”

내를 왜 그리 부르나?”

?”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방금막 샤워를 마친 듯 목욕가운을 걸치고 머리에 수건을 감싼 노조미가 서있었다. 어째서, 노조미가 여기에? 아니, 그것보다도 언제부터? 설마, 처음부터 본건가? 온갖 생각과 감정의 파도가 니코의 머릿속에 몰려들었다. 니코의 당황한 얼굴을 본 노조미는 그런 니코가 정말로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니콧치, 여기서 뭐하고 있었나?”“....”

왜 그리 내 이름을 그리 부르나?

“...그건

왠지 야릇한 냄새가 나는 것 같네.”

이 방이 환기가 안 돼서...”

범인은 따로 있는 것 같지 않나?”

순식간에 니코의 옆에 다가온 노조미는 니코가 저항할 사이도 없이 오른손을 잡아 올렸다. 축축하게 젖어있는 니코의 손을 본 노조미의 입 꼬리가 서서히 올라갔고, 반대로 니코는 노조미에게 들켰다는 생각에 수치스러워 죽을 것 같았다.

 침대도 이렇게나 더럽히고 이게 뭐꼬?”

,내가 정리 할테니깐.”

이거 니콧치 벌을 받아야 겠구마.”

, 무슨...”

니코의 손을 잡고 있던 노조미는 그대로 니코의 팔을 당겨, 노조미의 품으로 오게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니코는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노조미에게 다가갔다. 점점 가까워지는 노조미와의 거리 니코의 시야에 노조미가 차오르고 있을 때, 노조미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니코가 무어라 할 세도 없이, 노조미의 입술과 니코의 입술이 맞닿았다. 처음 느껴진 것은 부드러움, 그 뒤에 찾아온 것은 따스함, 마지막으로 느껴진 것은 참을 수 없는 달콤함이었다. 노조미의 혀가 니코의 입안으로 들어와 니코를 탐하고 있었다. 입술을 핥고, 치아를 문지르고 입천장을 쓰다듬었다. 니코의 혀와 노조미의 혀가 하나로 엉키었다. 머릿속이 녹아내릴 듯 한 키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행위였지만, 잠시 뒤 노조미가 먼저 니코에게서 떨어졌다.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알리듯 타액이 길게 늘어져 둘의 입술에 붙어있었고 니코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은 노조미는 니코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아, 하아, 어떻나 니콧치?”흐읏, 노조미.”

애원하듯 자신을 부르는 니코를 바라보았다. 우와아아, 이리 약한 니콧치는 처음이구마, 정말 지금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은데, 하지만 이런 니코의 모습을 보기는 정말 힘들었다. 잔뜩 상기된 니코를 보자, 노조미의 안속에서는 좀 더 니코를 괴롭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이지 이런 걸 생각하는 내는 참말로 마녀구마.

니콧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나, 이대로 끝낼까?”

“...”

노조미의 말에 니코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여기서 그만이라고 대답하면 끝이 난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노조미를 보니 더욱더 말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비추어 지고 있는 옥색 눈동자, 방금 전 키스를 한 붉은 입술, 샤워를 막 마치고 와서 일까, 와이셔츠와 침대에서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향기가 니코의 코를 간질였으며, 목욕가운 너머로 보이는 노조미의 새하얀 살결이 눈에 들어오자, 니코의 몸은 더욱더 달아올랐다. 지금 당장이라도 노조미를 눕히고 저 가운을 벗겨 노조미를 탐하고 싶은 생각이 니코의 머릿속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하나, 니콧치, 내 가슴을 그리 빤히 쳐다보고.”

, 아니, 그게...”

그리 보고 싶나?”

“....”

그라믄, 이리 내려 와 봐라.”

니코가 침대에서 내려오고 노조미는 니코가 있던 자리에 앉은 뒤 목욕 가운을 살짝 올려 오른발을 들어보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니콧치.”

 그 한마디에 니코는 알겠다는 듯이 몸을 숙여, 노조미가 내민 발을 잡고 조심스럽게 입을 벌렸다. 니코의 뜨거운 숨결이 노조미의 발끝에 닿을 때, 마다 노조미의 가느다란 발이 조금씩 움직였고 니코는 작은 혀를 내밀어 노조미의 엄지발가락을 핥았다. 으읏, 간지러운 것일까, 노조미의 입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지만, 니코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노조미의 발을 핥았다. 엄지발가락을 시작으로 발등, 발목, 정강이 서서히 위를 향해 올라갔다. 니코의 붉은 혀가 노조미의 순백의 피부에 그림을 그리는 듯하였다. 어느새 니코는 노조미의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었고 노조미의 오른발은 니코의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니콧치, 이쪽은 어떻나?”

니코가 허벅지를 핥으려 할 때, 노조미가 살짝 다리를 벌리며 말하였다. 어느새 반쯤 풀어 헤쳐진 목욕가운 사이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검은색 레이스 속옷이었다. 위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으면서 어째서 아래는 입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좀 더 노조미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고개를 들어 노조미를 바라보았다. 정말 해도 되는 거야? 그런 눈 빛을 보내자 노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의 허락이 떨어지자, 니코는 노조미를 밀어뜨리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갑작스러운 니코의 행동에 노조미는 잠시 놀란 듯 하였지만, 이내 원래의 여유로운 표정으로 돌아왔고 니코를 바라보았다.

