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먼지를 일으키며 요란한 쇳소리가 울려 퍼지고 기차가 역을 떠난다. 보통의 기차였다면 다음 배차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그 기차가 마지막 기차였다면 이야기는 순식간에 달라진다. 저 멀리 떠나는 기차를 잡으려 쫒는 두 사람, 몇 번이나 소리를 지르며 기차가 멈추길 원했지만 그런 두 사람의 바람을 무시 하듯 기차는 점점 멀어져갔다. 페인트가 벗겨진 외벽, 먼지가 쌓인 의자들과 낙엽만이 뒹구는 허름한 간이역에 서있는 니코와 마키는 점이 되어버린 버스만을 바라봤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일상에 지쳐 피로를 풀기 위해 아무렇게나 여행지를 정하고 출발을 하려 했으나, 둘 다 수면이 매우 부족했기에 운전은 무리였고, 기차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으나. 이렇게 되고 말았다. “하아, 기차에서 잠들게 뭐람.”“하아, ..
오랜만에 가진 휴일에 호노카와 에리와 데이트를 했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예약해둔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했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 까지 같이 있으니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집. 즐겁기는 했지만 밖을 하루 종일 돌아다닌 다면 누구라도 지칠 것이다. 호노카는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신발을 벗고 바닥에 엎드렸지만 이내 날아드는 에리의 제지에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한 뒤 소파에 엎드렸다. “샤워는 어떻게 할 거야 호노카?”“으응, 에리쨩 먼저 호노카는 조금 쉬고 할게.” 쿠션에 얼굴을 묻고 에리에게 손을 흔든다. 푹신한 쿠션과 소파는 호노카의 몸을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아침에 뿌린 희미한 탈취제의 향기가 올라온다. 아아, 그러고 보니 탈취..
호노카의 일상에는 아주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언제나 지치고 칙칙하게만 느껴지는 학교생활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강의 또한 흥미롭게 느껴졌다. 모든 수업이 끝난 뒤, 같이 놀자고 하는 여러 친구들의 권유가 있었지만, 호노카는 정중히 거절 하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일찍 끝나거나 늦게 끝나거나 호노카가 가장 먼저 방문하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여우 모양의 철제 간판이 걸려 있고, 하늘색 문이 잘 어울리는 가게, 호노카가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자,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어서 오세요, 호노카양.”“안녕하세요, 에리씨.” 바쁜 와중에도 에리는 호노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인사를 해줬다. 에리가 미소를 짓자, 가게 안이 한층 더 밝아진 느낌이었고 커피를 마시며 에리를 슬쩍 슬쩍 보던 사람들도 잠시 동안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