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세 에리는 최근 들어 고민이 하나가 생겼다. 난감한 고민일지 아니면 행복에 겨운 고민인지는 잘 모르겠다. 행복하며 난감한 고민이다. 아직 학생회장이기에 학생회 실에서 업무를 처리 하는 중이다. 다음 학생회장은 호노카를 위해 인수인계를 겸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호노카를 학생회실로 불러 각종 서류에 대한 내용과 업무방법을 하나 둘씩 알려줬다. 다음 학생회장이라는 책임감을 가진 호노카는 성실하게 메모도 해나가며 학생회장에 대한 일을 배웠다. 대견한 마음에 이런 저런 방법도 알려주고 학생회장만의 비밀인 약간의 편법 또한 알려줬다. 어느 정도 업무를 숙지한 호노카는 에리가 부르지 않아도 곧장 학생회실로 와서 에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원래는 노조미가 에리를 도와줬지만 눈치를 챈 노조미는 어느 순간부터 학생회 ..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머리카락, 연분홍빛으로 물든 피부, 살짝 풀어진 표정으로 욕실에서 걸어 나오는 호노카는 자연스럽게 주방으로 가 냉장고에서 차게 식혀둔 우유를 꺼내 단숨에 들이킨다. 호노카의 입술이 우유로 적셔지고 입구에서 일탈을 시도한 우유는 호노카의 입술을 따라 호노카의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고 있을 때, 거실에서 호노카를 기다리던 에리가 말했다. “호노카 어서 이쪽으로 와.”“알았어. 에리쨩.” 입 주변에 생긴 하얀 수염을 목덜미에 걸쳐 놨던 수건으로 닦아 낸 뒤 에리가 기다리고 있는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거실에는 호노카가 앉을 방석과 드라이기, 빗이 준비되어 있었다. 에리는 몇 번이나 드라이기의 바람의 온도를 확인하고 준비를 마쳤다. 호노카는 자연스럽게 방석에 앉아 에리에게 말한다. “머리..
크리스마스. 위대하신 분이 태어난 날 덕분에 쉴 수 있는 날이다. 역시 위대한 분 쯤 되면 생일이고 공휴일이 되는 법이구나 다음에는 위대한 사람으로 태어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완연한 겨울 이불을 덮고 있음에도 살짝 한기가 느껴진다. 손을 뻗어 이 한기를 물러가게 해줄 것을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뻗어 봐도 잡히지가 않는다. 황급히 눈을 뜨고 이불을 걷으며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자 침대 끝에 걸터앉아 에리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는 호노카가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에리쨩”“호노카도 메리 크리스마스.”“자 핫초코야 에리쨩. 따뜻해 질 거야.”“으음, 난 핫초코 따듯하고 조금 더 단 다른 걸 원하지만 고마워 호노카.” 양손에 들려 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머그컵 중 하나를 에리에게 건네준..