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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마키린]내기

Aeon16 2016. 7. 21. 21:53

심심하다냐.”

집중해.”
아얏, 아프다냐.”


넓은 방안 원형 책상을 펼쳐 놓고 그 위에는 각종 문제집과 노트가 늘어져 있었다. 린은 방금 마키에게 맞은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졌다. 마키는 영 집중하지 못하는 린을 보며 말했다.

 

먼저 공부 하자고 한건 너잖아.”
그렇지만...심심한건 어쩔 수 없다냐.”


정말이지 고등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다. 얼마 전 본 쪽지시험에서 아슬아슬한 점수를 받아. 선생님께 한 소리 듣고 시무룩 해졌으면서 변한 게 없다. 그 뒤에 공부를 하자냐. 라고 외쳤고, 마키에게 달라붙어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이렇게 집에까지 초대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시계를 보니 고작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전 과목이 고루고루 약해서 일단 가장 약한 수학부터 봐주기로 했는데, 역효과가 난 것 같았다. 열의가 넘치던 태고는 사라지고 늘어진 고양이 같이 책상에 엎어진 린을 보니 한 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자고 사귀자고 고백을 받았을 때, 덥석 그 제의를 받아들인 걸까. 단 둘 만 있는 공간이지만 연인으로써의 핑크빛 분위기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저기 린?”

?”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으음, 마키쨩이 린에게 쮸를 해준다면...아프다냣.”


갑작스러운 린의 적극적인 태도에 마키는 반사적으로 다시 촙을 날리고 말았다. 준비가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 반칙이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린을 바라봤다.

베시시, 웃는 얼굴을 보니 농담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번 시도 해볼 가치는 있겠지.

 

그러면 린. 하나 내기 할까?”

무슨 내기?”
공부가 끝난 후 간단한 쪽지시험을 볼게 거기서 린이 60점 이상을 맞으면.....뽀 해줄게.”
정말인거냐 마키쨩?”
그럼, 약속은 지켜. 대신 린이 70점을 넘겨야해.”
약속한거다냐, 마키쨩. 어서 새끼손가락 걸자냐.”


그런 것 까지 해야겠나 싶었지만, 이미 린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기에 마키고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서로를 감싼 새끼손가락을 몇 번 흔들고 거짓말은 없다고 다시 한 번 말한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지 린의 눈은 다시 의지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어서 공부를 시작하자고 재촉을 하는 린을 보며 마키도 다시 노트를 펼치고 린에게 공부를 가르쳐 줬다.

린의 목소리로 가득하던 방은 교과서가 넘어가는 소리 샤프심 움직이는 소리, 린이 마키에게 질문 할 때 가르쳐 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덕분에 마키 또한 공부를 하는데 상당히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일을 하는 데 누군가가 일하는 것을 본다면 최소한의 결과 이상은 나온다는 법칙이 떠올랐다. 그게 진짜였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고개를 살짝 들어 린을 봤다.

 

책에 빨려 들어 갈 듯 집중하고 있는 린. 이런 린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숏컷으로 자른 머리는 육상 때문이었나? 길면 정말 예쁠거야.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린에게 가발을 씌워서 모두를 속인 적이 있었지, 집에 가발이 있었나. 그러고보니 향기도 좋네. 언제부터 인지 린에게서 향기가 나고 있었다. 시트러스향일까? 그와 비슷한 것 같았다. 그 향기에 이끌린 마키는 저도 모르게 린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저기...마키쨩. 으냣?”

와앗?”

 

마키에게 질문을 하려 고개를 든 린의 얼굴 앞에는 마키의 얼굴이 있었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린의 외침에 정신이 든 마키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왜 그러냐 마키쨩?”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왜 부른거야?”

이 문제 여길 이렇게 하는게 맞은건지 잘 모르겠다냐.”
이 문제는 이곳을 이렇게...”


문제를 가르쳐 주기 위해 자리를 옮겨 린의 옆으로 다가갔다. 방금전 맡았던 시트러스향이 마키의 몸을 타고 올라온다. 방금 전 까지 만해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점점 린을 의식하게 되어버렸다. 황급히 설명을 해주고 제자리로 돌아간 마키는 손을 들어 뺨을 만졌다.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붉어진 뺨. 마키는 아까전 보다도 세차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몇 번이나 쉼 호흡을 크게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위기가 지나가고 쪽지 시험을 볼 시간이 다가왔다. 노트와 교과서를 전부 집어넣고 미리 만들어 두었던 시험지를 꺼내 린의 앞에 올려놓았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린과 마키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면 시험 시작할게. 컨닝은 당연히 금지 시험 시간은 한 시간. 시작할까.”
어서, 시작하자냐. 꼭 마키쨩의 츄를 받을거다냐.”

