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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니코] 좋아하는 것

Aeon16 2016. 3. 27. 19:55

영원히 친구 그 이상으로는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왜냐하면 너의 옆자리는 이미 채워져 있었으니, 포기하기로 생각하였다. 내가 아닌 그녀가 있을 때 너는 진정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깐, 잠시 쉬는 시간, 화장실에 다녀오며 노조미의 반을 들여다보았다. 창문너머로 보이는 노조미의 자리는 오늘도 노조미에게 점을 보러온 친구들에게 둘러 쌓여 있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노조미에게 운세를 묻고 노조미는 카드 점을 봐준다. 신사에서 무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봐주는 것은 타로카드 인 것이 항상 이상했지만 딱히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용하기도 하고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으니깐, 그때 노조미와 눈이 마주쳤다. 푸르른 녹색 눈동자를 보자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창문 너머에 있는 노조미와 점점 가까워져 간다.

보랏빛 머리카락, 가느다란 속눈썹, 살짝 떠올라있는 홍조, 창문 너머에 있지만, 노조미 에게서 나는 금잔화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여 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노조미에게 빠져 들어가고 있을 때, 노조미의 표정이 변했다. 그것은 아름다운 미소, 심장을 뛰게 만들고 노조미에게 빠져들게 된 계기 노조미가 저런 미소를 짓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본다. 그곳에는 그녀가 서있었다.

에리구나.”

니코 뭐하고 있었어?”

그냥 지나가다가...”

노조미의 저 미소는 에리만이 짓게 할 수가 있었다. 포기 했다고 마음먹었다. 정말로 뜻대로 되지 않는 구나 사람 마음 이란 거, 씁쓸한 맛이 잉크처럼 번져나간다. 에리에게 가볍게 인사를하고 반으로 돌아왔다. 가슴에서 한 줄기 가시 넝쿨이 자라 점점 니코를 얽매어 간다. 가시에 찔린 듯한 통증, 이 감정은 너무나도 명백한 감정 바로 질투다. 니코답지 않았다. 이런 것은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은 바래주지 못할망정, 한 편으로는 노조미의 옆에서 에리가 비켜줬으면 좋다고 몇 번이나 생각한 적이 있다.

“...못된 아이네 나는...”

저기압이 되어버렸다. 자리에 앉아, 책상에 엎드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둑어둑해져가는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니코의 머릿속 같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이 무거워 보이는 하늘, 오늘 우산을 챙겼던가, 가방 안에 손을 집어넣어 보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곧 수업도 끝나는 데 비가 오겠어,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며, 수업을 들었다.

쏴아아아아, 악천후에 가까울 정도로 비가 내렸다. 정문 앞에 서서 원망스러운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비는 더욱더 거세져만 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비를 맞으며 집에 가기에는 비가 너무 거세다. 그렇다고 여기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위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니콧치 여기서 뭐하나?”

노조미?”

고개를 돌리자 한 손에든 우산으로 니코를 씌워주고 있는 노조미가 서있었다.

우산 없는기가?”

, 실수로 놓고 와서.”

그라믄 내랑 같이 쓰고 가자.”

“...고마워.”

노조미와 같은 우산아래에 들어가 하교를 하기로 하였다. 살짝 떨어지려고 했지만, 어깨가 젖어 들어가는 것을 본 노조미가 허리를 잡아 당겨 몸을 밀착시켰다. 옷 너머로 느껴지는 노조미의 온기에 심장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놓아달라고 했지만, 그럴수록 노조미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안된데이, 니콧치는 내랑 꼬옥 붙어 있어야 한데이. 라는 말을 하였다. 이런 행동 하나 하나에 포기하려는 마음이 약해진다. 이런 마음을 노조미는 알까... 그때, 바로 옆으로 자동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갔고,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를 지나갔다. 당연스럽게도 고여 있던 물은 노조미와 니코를 덮쳐들었다.

으아앗.”

차갑데이!!”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욕을 한 바가지 해주고 싶었지만, 차는 이미 저 멀리까지 가버려 꽁무니만 보였다. 젖어버린 교복이 체온을 빠르게 훔치고 있었다. 몸이 떨려오고 딱,딱 소리를 내며 이가 부딪혔다.

으윽, 니코도 내도 물에 젖은 생쥐 꼴이구마.”

,그러게 으으.”

어쩔 수 없구마, 니콧치 내 집으로 가는 게 좋겠데이.”

지금?”

가서 교복이라도 말리고, 비가 수그러 들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나?”

그렇긴 하지.”

그러면 어서 가자, 바로 앞이구마.”

노조미의 손에 이끌려, 결국은 집안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혼자 노조미의 집에 온 적은 없었다. 젖은 우산의 물기를 털어 내고 욕실로 들어간 노조미가 수건을 건네 주었다.

어서 물기라도 닦고 있으래이. 옷은 금방 준비해 주겠구마.”

푹신푹신하고 좋은 향기가 나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내었다. 젖은 교복은 벗어 한 곳에 정리해 놓았다. 그때 욕실안에 있던 노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니콧치 다 벗었나, 어서 들어오래이.”

