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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니코마키] 식어가는 것

Aeon16 2016. 2. 25. 16:43

사랑은 언제나 뜨겁지 않다. 때때로 어느 것 보다도 차가워 질 수도 있는 감정이다.

언제 부터였을 까, 우리 둘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마키가 말했다.

같이 살지 않을래?”

의대로 진학을 하게 된 마키는 학교 근처에 원룸을 구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말한 듯 떨고 있는 마키를 보고는 미소를 짓고, 그러자고 하였다. 처음에는 서로의 생활패턴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다투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 바탕 거사를 치루고 난 뒤, 서로에게 사과를 하고는 여러 가지를 조정하였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니코&마키 결의서이다. 몇 번이나 수정 된 흔적이 보이는 너덜너덜 한 종이를 보며, 니코는 한 숨을 쉬었다. 시간이 흘러, 마키는 당연한 수순으로 의사가 되었고, 니코는 뮤즈로써의 경험을 살려 아이돌이 되었다. 거기다 운도 한 몫을 한건지, 지금 니코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아이돌이 되었다.

처음에는 서로의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꿈을 위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대견스러웠기에, 서로를 위로하고 응원을 해주었다. 하지만 이것은 얼마가지 않았다.

둘이 너무나도 바쁘다보니,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었다. 잘 지켜 나가던 결의서의 내용도 종종 지키지 못할 때가 빈번히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싸움이 일어났다.

왜 하지 않느냐, 약속을 지켜라, 같은 말로 시작하여, 나중 가서는 서로를 상처 입히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그렇게 둘의 사이에는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어째서, 이해해주지 못 하는거야.”

나는 그거 싫다고 말했잖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예전에도...”

“...그만하자.”

서로간의 감정을 소모하는 일도 지쳐 버린 듯 마키가 말을 멈추고, 소파에 누워버렸다. 싸움의 시작은 니코의 출장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하여,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여기까지는 이해를 할 수있었지만, 니코의 상대인 남자배우의 소문이 좋지 않았다. 전부터 마키가 싫어하는 표현을 보였지만, 니코는 그때마다 마키를 달래었고, 오늘 소식을 들은 마키가 결국 터져 버린 것이다.

소파에 드리누워 버린 마키를 뒤로 하고, 니코는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솔직히 이제는 지쳐버렸다.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다. 그냥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푹 쉬고 싶었다.

점점 흐려져 가는 의식, 니코는 그대로 잠이 들어 버리고 말았다.

 

삐삐삐, 들려오는 알람소리 언제 잠들어 버린 것이지, 아파오는 머리를 잡고 시계를 보았다. 어제 맞춰 놓은 시간대로다. 지금 나가야 일정을 맞출 수 있다. 세면실로가 가벼운 세면을 한 뒤 짐을 챙겨 나왔다. 거실에는 언제 일어난 건지 모를 마키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키의 뒷모습을 보며 니코가 말했다.

일주일 정도 걸릴 거야.”

“...”

오늘 2시 신칸센을 타고 갈거야.”

“...”

그럼 다녀올게.”저기, 니코.”?”

나 사랑해?”“....”

마키의 마지막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니코는 문을 닫고 나갔다. 마키는 아무런 말없이, 커피 잔을 탁자위에 내려놓았고, 니코가 문을 닫고 나가면서 불어온 바람에 둘의 결의서는 바닥에 힘없이 떨어져 버렸다.

마키는 떨어진 종이를 보며, 아무 말 없이. 병원으로 출근 준비를 하였다. 자동차를 타면서도 생각했다. , 이제 끝이구나...니코의 마지막 대답을 듣지 못했을 때, 그렇게 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만약 대답을 들었더라면 달라졌을까...

병원에 도착한 마키는 변함없이, 일과를 진행하였다. 환자들을 진찰하고 검진을 하고 처방을 내려준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저 같은 일상을 보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동료직원들이 같이 식사를 하자고 하여, 구내식당으로 내려가 밥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니시키노 선생님은 요새 도시락 안 싸오네.”그러게 엄청 맛있었는데...”

그러게요...”

마키는 가볍게 대꾸를 하며 식사를 하였다. 모두들 식사를 마치고 올라와 입가심으로 커피를 마시자고 하였다. 근처 카페로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였다. 커피는 금새 나왔고,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려 할 때, 뒤에서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왔다. 뭘까? 하는 호기심에 모두들 돌아 보았고 티비 화면을 보았다. 그곳에는 긴급속보라 적힌 문구와 함께 뉴스가 방송되고 있었다.

뉴스의 문구는 [신칸센 갑작스러운 탈선] 이라 적혀있었다.

신칸센...신칸센... 그때 마키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늘 2시 신칸센이야

마키는 들고 있던 커피 잔을 놓쳤다. 바닥에 떨어진 종이 잔은 찌그러지고 아메리카노는 바닥에 흩뿌려졌다. 옆에 있던 동료가 갑작스러운 마키의 행동에 놀랐다. 마키는 황급히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14:50]

아니다. 아닐 것이다. 저기에는 니코가 없을 것이다.

주변의 동료가 마키의 이름을 불렀지만, 마키의 머릿속에는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마키는 빠르게 사무실로 올라갔다. 사람들을 뚫고 나가 도착한 사무실 위에 있는 핸드폰을 잡았다. 떨려오는 손, 입으로는 아닐거라고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단축번호 1번을 눌렀다

뚜르르르, 기계적인 착신음이 오늘따라 길게 느껴졌다.

제발,제발,제발.”

얼마나 지났을까, 마키의 귓가에는 최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고객님의 핸드폰 전원이...”마키는 통화를 종료하고 다시 걸어보았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때, 마키는 불현 듯 생각난 사람이 있었다. 니코의 매니저, 분명 전화를 등록했을 것이다.

마키는 황급히 전화부를 뒤져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다시 반복되는 통화음... 그리고 들려오는 목소리.

여보세요? 마키씨?”

, 저 맞아요. 저기 매니저님, 니코...니코는 어디 있어요!!!”

,잠깐만요, 왜 그러세요?”

몰라서 물어요!!!! 지금 시..신칸센이 니코가!!!”

신칸센이 왜요?”

지금 사고가 났다구요!!!!!”분노로 가득 찬 마키의 목소리, 매니저의 무능함을 욕하고 싶었으나, 니코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이성을 붙잡고 있었다. 핸드폰 너머에서는 매니저가 누군가를 부르는 듯 했다. 도대체 뭘하는 거야, 니코가 어떻게 된 건지 알려 달라고!!

그때 누군가가 전화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여보세요?”

지금 뭐하는...?”

화를 내려다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니코? 어떻게 전화를.. 신칸센은... 일단 그런 건 재쳐두기로 하고 수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말했다.

니코? 니코야? 니코 맞는거지?”

..난데 왜?”

,다행이다 난 니코가...흐아아아앙.”

니코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은 마키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수화기 너머의 니코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마키의 울음소리에 크게 당황한 것 같았다.

빨리, 전화 받았어야지!!!”

그게, 핸드폰 배터리가 나가서...미안해..”

...니코가 어떻게 된 줄 알았단 말이야.”

“....”

정말이지, 전혀 괜찮지 않아...난 니코가 없음면, 더 이상...”

마키...”흐으윽.”아침에 못한 대답을 해줄게.”?”

대답이 늦어서 미안, 사랑해..!”

,흐흑...나도...니코를 사랑해..”

식어 버린 줄 알았 던 감정은 아직도 그 무엇보다도 뜨겁게 둘의 안에서 불씨를 지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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