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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에리] 퇴근길

Aeon16 2019. 4. 4. 21:03

저녁노을이 지며 땅거미가 길게 드리워지는 시간이 찾아왔다. 기지개를 켜보니 주위의 동료들은 하나 둘 퇴근 준비를 시작한다.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놓여 진 시계를 보니 어느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이시간인데도 아직 해가지지 않다니 봄이 찾아오고 있다는 느낌이 성큼 눈앞으로 다가온다. 시침이 숫자 6에 멈추자 퇴근하자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서둘러 정리를 마치고 몰려 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껴 사무실 불을 끄고 문을 닫는다.

복도를 걷고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 옆 부서의 동기가 서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자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 한 잔 하러 가지 않을래? 다른 친구들도 같이 가기로 했어.”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며 눈을 빛내는 동기를 보니 고민이 된다. 확실히 회사 동기들과 같이 마신 기억이 희미해질 정도로 오래되긴 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안주머니 안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잠시만.”

스마트폰 화면에는 메신저가 왔다는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내용을 확인하고 빠르게 답장을 보낸다. 미안하지만 동기에게는 못 간다는 말을 전해야겠다.

다음에 마시자, 아야세가 그런 표정을 하고 있을 때 권유 할 수 없지. 그럼 다음에 봐.”
손을 흔들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동기에게 인사를 한다. 그런 표정이라니 손을 올려 얼굴을 만져 보니 입 꼬리가 살며시 올라가 있었다. 티를 내도 너무 냈다. 후회를 하며 스마트 폰을 다시 주머니 안에 넣고 다음에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탄 뒤 1층에 도착했다.

우르르 몰려나오는 인파 사이에 껴 걸음을 재촉 했다. 다양한 소리가 뒤엉켜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목소리, 어딘가로 가자고 말을 하는 활기찬 사람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에리 또한 갈 곳이 있기에 발걸음에 힘을 더하고 길을 걷고 있을 때, 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부드러우며 달콤한 향기가 에리의 콧잔등을 스쳐 지나간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제 마지막 장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의 군고구마 가게가 있었다. 가게 앞에 있는 사람들이 군고구마를 받아 갈색 껍질을 벗겨내니 그 안에는 달콤함으로 가득 차있을 것 같은 금빛 고구마가 있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고구마를 보고 있으니 어느새 에리는 가게 앞에 서 지갑을 꺼내고 있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덤이라고 받은 고구마 한 봉지를 들고 집을 향해 간다. 바스락 거리는 종이 봉지 너머로 온기가 느껴진다. 이 고구마가 식기 전 집에 도착하고 싶었기에 걸음이 조금 더 빨라진다.

점차 인적이 드물어지고 길가의 가로등만이 어두운 거리를 비추고 있을 때 집 앞 가로등 아래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니 누군지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반가움을 억누르지 못하고 기쁨을 담아 말한다.

노조미.”
이제 오나 에릿치 쪼금 늦었구마.”
미안, 추운데 오래 기다린 거 아니야? 이걸 좀 사느라 늦었어.”

뭘 샀기에 그러나? 고구마네 잘됐데이. 오늘 왠지 고구마가 먹고 싶었는데.”

그럼 사길 잘했네.”

노조미와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마주 잡은 손을 통해 온기가 전해져오고 오늘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문이 열리고 노조미가 먼저 신발을 벗고 현관 앞에 서서 눈을 살며시 감고 양팔을 벌리며 말한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데이

.”
노조미의 품안으로 들어가 살며시 입을 맞춘다. 아주 짧은 애정표현이 끝나고 노조미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문자에 나온 대로 할 끼가?”

물론이지.”

그렇다면 목욕탕에 물은 받으니께어서 들어가자.”
에리를 지긋이 보며 웃는 노조미를 보니 오늘 밤은 아주 길어 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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