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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호노에리] 병

Aeon16 2016. 4. 12. 23:22

따스한 햇 빛이 창문 너머로 들어온다. 어느새 완연해진 봄의 기운이 물씬 풍겨온다. 형형색색의 꽃들은 자신의 뽐내듯 아름답게 피어 있고, 새들은 다시금 나무 아래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갓 내린 커피 한잔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같이 올라온 향은 방안에 서서히 퍼져가고 있었다. 에리는 커피를 따른 머그컵을 들고 한 모금을 머금었다. 카페의 마스터에게 부탁해서 원두를 얻어 오길 잘했다 생각하며, 다시금 커피를 음미하려고 했을 때, 알람이 울려 퍼졌다.

벌써 이런 시간인가.”

시계 알람을 끄고 머그컵을 내려놓았다. 분명 봄은 좋은 날씨다. 따스해지고 주변이 저절로 아름다워 지는 계절, 그러나...에리에게는 그렇게 달갑지 않았다. 왜냐하면 환절기도 같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하얀 가운을 두르고 안경을 쓴다. 청진기를 꺼내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준비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간호사가 문을 열고 환자가 들어온다. 에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어디가 아프세요?”

봄과 같이 찾아온 환절기 덕분에 병원은 감기 환자들로 바글바글했다. 낮에는 춥고 오후가 되면 더워진다. 사람들은 오후만을 생각하고 옷을 얇게 입고 가다가, 생각외의 추위를 맞이하게 되고, 그렇게 감기에 걸린다. 에리로써는 제발 얇은 옷 한 겹이라도 더 걸쳐 라고 확성기를 들고 거리에서 외치고 싶을 지경이다.

콧물이...”

재채기가...”

목이...”

쏟아지는 환자들의 진료를 마치고, 한 숨을 돌렸다. 다 마시지 않은 커피가 생각나 머그컵을에 손을 뻗어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어 버렸고, 향도 거의 날아가 버렸다.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며 에리는 지쳐버린 몸을 의자에 기대었다.

왜 이리 아픈 사람이 많은 거야... 모두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에리가 바람직한 불평을 하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또 환자인가, 오늘은 정말 바쁘네, 하지만 의사가 아픈 사람을 앞에두고 불평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세를 바로하고 환자를 맞이할 미소를 짓는다.

, 들어오세요.”

네에...”

문을 열고 들어온 환자를 보자, 에리의 입가에 있는 미소가 짙어졌다.

호노카?”

헤헤, 에리쨩 쿨쩍.”마스크를 쓰고 들어온 환자는 호노카였다. 어쩐 일일까, 왠만해서는 병에 잘 걸리지 않는 튼튼한 아이인데, 반가움 반, 걱정 반으로 들어오는 호노카를 바라보았다.

어디가 아파서 온 거야?”

열도 있고, 자꾸만 콧물이 나서...”

흐음...일단 청진기를 대볼게, 옷 좀 올려줘.”

.”

에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노카는 상의를 겉어 올렸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너무 힘차게 옷을 올렸다는 것일까? 그 모습에 놀란 에리는 황급히 손을 뻗어 호노카의 옷을 내려 주었다.

, 너무 올렸어.”

으,응 미안?”

보고 말았다. 호노카의 속옷...아니 가끔 본 적도 있고, 같은 여성끼리지만 왠지 모르게 에리의 얼굴이 달아오르고 심장이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일단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청진기를 호노카의 배에 대었다.

숨을 들이 쉬고...”

후읍.”

내쉬고.”

하아..”

호흡기 쪽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 지 체크를 하다가, 왠지 모를 고동소리를 느꼈다. 뭔가 싶었는데, 호노카의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세차게 뛰고 있었다.

호노카? 왜 이리 심장이 빨리 뛰어? 무슨 문제 있는거 아니야?”

, 아니 그게...에리쨩이 호노카의 배를 빤히 보니 왠지 부끄럽고...에리쨩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뛰어서 헤헤헤.”

?”

전부터 그랬는데, 에리쨩을 생각하면 자꾸 가슴이 뛰고, 열이 났어.., 아침에는 콧물만 좀 흘렀는데 병원에 오면서 에리쨩을 생각하니 열도 같이 났어...”

“...”

저기 에리쨩...이건 어떤 병이야?”

그건...”

에리는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이 병은 누구나 한 번 쯤을 앓게 되는 병.

어떠한 약도 듣지 않는 불치의 병.

나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에리 또한 오랫 동안 앓고 있는 이 불치병의 약은 에리의 앞에서 자신과 같은 병에 걸렸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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