예쁘다, 지금 침대에 누워있는 노조미는 아름다웠다. 입고 있던 하얀 목욕가운은 침대위에 펼쳐져 천사의 날개와도 같았고, 그 날개 안에 감싸여 있었던 노조미의 나신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잡티 하나 없는 매끄러운 피부, 아직도 온기가 남아 있는 듯 옅은 붉은 색을 띄고 있었다. 시선을 아래로 옮기니 하얀 피부와는 대조적인 검은 색 속옷이 보였고 니코는 손을 움직여 속옷의 양끝을 잡고 천천히 속옷을 올렸다. 그러자 투명한 액체가 노조미의 속옷에 묻어나 있는 것이 보였다.

  노조미도 벌써 이렇게 되어버렸네.

니콧치가 너무 괴롭혀서 그런기다, 그러니 어서 달래도.”

.”

노조미의 말에 니코는 황급히 속옷을 벗기려 하였다. 서두르다 보니 오른쪽 다리만 빠져서 왼쪽 발목에 노조미의 속옷이 걸쳐 버렸지만, 니코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검은 천 너머에 숨어 있던 노조미의 은밀한 곳이 한눈에 들어왔다. 축축하게 젖어 있는 곳을 잠시 바라보고는 니코는 몸을 숙였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야한 향기가 니코의 머리를 어지럽혔고 본능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혀를 세워 노조미의 맛을 본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어린아이가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핥듯이, 정성스럽게 애무를 계속해간다.

하웃, 하으으읏, 니콧치, 아읏.”

노조미의 교성이 들려오고 몸이 움직이지만, 니코는 노조미가 움직이지 못하게 양손으로 허리를 붙잡았다. 니코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노조미는 놀라 니코에게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계속되는 니코의 애무에 신음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읏, 이건 위험하데이, 정말 이대로라면 가버린데이. 노조미가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니코는 좀 더 집요하게 노조미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혀끝을 세워 노조미의 안에 혀를 넣었다. 미적지근한 온도가 혀끝에서 느껴졌다.

 니코의 혀는 노조미의 안속까지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못하고 입구 부분에서만 계속 맴돌았으나, 그것이 노조미를 좀 더 민감하게 만들었다. 노조미 점점 더 젖고 있어, 자신의 애무에 반응을 하는 노조미를 보며 니코는 왠지 모를 쾌감을 느꼈다. 사역마로써의 본능일까, 좀 더 노조미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노조미의 안에서 혀를 빼내었다. 그러자 노조미는 고개를 들어 붉어진 얼굴로 니코를 보았다. 왜 멈추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담긴 표정이었다. 그 얼굴을 보고 난 뒤 니코는 혀를 세워 도드라지게 올라온 노조미의 음핵을 문질렀다. 선명한 핑크빛을 내는 음핵을 니코의 거친 혀가 건드릴 때 마다, 노조미의 몸이 크게 움직였다.

  ,거긴 안 된데이 니콧치, 하으읏, 니코!!”

니코의 거친 애무에 절정을 맞은 노조미의 몸은 부르르 떨렸고, 노조미의 애무를 계속하던 니코의 얼굴은 노조미의 애액 범벅이 되었다

 하아, 하아, 하아.”

 노조미의 거친 숨소리가 침실 안을 가득 매웠고 니코는 그런 노조미의 옆으로 다가갔다. 고개를 들어 니코의 눈동자를 보니 그곳에는 아직도 채우지 못한 욕정의 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이거, 내만 너무 즐겨 버렸구마, 으음, 어떻게 할까, 나는 어느 정도 만족했고 이걸로 니콧치가 실수 한건 없는 걸로 할까?”

“..., 그런.”

그라믄 어떻게 해줄까? 확실히 말해 보래이.”

나도 노조미가 해줬으면... 좋겠어.”

알았다. 근데 하나 틀린 게 있지 않나?”

뭐가?”

니코의 얼굴에는 의문의 빛이 잠시 지나갔고 노조미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내가 니콧치의 뭐꼬?”

그건...”

자 말해 보래이.”

,주인님.”

잘했데이, 그러니 이번에는 제대로 말해라.”

,주인님. 저를 마음대로 해주세요.”

니코의 말에 노조미는 기다렸다는 듯, 니코에게 다가가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느낌과 동시에 니코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나왔다.

이정도면 바로 두 개까지 들어가겠네.”

그렇게 바로는 무리잇..하읏.”


니코의 말은 흘러 넘기고, 검지와 중지를 축축하게 젖어 있는 니코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손가락에 끝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따스하면서도 미끈한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져 왔다. 손가락을 살짝 더 안으로 집어넣자, 니코의 신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마치 노조미를 유혹하는 듯한 울림이다. 노조미이이, 애절하게 이름을 부른다. 이것이 노조미를 좀 더 흥분케 만들었다. 잠시 니코의 목소리에 홀려 있던 노조미는 멈춰있던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는 니콧치가 어디가 약한지 잘 알고 있지.”

