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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나태

Aeon16 2018. 9. 24. 20:21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공허한 외침만이 벽에 반사되어 울리고 그 자취를 감춘다. 이미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더욱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대로 바닥과 하나가 된다면 얼마나 편할까 역시 바닥으로 태어났어야 했나 쓸데없는 잡념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귀찮은데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자괴감이 스멀스멀 올라와 자의식을 건드릴 때 쯤,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꼬르르륵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데 어째서 배가 고파오는 걸까, 바닥과 하나가 되기 일보직전인 몸을 일으켜 바로 앞 주방으로 향했다. 손을 뻗어 찬장을 열어 먹을 것을 찾아보니 라면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흔한 즉석 식품 조차 없는 찬장이라니 서글퍼지려 했지만, 공복은 그런 감상조차 느낄 시간이 없다는 듯이 배고픔에 채찍질을 가한다. 공복의 괴롭힘에 저항한 번 하지 못하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몸을 움직이며 라면을 끓인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물에 스프를 넣고 국물이 우려 나올 때 쯤 면을 넣는다.

잠시뒤 간단한 식사가 만들어지고 바닥에 굴러다니던 책중 하나를 가져와 그 위에 라면을 올려놓는다. 책이 구겨지는 게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건 언제 부터였더라, 그런 생각을 하며 젓가락질을 하다 보니 어느새 빈 그릇 만이 남았기에, 설거지를 하려고 물을 받아 놨지만, 이내 귀찮아 물만을 가득 채운 채 싱크대에 그릇을 놓았다.

밥도 먹었겠다, 몸도 일으켰겠다. 조금은 건설적인 일을 위해 무엇을 해볼까 생각하지만 이내 귀찮아 졌다.

그대로 침대 위로 몸을 던지자, 스프링에 의해 몸이 잠시 튕겼지만 이내 침대에 몸을 묻었다.

침대 위에 엎어진 채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얼굴에 가까이해 자주하는 sns에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당연히 나보다 잘 살고 있겠지 쓴웃음을 지으며 올라온 글들을 확인해 본다.

다 귀찮다.”

계속 누워있고 싶어.”
아무 것도 하기 싫어…….”

비슷한 글들이 연달아 갱신되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를 안도감을 가지고 핸드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놓으며 중얼거렸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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