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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노에리] 일교차

Aeon16 2017. 3. 18. 22:57

사람들이 가장 방심하는 계절 봄, 낮에는 따스한 햇볕에 속아, 옷장 속에 묵혀뒀던 봄옷을 꺼내 입고 두터운 겨울옷들을 정리하는 시기이다. 호노카 또한 내리쬐는 햇빛에 겨울옷을 옷장에 걸어 놓고, 날씨에 걸 맞는 옷을 꺼내 입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던 에리가 말했다.

 

호노카 조금 춥지 않을까?”
괜찮을 거야, 지난번에는 저 옷을 입고 나갔다가 땀에 흠뻑 젖었는걸.”

그렇긴 해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에리에게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하자, 한 발 물러선 에리는 밖으로 나가는 호노카를 배웅해줬다. 건물 밖으로 나가 짙은 그림자 아래에서 벗어나자, 강렬한 햇빛이 호노카를 반겨줬다. 만약 에리가 권해준 겨울옷을 입고 나갔다면, 지난번처럼 땀을 흘려 고생을 했을 것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리를 걸으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호노카쨩 어서와.”
오늘은 안 늦었군요.”

 

약속 장소로 잡은 카페의 안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코토리와 우미에게 인사를 한다. 우미의 말에 언제나 그렇게 지각을 하지는 않는 다구, 살짝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했다. 호노카가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다가오고 각자 음료를 시키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어렸을 적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음료가 나오고 목을 축인 뒤 계속 담소를 나눴다. 서서히 비워져 가는 머그잔,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셋은 자리에서 다음 장소로 걸어갔다.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고 오랜만에 셋이 모여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려는 듯 열정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길어지는 바닥의 그림자,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어, 해님의 퇴근을 알리고 있었고 셋의 약속 시간 또한 끝이 다가오고 있을 무렵 코토리가 호노카에게 말했다.

 

저기 호노카쨩?”

, 코토리쨩?”
호노카 춥지 않습니까?”

, ? 아직 괜찮아.”

 

아직 괜찮다는 말과는 달리 조금씩 추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우미와 코토리는 호노카 보다는 두껍게 입고 있었지만, 그래도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았다. 지금 와서야 에리가 말해준 대로 옷을 입고 올 걸 뒤늦은 후회를 했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얼마나 추워질까 걱정이 됐다.

 

그러면 이만 가보도록 할까요?”

그래, 호노카쨩 다음에 봐. 어서 들어가 춥겠다.”
, 다음에 보자.”

 

멀어져 가는 코토리와 우미에게 인사를 하고, 호노카도 집을 향해 걸어갔다. 완전히 해가 지고 주황빛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져 길을 밝히는 가로등에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날이 어두워짐과 같이 주변의 기온도 떨어져 호노카는 걸음을 더욱 빠르게 했다. 양손으로 몸을 끌어안고 어깨를 비비며 체온을 높여보려 했지만, 별 효과는 없었고 어서 집으로 들어가 따듯한 코코아가 마시고 싶었다.

 

, 에리쨩의 말대로 할 걸.”

 

괜시리 한 번 더 권유해 주지 않은 에리가 살짝 미워지기도 했지만, 제안을 거절한 것은 호노카니 원망의 화살은 결국 자신에게 돌아왔다. 손끝에서부터 몸의 열기가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혀 딱딱 소리를 낸다. 다리에서부터 시작한 떨림이 등을 타고 온 몸에 번져 나갈 때 쯤, 호노카의 눈앞에 아파트로 통하는 입구가 보였다. 빠르게 걷던 걸음은 어느새 달리기로 변해 버렸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발을 동동 구르며,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길 기다렸다. 평소보다도 느리게 내려가는 숫자에 불평을 토로했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하나 없었다. 이내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문이 열렸다. 집으로 가는 층의 버튼을 눌렀다. 닫힘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기만을 기다렸다.

 

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세서는 몇 번이나 들은 기계음이 들리고 문이 열렸다. 문 앞에 서서 천천히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아직 이른 시가이긴 하지만, 에리가 잠깐 밖에 나갔을 수도 있고, 잠을 잘 수도 있었다. 에리의 말을 듣지 않고 고생한 것을 들킨다면 에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마지막 번호를 누르고, 소리를 죽여 현관문에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 호노카 많이 춥지.”

, 고마워 에리쨩, 밖에 정말 추워서 고생했어.”

 

에리가 건네준 머그컵을 받았다. 달콤한 향기가 호노카의 후각을 자극하고 따듯한 열기로 데워진 머그컵의 온기가 추위로 굳은 손을 녹여줬다. 진한 갈색 빛을 내는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시자, 몸 안에 자리 잡았던 냉기가 한 걸음을 물러났다.


아아, 고마워 에리쨩 살 것 같?”
후훗. 따듯해?”

……, 그게……저기…….”

그러니깐, 옷 하나 더 입고 나가라고 했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오는 에리쨩, 분명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동자는 웃고 있지 않았다. 분명 따듯한 코코아를 마셔 몸이 따듯해졌을 텐데 마치 밖에 있었던 것처럼 주변의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딱히 변명을 할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아, 저기, 그게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 때, 에리의 손이 호노카의 뺨에 닿았다.

 

차갑네.”

에리쨩?”

 

뺨에서부터 에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차가울텐데 에리의 손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에리쨩?”

일단 목욕물 받아 놓을게. 코코아 마시고 있어 호노카.”

 

뺨에서 손을 때고, 욕실로 향하는 에리. 호노카는 들고 있던 머그잔을 내려놓고 뒤에서 에리를 끌어안았고 놀란 듯한 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호노카?”

미안해 에리쨩 걱정하게 만들어서.”

…….”

미안해 정말로…….”

정말이지 이렇게 나오면 화를 낼 수도 없잖아.”

 

뒤에서 안은 호노카의 손이 풀리고 에리가 몸을 돌려 호노카의 얼굴을 바라봤다. 추위로 인해 붉어진 호노카의 얼굴, 훌쩍이는 코, 물기로 살짝 젖어 있는 강아지 같은 눈동자, 언제나 이 눈동자에 마음이 약해져 버린다고 속으로 한탄을 하고, 호노카에게 말한다.

다음부터는 걱정 끼치지 않기야. 얼마나 걱정했는데…….”

 

, 알겠어.”

맞다, 따듯한 물에 목욕 하려면 기다려야 하는데 더 빨리 몸을 따듯하게 할 방법이 있는데 해볼래? 호노카?”
? 뭔데?”

이것도 준비가 필요해, 일단…….”

준비?”

 

어떤 준비가 필요하단 걸까? 호노카가 의문을 품고 있을 때, 에리의 입술이 호노카의 입술과 맞닿았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호노카는 발버둥 쳤지만, 에리의 입술은 떨어질 생각은 하지 않았고, 이내 호노카도 발버둥을 그만두고 에리를 받아 들였다.

 

어때 따듯해지지 않았어?”

……..”

그러면 준비는 끝났으니, 계속 해 볼까?”

, 잠깐 에리쨩 호노카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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