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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호노에리] 더위

Aeon16 2018. 6. 7. 20:14

더워.”

그러게, 아직 6월 초인데 이렇게 덥다니.”

들고 있는 과제 뭉치로 부채를 만들어 흔들어 봤지만 전혀 시원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가져온 얼음을 가득 담은 주스도 바닥을 보인지 오래고 이제는 얼음이 녹아 달그락 소리를 내며 물이 되어 잔을 채우고 있었다.

에리쨩 이제 무리야 호노카 녹아서 쓰러질 것 같아.”
나도 힘드니 어쩔 수 없네.”
에리는 책상위에 준비해 놓은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짧은 감탄사를 낸 호노카는 희망이 가득한 눈으로 리모컨 끝에 있는 여름의 구원자이자 희망인 에어컨이 자리 잡고 있는 벽을 본다.

삐빅

경쾌한 기계음이 들리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기동 음이 방안에 울려 퍼지고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이제 곧 시원한 바람이 나올 것이다. 이제 곧, 그러나 호노카의 기대와는 다르게 차가운 바람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연신 뜨거운 바람만을 내뱉었다.

에리쨩 혹시 우리 에어컨이 아니라 온풍기를 킨 거야?”

아니, 분명 냉방 버튼을 눌렀는데?”

, 다시 한 번 눌러봐.”

에리는 다시 리모컨의 냉방 버튼을 눌러보지만, 에어컨은 반응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기동을 정지했다.

이거.”

설마…….”

뜨거운 숨을 내뱉던 에어컨이 멈춰버렸다.

안돼애애애.”
호노카의 절규가 들리고, 에리 또한 티를 내지 않았지만 내심 절망해버렸다. 뜨거운 바람만을 내뿜고 가버린 에어컨 때문에 방안의 온도만 올라가 버렸다.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고 목을 타고 흘러 내려 옷깃을 적신다.

창문을 열어도 바람이 안부네.”
, 에리쨩 창고에 선풍기 있었지?”
있긴 한데, 움직이려나. 선풍기 청소도 해야 하고 바로는 못 쓸 것 같은데.”
우우우, 어떻게 하지.”

호노카 또한 땀범벅이 되어 옷이 젖어가고 있었다.

그러면 과제는 그만하고 시원한 카페라도 가있을까, 겸사겸사 저녁도 밖에서 먹는 걸로 하고.”

그럴까?”

에리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는지 바닥에 엎어져있던 호노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과제를 그만해서 기쁜 건지, 더위를 피할 곳으로 가는 게 기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기뻐하는 호노카를 보니 괜찮은 생각 같았다.

그러면 일단 샤워부터 할까.”
에리쨩 먼저 들어가 호노카가 다음에 할게.”

책상에 올려놓은 과제들을 정리하고 주스 잔을 들어 싱크대에 가져가는 호노카를 바라본다. 이럴 때는 행동이 참 빠르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하얀 셔츠 너머로 비치는 호노카의 속옷과 옅은 살색이 눈에 들어온다. 땀을 너무 흘려서인지 젖어 버린 셔츠는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었고,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더워서 일까 한 번 열이 오르기 시작한 머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호노카의 땀이 귓등을 지나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려간다. 천천히 호노카의 뒤로 다가가 양팔을 벌려 호노카를 끌어안는다.

에리쨩?”
놀란 듯한 호노카의 목소리가 들린다. 평소보다도 높은 온기가 느껴지고 짙은 향기가 난다.

멈출 수 없겠네.

호노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호노카 아직 나가기에는 조금 이른 것 같지 않아?”

에리쨩 더운데 일단 호노카를 놔주면…….”
조금만 있다가 나가도 될 것 같은데?”

, 그래도 되겠지만…….”
키스해도 될까?”
으읏, , 그런 말은 반칙이야
품에 안은 호노카를 놓자, 몸을 돌린 호노카와 얼굴을 마주한다. 더위로 인해 얼굴이 한층 더 상기된 호노카는 살며시 눈을 감는다. 호노카의 달아오른 볼 위에 손을 올리고 얼굴을 가까이 한다. 뜨거운 공기가 입안에서 뒤섞이기 시작한다. 호노카의 양팔이 살며시 에리를 끌어안는다. 혀와 혀가 맞닿아 미지근한 침이 온기를 더하기 시작하고, 이마에 맺힌 땀이 빠르게 흘러내려 속눈썹 끝에 맺히고 호노카의 와이셔츠 위에 안착한다. 잠시 자국을 남기며 사라져 가는 땀방울이 사라질 때 쯤 둘의 얼굴 사이에 거리가 생겼다.

열띤 숨을 내뱉는 호노카와 에리 사이에 여느 때와는 다른 달짝지근한 공기가 흐르고 호노카는 아무 말 없이 컵안에 있는 반쯤 녹은 얼음을 손가락으로 꺼내 입안에 넣었다.

이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만이야.”

호노카의 입안에서 얼음이 더욱 작아지기전 에리는 다시금 입술을 마주한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둘의 타액이 뒤섞인 물이 서로의 목을 타고 넘어가 안으로 흘러들어간다. 짧은 키스가 끝나고 호노카가 말했다.

에리쨩.”

왜 호노카?”
에리의 허리를 붙잡은 손을 놓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샤워 같이 할까?”
거절 할 이유가 없지.”
뜨거운 물보다는 역시 차가운 물로 하는 게 좋겠지, 몸도 식힐 겸해서.”

찬물 샤워도 좋지, 너무 차가우면 몸을 따듯하게 만들면 되니깐.”
에리의 말에 호노카는 싫지만은 않다는 듯 입술 끝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저녁은 뭐 먹을까?”
씻으면서 생각해보자.”
코토리, 우미도 부를까?”

좋네. 연락해보자.”

샤워실로 향하는 호노카와 에리의 걸음은 더위에 쫓겨 도망가는 걸음이 아닌, 즐거움을 위해 장소를 옮기는 그런 걸음걸이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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