시작.”


마키가 핸드폰의 타이머를 누르자 린은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사각사삭 거리는 샤프 필기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빠르게 문제를 풀어 나가기 시작하는 린을 마키는 초조하게 바라봤다.

내가 가르쳤으니 당연히 70점은 넘어야 할테고 근데 그러면 린한테 뽀뽀를 해줘야 하는데, 하지만 70점 정도는 넘겨야...

으으, 어째서 내가 이런 걸로 고민 하는 거야 정말 의미를 모르겠네.

어느덧 시간은 20분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이도 린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제를 풀었다. 이제 마지막 2문제가 남았다.

 

“20분 남았어.”

오옷.”


묘한 기합소리를 내며 다시 문제에 집중을 한다. 몇 번이나 수식을 쓰고 지웠다를 반복한다. 책상 옆에는 지우개 가루가 점점 산을 이뤄가고 있었다.

풀 수 있어 린. 그 문제 아까 린이 물어본 문제란 말이야. 속으로 린을 응원하며 타이머를 지켜봤다. 남은 시간은 5. 린에게 다시 시간을 알려주자 린의 손은 점점 빨라졌다.

남은시간 20...15...10...5.

 

다풀었다냐!!”

.”

 

핸드폰은 한 시간이 다되었다는 것을 알리듯 소리를 내었다. 거의 동시에 끝난 린의 함성.

시험을 보느라 기력이 다 한건지 하얗게 되어, 책상위에 엎어진 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시험지를 가져갔다. 정말로 문제를 다 풀기는 했다. 몇 번이나 고친 흔적이 보이고 여기저기에 공식이 적혀있었다. 결과는 이제 봐야 알겠지만, 여기까지 노력한 린이 대견했다.

 

그러면 채점을 시작해 볼게.”

으냣.”


책상위에 엎드려 있던 린이 몸을 일으켜 채점을 시작하는 마키를 봤다. 동그라미 하나가 나올 때 마다 환호성이 빗살이 쳐질 때 마다 탄성을 내질렀다.

 

조용이해.”

,하지만 마키쨩의 츄가 걸려 있다냐.”
그렇게 시끄럽게 굴면 70점 넘어도 안 해 줄 거야.”
으읏, ,마키쨩 약속을 어기면 나쁜 아이가 되어버린다냐.”

 

린은 유치원생이 친구에게 말하듯 마키를 위협한다. 마키는 알겠다며,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채점을 이어갔다. 마키의 손이 마지막 동그라미를 친다.

린은 침을 삼키고 마키를 보며 말한다.

 

몇 점이야, 마키쨩?”

“...”

,설마. 70점이 안 되는거야?”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표정을 지은 린을 보고 굳게 닫혀 있던 마키의 입이 열렸다.

 

, 69점이야.”
으냐아아앗.”


절규를 하며 방바닥을 구르는 린. 정말로 괴로운 것 같아 보였으나, 마키가 방바닥을 구르는 린을 멈추고 린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으니 1점 추가해 줄게.”
? 그러면!!”

그래, 70점이야 축하해 린.”


몸을 일으킨 린은 다시 의기양양해져서 마키에게 어서 뽀뽀를 해달라고 재촉을 했다. 근데, 어디를 해줘야 하는 걸까. 일단 해준다고 하기는 했는데 어디를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마나 볼은 어린아이냐며 린이 투덜거릴 것 같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용기를 내는 것이 좋겠지.

 

. 가만히 있어.”
, 마키쨩 츄해주는거 맞지? 얼굴이 무섭다냐.”
,가만히 있어.”


린의 어깨를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서서히 얼굴이 가까워진다. 린도 더 이상 저항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눈을 감는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 서로의 숨결이 맞닿은 지점. 마키의 입술이 린의 입술 위에 포개어진다.

 

아주 잠깐 동안의 가벼운 입맞춤이 끝나고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붉어진 얼굴 마키와 린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서로를 마주 보지 못했다. 어색한 침묵이 방안 가득 흐르고 있을 때. 마키가 말했다.

 

약속은 지킨거야.”
맞다냐. 마키쨩은 착한아이다냐.”
흐흠, 근데 린?”
?”

아직 린 공부할게 남았지.”

그렇다냐.”
그러면 그 시험에서도 70점 넘으면 또 해줄게, 내기 할래?”

. 할게.”

 

평소의 냐라는 말버릇이 붙지 않을 정도의 즉답. 마키는 그런 린을 보며 시험 난이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하며 손해 보는 이 없는 행복한 내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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