아으읏, 노조미.”

근데 니콧치 궁금하지 않나? 아까부터 묘하게 몸이 뜨거운게.”

그걸, 노조미가 어떻... 하읏.”

그건 말이제, 아까 노조미가 먹었던 음료에 내가 살짝 장난을 쳤다. 니코의 동물적인 본능이 살짝 강해지도록 하는 약이다.”

,무슨 소리야으읏.”

한 마디로 니콧치. 지금 발정기인 상태다. 몰랐나? 오늘 아침부터 몸이 묘허게 안 좋았지? 그게 발정기 상태인데 그걸 쪼매 강하게 만든 거다.”

,노조미이잇.”

살짝 노기가 띤 니코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노조미의 손가락이 서서히 빨라져 가자, 노기가 줄어들고 색으로 가득 찬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점차 빠르게 휘젓는 노조미의 손가락 사이로 애액이 넘쳐흘렀다. 계속해서 떨리는 니코의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 애액은 이미 더럽혀진 침대위로 흘러 내려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갔다. 손가락에 맞춰 허리를 흔드는 몸에 아주 살짝 부풀어 오른 가슴이 움직였다. 왼손을 내밀어 아직 여문 것 같지 않은 니코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니코의 입에서는 다시금 신음소리가 나오며, 뜨거운 숨을 내쉬는 입술을 바라보다 니코에게 키스를 하였다. 니코의 따스한 숨결이 입안으로 전해져 왔다. 혀를 안으로 밀어 넣어 니코의 입안을 탐했다.

하아, 하읍.”

흐읍.”

오른손은 점점 니코의 색으로 노조미가 물들어가고 있었다. 입안 또한 노조미의 타액이 자신의 타액과 한 뒤섞여가고 있었다는 사실에 니코는 쾌감을 느꼈다. 이런 것을 느끼다니 일말의 죄책감 같은 것이 느껴졌지만, 자신이 이렇게 된 원인은 전부 노조미의 탓이라 생각했다. 그런 약을 먹이다니 모두 노조미가 나쁜 것이다. 그렇게 죄책감을 노조미에게 돌리며 니코는 지금의 쾌락에 몸을 맡기기로 하였다.

츄읍, 혀와 혀가 다시금 한 대 엮이며 호흡이 뒤섞인다. 시작 할 때의 키스보다도 훨씬 더 농밀한 움직임에 니코는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황홀감에 젖어버렸고 잠시 뒤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쾌감에 니코는 절정을 맞이하였다. 노조미에게서 입술을 때고 거친 숨을 내뱉었다.

,하악, .....”

어라, 니콧치 벌써 가 버린 기가?”

........”

말투가 그게 뭐꼬, 주인님한테 이봐라, 이렇게나 손도 더럽히지 않았나.”

그건 노조미가 한거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애액으로 범벅이 된 손을 눈앞에서 보여주고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손을 핥기 시작했다.

 흐음, 니콧치의 맛은 이렇구마.”

달디 단 사탕을 맛보는 것 같은 표정을 하며, 손에 묻어있는 니코의 것을 삼켜갔다. 노조미가 먹고 있어, 내 것을 맛보고 있다.

, 변태...마녀.”그래, 그 변태 마녀는 니콧치의 주인이지.”

자신의 품안에 안겨 있는 니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검은색 비단 같은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고, 기분 좋은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이정도면 슬슬 약효도 다 했겠네, 니콧치의 귀여운 모습도 잔뜩 봤고 여기까지만 할까, 한동안 이걸로 놀리면 되겠구마.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품안에 있는 니코를 내려놓으려 할 때, 갑자기 니코가 팔을 잡았다.

 ? 와그라나, 니콧치.”

,아직...”

아직?”

아직, 노조미가 준 약효가 안 떨어 진 것 같아. 몸이 아직도 뜨거워.”

, 그럴 리가? 분명 이쯤이면 풀어질 때인데, 자신이 실수라도 한 걸까, 니코에게 해가 되는게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니코를 보았는데,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무언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여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긴장이 된 듯 손을 계속 움직였으며, 결정적으로 고양이 귀가 계속 움직인다. 저 버릇은 니코가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었다.

아하, 그렇구마.”

, 그러니 노조미가 어서 책임져줘.”

후후후, 알겠데이. 대신 이번에는 조금 과격할지도 모른다.”

그 말에 니코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좀 더 자신을 원해달라는 듯 몸을 밀착해온다. 그런 니코의 행동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말을 하려했지만, 말보다는 몸이 먼저 움직였다. 가볍게 니코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며 니코를 바라본다.

  이건 주인과 사역마 이상의 관계가 되어 버리겠구마, , 그런 것도 나름 좋다. 니콧치는 언제까지나 나의 곁에 있어주면 된다. 사랑한다. 나의 니콧치.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