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그러게, 아직 6월 초인데 이렇게 덥다니.”들고 있는 과제 뭉치로 부채를 만들어 흔들어 봤지만 전혀 시원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가져온 얼음을 가득 담은 주스도 바닥을 보인지 오래고 이제는 얼음이 녹아 달그락 소리를 내며 물이 되어 잔을 채우고 있었다.“에리쨩 이제 무리야 호노카 녹아서 쓰러질 것 같아.” “나도 힘드니 어쩔 수 없네.” 에리는 책상위에 준비해 놓은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짧은 감탄사를 낸 호노카는 희망이 가득한 눈으로 리모컨 끝에 있는 여름의 구원자이자 희망인 에어컨이 자리 잡고 있는 벽을 본다.‘삐빅’ 경쾌한 기계음이 들리고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기동 음이 방안에 울려 퍼지고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이제 곧 시원한 바람이 나올 것이다...
10월 31일은 모두가 알고 있듯 핼러윈이다. 악마에게 미움을 받은 망자가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을 망자의 사정으로 순무로 양초를 만들어 온기와 밝음을 전해줬다는 이야기도 있고 11월 1일 대성인들의 전야제를 축하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지금은 호박모양 전등을 짚 앞에 장식하고 코스프레를 한 뒤 길거리를 여러 사람이 돌아다니는 정도의 축제 같은 느낌이다.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어두워진 날, 귀신 분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결코 무섭다는 게 아니다. 그저 몇몇 장식들이 진짜 같은게 조금 보기 힘든 정도다. 창밖을 보니 몇몇 사람들이 분장을 하고 번화가로 걸어가는 것이 보인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휴일과 같이 빛나는 번화가를 보면 한 번쯤 가볼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예전에 한 번..
의식을 찾으려는 듯 한 신음소리가 이불 안에서 들린다.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기 위해 이곳저곳을 더듬다, 단단한 감촉을 느끼고 다시 이불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다. 어두운 이불안이 핸드폰의 불빛으로 밝아지고 전 부 뜨이지 않는 눈 사이로 시간을 확인한다. 10:09분이라는 숫자가 보이고 뒤의 숫자가 10분으로 변했다. 놀란 나머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뻔 했지만 토요일이라 쓰여 있는 것을 보고 다시금 이불을 덮었다.“역시 늦잠은 좋아.”이불을 돌돌 말아 뒹굴 거리는 주말은 언제나 옳다. 오늘은 이불 밖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호노카.”불현 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호노카는 꽁꽁 감싼 이불을 더욱 강하게 붙잡는다.“호노카.” 다시금 들려오는 목소리 자는 척 하려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