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호노에리] 늦잠

Aeon16 2017. 10. 8. 18:48

의식을 찾으려는 듯 한 신음소리가 이불 안에서 들린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기 위해 이곳저곳을 더듬다, 단단한 감촉을 느끼고 다시 이불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어두운 이불안이 핸드폰의 불빛으로 밝아지고 전 부 뜨이지 않는 눈 사이로 시간을 확인한다.

10:09분이라는 숫자가 보이고 뒤의 숫자가 10분으로 변했다. 놀란 나머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뻔 했지만 토요일이라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다시금 이불을 덮었다.

역시 늦잠은 좋아.”

이불을 돌돌 말아 뒹굴 거리는 주말은 언제나 옳다. 오늘은 이불 밖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호노카.”

불현 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호노카는 꽁꽁 감싼 이불을 더욱 강하게 붙잡는다.

호노카.”
다시금 들려오는 목소리 자는 척 하려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알고 있는 듯 발소리가 가까워진다. 미련이 남아서 일까, 호노카는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해보려 한다.

아직도 자고 있는 거야?”

…….”

늦잠을 자는 아이에게는…….”
…….”

에리의 목소리가 점차 가까워진다. 귓가를 간질이는 숨소리에 움직일 뻔했다. 호노카의 머릿속에서는 빨간불이 울리고 경보스위치가 들어온다.
벌을 줘야지.”
호노카의 귀에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리고 귀에 물컹한 감촉이 덮쳐든다.

히이이익.”
역시 일어 나 있었네? 호노카.”
우우우, 에리쨩 너무해 호노카가 자고 있는 거 알고 있었으면서.”
나는 몰랐는데, 그것보다도 어서 일어나 호노카 벌써 10시가 넘었어.”
시치미를 때며 방을 나가는 에리를 뒤로하고 호노카는 자신의 성역에서 나오게 됐다. 침대에게 이별을 고하고 밖으로 나오니, 주방에서 늦은 아침식사를 만들고 있는 에리가 있었다.

아침은 가볍게 먹자.”
네에.”
곧장 주방으로 들어간 호노카는 에리를 도와 식사 준비를 돕는다. 요리가 오른 접시를 탁자로 옮기고 젓가락을 가져간다.

알맞게 익은 달걀프라이와 먹음직스럽게 익은 베이컨과 드레싱을 뿌린 샐러드가 호노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에리가 자리에 앉고 호노카와 에리가 말한다.

잘 먹겠습니다.”

달걀의 흰자를 젓가락으로 잘라 먹는다.

으음, 맛있어.”
평범한 달걀프라이인데 언제나 호들갑이라니깐.”

아냐, 에리쨩의 달걀프라이는 정말 맛있어.”

후훗, 고마워 호노카.”

칭찬이 오가는 식사가 끝나고 정리를 시작한다. 호노카가 설거지를 하고 에리는 커피포트에 물을 담아 끓이기 시작한다. 물이 끓는 소리가 들려오고 에리가 호노카에게 묻는다.

커피는 어떤 걸로?”

이번에는 설탕 넣어서.”
알았어.”
지난 번 에리와 같은 블랙으로 부탁했다가 다 마시는데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생각하자 호노카의 얼굴은 절로 찌푸려졌다.

호노카의 설거지가 끝남과 동시에 에리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머그잔을 호노카에게 건네줬다.

뜨거 우니 조심해.”
.”
조심스럽게 머그잔을 건네 받은 호노카는 에리와 같이 거실로 가 소파에 몸을 눕힌다.

달아서 좋다.”
호노카 한 테는 코코아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

너무 어린애 취급하는 거 아니야 에리쨩.”
호노카는 어린아이잖아. 어제도 침대에서 계속해서…….”
와아!!!”

에리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듯 호노카는 소리를 지르며 애써 모른 척 하려 했지만, 기억나지 않을 리 없다. 아직도 아린 것 같은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달콤한 커피를 마저 마신다.

오늘은 어떻게 보낼까.”
영화라도 빌려와서 볼까? 지난번에 에리쨩이 보고 싶다고 한 영화 극장에서 일찍 내려갔잖아.”
그럴까, 나가는 김에 장도 조금 보고.”
그렇다면 결정, 얼른 씻고 나올게.”

커피를 전부 마시고 테이블에 올려놓은 호노카는 샤워실로 들어가고, 에리는 남은 커피를 마신 뒤 소파에서 일어나 팔을 천장 위로 쭉 뻗었다.

이런 느긋한 휴일도 좋지.”

에리도 외출 준비를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외출준비를 끝마친 둘이 밖으로 나왔다.

으음, 날씨 좋다.”
그렇지? 이불안에만 있기는 아까운 날이야.”
호노카는 이불 안도 좋다고 이야기 하려 했지만 혼날 것이 분명하기에 에리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넘어갔다.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 쌀쌀한 바람이 호노카와 에리의 뺨을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주변을 살펴보니 푸르던 나뭇잎들이 각자의 색으로 물들어 가고, 길거리에는 아이스크림대신 따듯한 음식들을 파는 노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가을이오나 보네.”
그러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말 더웠는데.”
호노카와 에리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군고구마를 하나씩 들고 대여점을 향해 걸어갔다.

군고구마 완전 맛있어 에리쨩.”
그러게 정말 달다. 마치 사탕 같아.”

, 에리쨩 잠깐만.”
왜 호노카?”
호노카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자, 호노카는 에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설마 이런 곳에서 스킨십을 하는 건가 잠시 당황했고 곧이어 호노카의 손이 에리의 뺨에 닿았다.

