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햇볕이 내려쬐는 한 여름. 여름하면 역시 수영장. 수영장에서 다 같이 즐겁게 노는 건 여름의 필수코스이다. 이번 여름 주말에도 모두와 같이 수영장에 가기로 했을 터이다. “호노카, 일단 수영장에 오긴 왔는데...노는 게 아니라 청소를 하는 거구나.” 교내에 있는 물이 빠진 수영장 안에 서있는 호노카는 주변을 둘러봤다. 벽 주변에 붙어 있는 물 때, 햇빛에 달궈진 바닥, 조금 남아 있는 물기. 수영장에 있는 것은 호노카 뿐이었다. 학생회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당당하게 수영장 청소를 한다고 했는데, 너무나도 섣부른 선택이었다. “코토리쨩. 우미쨩...” 코토리쨩과 우미쨩은 둘 다 일이 있어서 오후에나 온다고 했고, 학생회의 일이니 다른 멤버들은 부르지 않았다. 청소용 솔을 들고 서있는 호노카는 고개를 ..
“심심하다냐.”“집중해.” “아얏, 아프다냐.” 넓은 방안 원형 책상을 펼쳐 놓고 그 위에는 각종 문제집과 노트가 늘어져 있었다. 린은 방금 마키에게 맞은 머리가 아픈 듯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졌다. 마키는 영 집중하지 못하는 린을 보며 말했다. “먼저 공부 하자고 한건 너잖아.” “그렇지만...심심한건 어쩔 수 없다냐.” 정말이지 고등학생이 맞나 싶을 정도다. 얼마 전 본 쪽지시험에서 아슬아슬한 점수를 받아. 선생님께 한 소리 듣고 시무룩 해졌으면서 변한 게 없다. 그 뒤에 공부를 하자냐. 라고 외쳤고, 마키에게 달라붙어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해서 이렇게 집에까지 초대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시계를 보니 고작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전 과목이 고루고루 약해서 일단 가장 약한 수학부터 봐주기로 했는데, 역..
여우비.맑은 날에 잠깐 내리는 비이다. 옛 이야기에서는 여우를 사랑한 구름이 여우가 시집가자 너무 슬퍼 우는 비를 여우비라고 했다고 한다. 하늘은 푸르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온다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없었기에 당연히 우산 또한 준비 하지 않았다. 여우비가 내리는 한 낮에 호노카는 비를 피하기 위해 거리를 달리고 있었지만, 도무지 비를 피할 마땅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수업을 마치고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 바구니를 품에 안고 걸음을 재촉하던 도중 나무 한 그루를 발견해 아래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얼른 그쳤으면 좋겠는데.” 발을 동동 굴러 보지만 비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언제쯤 그칠까, 원망스러운 눈으로 하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