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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노에리] 푸딩

Aeon16 2017. 2. 4. 19:36

오랜만에 가진 휴일에 호노카와 에리와 데이트를 했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쇼핑을 하고 예약해둔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했다. 아침부터 해가 질 때 까지 같이 있으니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질 않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집. 즐겁기는 했지만 밖을 하루 종일 돌아다닌 다면 누구라도 지칠 것이다. 호노카는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신발을 벗고 바닥에 엎드렸지만 이내 날아드는 에리의 제지에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한 뒤 소파에 엎드렸다.

 

샤워는 어떻게 할 거야 호노카?”

으응, 에리쨩 먼저 호노카는 조금 쉬고 할게.”

 

쿠션에 얼굴을 묻고 에리에게 손을 흔든다. 푹신한 쿠션과 소파는 호노카의 몸을 놓아주지 않는 것 같았다. 아침에 뿌린 희미한 탈취제의 향기가 올라온다. 아아, 그러고 보니 탈취제 다 썼지 내일 장보러 갈 때 사와야겠다. 그리고 또 사올게 뭐가 있더라, 곰곰이 생각을 하던 호노카의 의식은 점차 흐려져 갈 때, 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노카?”
후엣? 으음, 에리쨩?”

자고 있었어? 많이 피곤했구나, 깨우지 말걸.”

 

한층 가까워진 에리의 얼굴 온기가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연분홍빛을 띄고 있는 에리의 피부, 샤워를 끝마치고 난 사람에게서 나는 특유의 향기가 무겁게 호노카의 머리를 누르던 잠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괜히 잠을 깨운 것이 아닌지 걱정스러운 에리를 달래려 소파에서 황급히 몸을 일으킨 뒤 샤워실 앞으로 간다. 옷을 벗고 세탁 바구니 안에 넣어 준비를 마치고 샤워실 안으로 들어간다. 수증기가 짙게 깔려 있는 샤워실 안, 수도를 올리자 따스한 물로 몸을 적신다. 입에서는 저절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피로를 씻어내듯 바디워시를 타올에 올려 새하얀 거품을 잔뜩 일으킨다. 콧노래를 부르며 바디워시로 몸을 닦고 있을 때, 방금 전 에리에게서 난 향기가 호노카의 코끝을 스쳐지나간다. 생각해 보니 에리도 같은 바디워시를 사용한다. 에리에게서 같은 향기가 호노카에게서도 나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자 호노카의 얼굴이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별거 아닌 일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이렇게 의식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어째서인지 거품이 부족한 것 같아 한 번 더 바디워시를 타올에 뿌리려 했는데 아무리 눌러도 나오질 않았다. 위를 돌려 열어 보니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벌써 떨어졌네.”

 

내일 장볼 목록에 하나를 추가 한 호노카는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고 에리가 준비해준 옷가지를 입었다. 물기가 흐르는 수건으로 전부 닦아내고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렸다. 물기가 떨어지지 않을 때 쯤, 드라이기를 끄고 정리를 끝낸 뒤 밖으로 나오자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 에리를 본 뒤, 주방으로 가 물을 마셨다. 티비에서는 요즘 에리가 푹 빠진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에리와 같이 본적이 있었지만, 솔직히 호노카의 입장에서는 애매한 드라마였다.

 

맞다, 에리쨩 우리 푸딩 먹을래?”

, 거기서 사온 거?”

, 아직 남아 있지?”

한 번 봐봐, 있을 거야.”

 

물병을 집어넣고, 냉장고 문을 열어 푸딩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 전 에리가 푸딩으로 유명한 가게에서 사온 푸딩이 있었는데, 한 입 먹자마자 호노카와 에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푸딩, 푸딩 콧노래를 부르며 냉장고 안을 뒤적거리던 호노카는 푸딩을 하나 찾았으나 문제가 하나 생겼다.

 

저기, 에리쨩?”
?”
푸딩이 하나 밖에 없어.”