여기 검댕이 묻었어. 에리쨩. 잘 안지워지네.”
, , 잠깐 나 티슈 가져왔으니깐.”
그러면 호노카가 닦아줄게.”
자신이 닦으려고 했지만, 호노카의 말에 에리는 티슈를 건네줬고 호노카는 에리의 뺨에 묻은 검댕 이를 닦아줬다. 갑자기 이렇게 들어오다니 에리의 놀란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노카는 군고구마를 오물거리며 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약간의 소동 이후 대여점에 도착한 호노카와 에리는 보고 싶었던 영화를 찾기 위해 가게 안을 둘러봤다.

에리쨩, 이거 맞지.”
. 맞아.”

다른 것도 빌려 볼까?”

어떤 거?”
으음, 뭐가 좋을까.”

호노카는 다시 영화를 살펴보다 이거다라고 작게 말하며 영화 하나를 가져왔다. 어떤 장르인지는 모르겠지만, 호노카는 재미있을 것 같다며 가져왔기에 바로 카운터로 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면 영화도 빌렸고, 저녁을 사러 가볼까.”
에리쨩 오랜 만에 피자 어때?”
피자?”
, 영화 보며 피자 먹고 싶어.”
괜찮을 것 같네. 그러면 이대로 돌아갈까.”
.”
해가 서서히 내려앉고, 바람은 조금 더 쌀쌀해졌다. 호노카가 추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에리는 호노카의 오른팔을 자신의 왼팔에 팔짱을 끼도록 했다.

헤헤.”
미소를 지으며 에리에게 더욱 밀착하는 호노카의 행동에 에리는잠시 당황했지만, 조금 걷기 불편하다는 말을 했지만 팔짱을 풀려하지는 않았다.

으으, 춥다 추워. 에리쨩 코타츠는 언제쯤 꺼낼까?”

벌써?”
하지만 금방 추워질 것 같은걸.”
그렇긴 하지만, 코타츠를 내놓으면 호노카 또 하루 종일 코타츠 안에 만 있을 거잖아.”
, .”
정곡을 찔린 호노카는 에리의 대답을 회피하고 피자를 주문하겠다며 전단지를 찾기 시작했다.

어떤 피자를 시킬까?”

하프 앤 하프로 해서 호노카가 좋아하는 거 하나 내가 좋아하는 거 하나로 할까.”
그래.”
활기차게 대답한 호노카는 곧장 주문을 넣었고 피자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영화를 볼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러면 이 영화부터 볼까.”

에리쨩이 보고 싶어 했던 영화라 기대되네.”
플레이어기기에 CD를 넣고, 방안의 불을 끊다. 자주 듣는 배급사의 로고가 나오고 영화가 시작된다. 소파에 앉아 서로에게 기대고 영화에 집중한다. 영화가 점점 흥미진진해져 갈 때, 피자가 왔다는 초인종이 울렸다.

영화를 잠시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난 호노카가 준비해둔 카드를 들고 피자를 받으러 나간다. 짧은 인사 뒤 호노카는 콧노래를 부르며 피자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에리쨩, 어서 먹자.”

잠깐만 기다려봐 피자에는 이게 빠질 수 없지.”
에리가 냉장고에서 꺼내온 것은 냉기가 흘러나오는 맥주 캔이었다. 언제 냉동고에 넣어 놓은 것인지 캔 주위에는 약간의 서리가 내려 앉아 있었다.

각자가 주문한 피자를 한 조각씩 들고 피자를 먹기 시작한다. 만족감이 가득한 콧노래를 부르며, 맥주 캔을 딴다. 청량한 소리가 들리고, 가볍게 캔을 부딪쳐 건배를 한 뒤 맥주를 마신다.

크으.”
와아.”

짧은 감탄사를 내고, 영화 시청을 계속한다. 재미있는 영화와 맛있는 음식,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가니 행복하기 그지없는 시간이 되었다.

와아 재미있었어.”
영화관에서 못 본게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호노카와 같이 봤으니 만족했어. 어떻게 할까, 호노카 바로 다음 영화도 볼까?”

, 좋아.”
호노카의 말에 에리는 곧장 CD를 넣고 시작 버튼을 눌렀다. 느낌은 평범한 로맨스 같았다. 사랑하는 이들이 시련을 맞이하고 역경을 넘어서고 있었으며, 나름 나쁘지 않은 전개에 호노카와 에리는 다시금 맥주를 홀짝이며 영화를 봤다. 이윽고 둘이 모든 시련을 이겨내고 사랑을 나누려는 장면이 나오고 호노카와 에리는 둘 다 맥주를 뿜을 뻔했다. 전개와는 다르게 상상이상으로 강렬한 러브신에 호노카와 에리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스피커를 넘어 들리는 신음소리에 에리는 아무런 말도 없이 정지 버튼을 눌렀고 호노카에게 말했다.

여기까지만 볼까?”

…….”
호노카?”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호노카는 한껏 붉어진 얼굴로 에리를 올려다보고 소매 끝을 붙잡고 있었다. 맥주 캔을 내려놓은 에리는 호노카에게 말했다.

오늘은 호노카랑 같이 늦잠 잘지도 모르겠네.”
그러면 호노카는 좋은걸.”
오늘 밤은 일찍 못잘 거야 호노카.”
……..”
정지된 화면의 빛으로 벽에 비추어진 호노카와 에리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지고, 영화와도 같은 음색이 방안을 매우기 시작한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