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언제나 뜨겁지 않다. 때때로 어느 것 보다도 차가워 질 수도 있는 감정이다. 언제 부터였을 까, 우리 둘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 뒤, 마키가 말했다. “같이 살지 않을래?” 의대로 진학을 하게 된 마키는 학교 근처에 원룸을 구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말한 듯 떨고 있는 마키를 보고는 미소를 짓고, 그러자고 하였다. 처음에는 서로의 생활패턴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다투기도 하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 바탕 거사를 치루고 난 뒤, 서로에게 사과를 하고는 여러 가지를 조정하였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니코&마키 결의서이다. 몇 번이나 수정 된 흔적이 보이는 너덜너덜 한 종이를 보며, 니코는 한 숨을 쉬었다. 시간이 흘러, 마키는 당연한..
어느 왕국에 한 여인이 나타났다. 탐스러운 보랏빛 머리카락, 에메랄드를 세공해 넣은 듯한 옥 빛 눈동자는 한 번이라도 본 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를 매혹시켰다. 그녀에 대한 소문은 삽시간에 번져 왕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왕은 그녀를 잡아 오라 명령을 내렸다. 왕이 명령을 내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왕의 앞에 서게 되었다. 낡은 회색 망토로 몸을 가렸지만 망토 넘어로 보이는 굴곡을 본 왕은 침을 삼키며 말했다. “망토를 벗 거라.” “...”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이냐, 어서 망토를 벗어라!” “감당 할 수 있겠나?” “뭐?” “네 모습을 보고 나서도 감당 할 수 있냐고 물은기다.” 건방진 태도에 어전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고, 그녀 주위에 있는 병사들은 당장이라도 검을 빼들어 여인을 공..
평소에 맞춰 놓은 시간대로 알람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진다.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듣지 못한 것으로 하고 싶었지만, 매정하게도 알람 소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재촉에 마키는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어 평소보다도 강하게 시계를 내려쳤다. “가기 싫다.”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 찾아왔다. 어제 침대에 누우면서도 오지 않을 꺼라 생각을 했지만, 막상 아침이 다가오니, 뭔가 허무했다. 좀 더 절망적인 느낌일줄 알았는데, 왠지 아직까지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잠이 덜 깨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아래에서 들려오는 아침밥이 다되었다는 마마의 목소리에 내려갈게, 라고 짧게 답한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대충 정리하고 주방으로 내려갔다. “마키쨩, 어서 자리에 앉으렴.” “파파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