,잠깐 들어오라니. 욕실에?”

그래, 이제 뜨신 물 펑펑 나온다. 어서 오래이.”

,아니 난 조금 있다가...”

어서 몸 뜨시게 하면 감기 걸린데이 어여 와라."

노조미의 이어지는 권유에 계속 거절을 하였지만, 와시와시를 당하고 끌려가 버렸다. 수증기로 가득 찬 욕실 안 나신으로 있는 노조미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고개를 돌리며 노조미를 보지 않으려 했지만, 자꾸만 눈이 노조미에게로 향하였다. 열기로 인하여 분홍빛이 도는 피부를 보고 있으니, 머리가 뜨거워지고 피가 쏠리는 것 같았다.

니콧치, 와 그라나?”

, 아무것도 아니야...”

위험천만한 목욕이 끝나고 노조미가 건네준 잠옷을 입었다. 당연히 가슴 부분 이라던가 여기저기가 헐렁했기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마음이 허하구나.”

? 무슨 말이가 니콧치.”아무 것도 아니야...그냥 좀 공허해서.”

흐음...잘 모르겠구마, 근데 비가 그칠 생각을 안 하는 구마.”

그러게, 일단 집에 전화 해야겠네.”

, 그거라면 내가 해놨데이, 아주머니가 자고 와 도 된다고 말씀하셨구마.”

?!”

그러니 비 안 그치면 자고 가레이 어차피 내일은 주말아이가.”“...”

혹시 싫은기가?”

, 아니야. 싫지 않아...그냥 좀 민폐가 아닌가 해서.”

에이, 니콧치랑 내랑 어떤 사이인데 민폐가, 그런 말 한면 내는 섭섭하데이.”

노조미는 짐짓 섭섭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아왔다. 개놓은 교복은 어느새 빨래 통에 들어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자고 가는 수밖에...노조미와 단 둘이라니, 복잡한 심경이다. 하지만 그저 친구로써의 마음을 가지고 놀러온 것이라면 문제가 없겠지.

우우, 배고프데이.”

그러고 보니 시간이...”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다. 몸이 따듯해지고 시간을 보자, 공복감이 물밀 듯 몰려 들어왔다. 주린 배를 잡고 있을 때, 노조미가 말했다.

역시 이런 날에는 피자데이. 니콧치 뭐 먹을끼가?”

피자라...난 아무거나.”

알겠데이.”

빠르게 다이얼을 누른 노조미는 능숙하게 피자를 주문하였다. 비가오는 날 피자라니 배달원도 고생 좀 하겠네. 피자가 올 때까지 자리에 앉아 기다리려 했지만, 노조미가 바로 앞에 다가왔다. 왜 갑자기, 퉁명스럽게 말을 하자, 노조미는 타로카드 뭉치를 앞에 내밀었다.

그라믄 니코에 대한 점을 쳐볼까.”

싫어.”

우우, 심심하지 않나, 니콧치.”심심하지만 왜 갑자기 점이야.”스피리츄얼 파워를 보여주고 싶데이. 이래 뵈도 내가 봐주는 점은 예약하는 사람도 있데이.”알고 있어. 매일 매일 너한테 점 보러가잖아.”알고 있으면, 니콧치도 한 번!!”싫다니깐.”상당히 오랜 시간 점을 보내 마내로 노조미와 다툼을 하였다. 결국 지고말아서 점을 보기로 하였다. 노조미에게는 이렇게 약해져 버리는 것이 문제다.

, 그라믄 시작한데이.”

재빠르게 카드를 뒤섞는다. 노조미의 카드를 다루는 손놀림은 몇 번을 봐도, 신기하다. 책상위에 부채꼴로 펼쳐진 카드를 보고 있자, 노조미가 말했다. 자 이중에 하나 뽑으래이, 기세등등한 표정을 짓는다. 귀엽네 정말로...어떤 카드를 골라야 할까, 손가락이 카드 위를 몇 번이나 훑고 지나갔다. 그중 가장 느낌이 좋을 것 같은 중앙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카드에 그려진 그림은 바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카드였다. 위에 쓰여진 문구는 바로

[The Lovers]

?”

?”

동시에 소리를 내질렀다. 어째서 저런 카드가 나온 것일까, 정말 노조미의 점이 맞는 걸까, 아니면 그저 우연에 불과 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니콧치 누구 좋아 하는 사람 있나?”

화살과도 같이 날카로운 노조미의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 바로 눈앞에 있는...하지만 말을 못할 뿐이다. 나는 너에게 그런 미소를 짓게 해 줄 수는 없으니깐...하지만 욕심이 생기고 말았다. 더 이상 친구로써 이 자리에 서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앆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노조미의 추궁에 입을 열었다.

알고 싶어?”

, 알고 싶데이.”

좋아 니코가 좋아 하는 사람은 말이야.”

손을 든다. 떨려 오는 손 끝 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니코의 손가락 끝은 노조미를 가리켰다.

?”

띵동- 피자가 도착한 듯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니코와 노조미 둘다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애꿎은 초인종 소리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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