 

호노카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단 하나의 푸딩이었다. 아쉬운 표정이 가득담긴 호노카와 에리의 표정, 하지만 둘 다 아쉬움을 지우고 서로에게 양보하기 시작했다. 에리쨩이 먹어, 아니야, 호노카가 먹어. 아니야, 에리쨩이아니, 호노카가. 이런 말다툼이 10분 정도 이어졌을 무렵, 호노카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작은 스푼을 하나 들고 와 에리의 옆에 앉았다. 유리병 위에 담긴 플라스틱 뚜껑을 벗겨내자, 은은한 바닐라 향기가 병의 입구를 타고 올라왔다. 샛노란 푸딩이 담겨 있는 유리병 안으로 작은 스푼을 넣은 호노카는 푸딩을 올리며 에리에게 말했다.

 

에리쨩 아앙.”


에리는 혼자 먹겠다고 했지만, 호노카는 스푼을 하나 밖에 가지고 않았다며 어서 먹어달라고 재촉했다. 에리는 결국 마지 못해 입을 벌려 호노카가 건네준 푸딩을 먹었고 곧장 호노카도 푸딩을 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눈 녹듯이 사라지는 푸딩. 입안에 남은 것은 진한 커스터드 크림의 향기뿐이다.

으음.”

 

호노카와 에리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나오고 연이어 푸딩을 먹기 시작했다. 에리 한 입 호노카 한 입씩 나눠 가며 푸딩을 먹고 있을 때, 숟가락이 유리병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호노카와 에리는 푸딩이 담긴 병을 봤다. 유리병 안에 가득 차있던 푸딩은 어느새 바닥을 보여 딱 한 숟가락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제 푸딩을 누가 먹을 것인지가 아닌 누가 마지막 한 입을 먹을 것인지로 주제가 바뀌었다.

 

, 이렇게 해보자.”

어떻게?”


호노카는 마지막 푸딩을 숟가락에 담아 올리고는 그대로 자신의 입에 넣은 뒤, 에리에게 키스를 했다. 이해 할 수 없는 상황에 에리는 놀라 발버둥 쳤지만 호노카는 떨어지지 않았다. 서서히 입안으로 들어오는 푸딩의 향기, 호노카가 무엇을 하려는지 에리는 이해했다. 호노카의 타액과 뒤섞인 푸딩이 안으로 들어온다. 푸딩의 형태는 망가져버려 액체처럼 변해 버렸고 천천히 에리의 목을 타고 흘러내린다. 푸딩을 거의 다 먹었을 무렵 호노카와 에리는 떨어지지 않았다. 끈적이는 소리가 한 층 더 짙어지고, 숨을 나눈다. 본래의 목적은 잊어버린 듯, 푸딩대신 다른 것을 탐해간다.

 

충분히 맛을 본 걸까, 호노카와 에리가 입술을 떨어뜨린다. 길게 실처럼 늘어지는 타액은 평소보다도 더욱 점도가 높아보였고, 호노카의 입술과 에리의 입술 사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뜨거운 숨을 내뱉은 호노카와 에리는 붉어진 얼굴로 서로를 본다.

이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한껏 열기를 띈 분위기 방안의 공기조차 뜨겁게 느껴진다. 올라오는 에리의 손, 호노카의 가슴에 가까워진다. 빠르게 뛰는 호노카의 심장, 주변의 시간이 느려진 것 같았다.

 

‘HATENA HEART BEAT!!‘

 

정적을 깨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에리의 핸드폰이 세차게 울리고 있었다. 분위기는 빠르게 식고 에리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그건…….그렇게…….네 알겠습니다.”

…….”

 

식어버린 방안의 공기는 쉽게 온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어색해진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호노카가 먼저 말했다.

 

맞다, 에리쨩 우리 탈취제랑 바디워시 다 떨어졌어.”

, 그렇지 내일 사러 가야겠네, 또 뭐 없을까.”
저기…….에리쨩.”
뭐 살 거 생각났어?”
아니그게우리 푸딩도 사놓을까?”
, 그럴까?”

. 이번에는 많이 사놓자.”

그래, 충분히 사놓자. 아주 충분히.”

 

호노카와 어리는 새로운 문을 열고 그곳에 발을 들이며, 푸딩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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